[르포] 호가 조정에도 살 사람 없어...찬바람 부는 강남·준강남 아파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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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은 기자
입력 2018-12-0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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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마아파트 전용 84㎡ '로얄동' 18억4500만원 실거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전경[사진 = 윤지은 기자]


"지난달 16일 현대6차 전용 144㎡(48평)가 29억5000만원에 팔린 게 마지막 거래입니다. 같은 면적이 지난 8월엔 31억원에 실거래됐습니다. 지금은 28억원까지 떨어져도 매수자들 마음이 움직일까 말까입니다."(강남구 압구정동 G공인중개업소 대표)

9·13 대책이 나온 지 석달 가까이 됐지만 강남권 아파트 매매 거래는 여전히 메말라 있었다. 대책 직후보다는 거래가 되지만, 거래량이 늘었다고 보긴 힘든 수준이다. 급한 매도인들 위주로 호가가 떨어진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매수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상과 경기 불황 등의 영향도 있지만, 대책의 여파가 가장 크다는 게 일선 공인중개업소 대표들의 전언이다. 금리 인상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은 데다 금리가 높든 낮든 대출이 막힌 사람들은 어차피 매수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9일 찾은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는 갑자기 찾아온 한파만큼이나 매수심리도 얼어붙어 있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인근의 R공인중개업소 대표는 "11월에 29억5000만원짜리가 하나 거래된 후 30억원에 내놨던 물건을 그 정도까지 낮춰 팔겠다는 분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며 "살려는 분들은 최근 금리 인상, 악화한 경기, 단기간에 급등한 가격 등을 고려해서 가격이 좀 더 내려가길 기다린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호가 하락이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일부는 세금이 버겁거나 사업 자금, 자녀 결혼 자금이 필요해 싸게 집을 내놓지만 대다수는 아직 버틸 여력이 되기 때문에 집을 내놓지 않고 내놓더라도 호가를 내리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대치동도 상황은 비슷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지난달 14일 전용면적 전용면적 84㎡(34평)짜리 물건이 18억4500만원에 실거래됐다. 이는 소위 '로열동(조망이나 통풍 등이 우수한 아파트동)'에 속한 물건으로 전용면적 84㎡ 가운데서도 몸값이 비싼 편이다. 같은 동 물건이 지난 8월에는 19억원, 9월 초에는 20억원에 팔렸다. 두 달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실거래가가 1억5500만원 떨어진 것이다.

은마아파트 인근 H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매수세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지만 대책 직후보다는 물건이 조금씩 빠지는 편이다. 11월에 5~6개 정도 거래됐다"며 "작년 7~8월 전용면적 76㎡(31평)가 17억원 정도일 때 가격이 빠지길 기다리던 사람들이 이후 가격이 급격히 오르면서 못 샀다. 이들이 지금 호가가 조정되는 걸 보며 이 정도는 살 만하다 생각해 매수하고 있다. 갑자기 목돈이 생긴 사람들도 일부 있다"고 전했다. 대다수 잠재 수요자들은 대출이 막혀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지만 대책과 무관하게 움직이는 일부 수요가 있어 적은 양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경기도의 강남으로 불리는 분당, 과천 등도 마찬가지다. 분당 삼평동 붓들마을1단지는 지난 9월 전용면적 84㎡가 11억7500만원에 팔렸지만 10월 들어 같은 면적이 10억7500만원에 거래됐다. 단지 인근의 Y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매도자 우위 시장이었을 때는 금액을 정해두고 십원도 못 빼줄 듯 말하던 집주인들이 이제는 손님과 흥정을 하려고 한다"며 "투기과열지구 내 주택담보대출이 40%밖에 안 되는 데다 금액이 작년 대비 많이 올라 있는 상태여서 매수심리는 살아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과천 원문동 래미안 슈르 인근의 G공인중개업소 대표도 "며칠 전 전용면적 59㎡가 9억2000만원에 거래된 게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엔 같은 면적이 9억8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이어 "급한 매도인들은 많지 않고 대책 영향에 매수세도 없어 거래가 말랐다"면서 "금리 인상은 인상폭이 크지 않아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진 않고 대책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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