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OPEC 탈퇴에 깔린 외교적 계산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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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8-12-04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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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앙숙' 사우디 주도 OPEC 탈퇴로 OPEC 위상 약화 불가피

  • OPEC 단체 감산 비난하던 트럼프 정부엔 구애

카타르 [사진=AP연합]


카타르가 내년 석유수출국기구(OPEC) 탈퇴를 공식화한 가운데, 치밀한 외교적 계산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카타르가 OPEC에서 벗어남으로써 '앙숙' 사우디아라비아와 사우디 주도 OPEC의 영향력 약화를 노리는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협력을 강화해 독자적 정책 추진에 있어서 미국의 지지를 구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1961년 OPEC 출범과 함께 50년 넘게 회원국 자리를 지킨 '원년 멤버’ 카타르의 이탈은 3일(현지시간) 사드 알카비 카타르 에너지부 장관의 기자회견을 통해 깜짝 발표됐다. 그러나 미국은 이 사실을 미리 통지 받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 보도했다.

WSJ는 카타르가 이번 결정으로 미국의 호의를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가 부양을 위한 OPEC의 단체행동을 거듭 비난해왔기 때문이다. OPEC의 반독점 행위를 막는 법을 만들겠다는 위협도 했다. OPEC 회원국의 한 관계자는 카타르의 이탈은 “OPEC의 위상이 꺾인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기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카타르의 OPEC 탈퇴는 사우디를 화나게 하는 것이지만 트럼프 행정부에는 구애의 신호나 다름없다고 진단했다.

카타르와 미국, 사우디의 관계는 외교적 문제를 둘러싸고 복잡하게 얽혀 있다. 미군이 주둔하는 카타르는 미국과 긴밀한 군사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과 관련해서는 미국과 대치점에 있다. 미국은 이란의 돈줄을 막기 위해 대이란 제재를 강화하고 있으나, 카타르는 이란과 세계 최대 천연가스 매장지를 공동 관리하고 있다. 작년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이 카타르와 단교하고 이동을 금지하는 봉쇄 조치에 나선 것도 이란과 공조하는 카타르의 독자적인 외교정책 때문이다. 수니파 맹주 사우디는 중동에서 시아파 맹주 이란의 패권 확대를 경계해왔다. 카타르는 사우디에 자주권을 훼손하지 말라며 대치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카타르를 향한 사우디의 지나친 압박이 카타르를 완전히 이란의 영향권으로 빠뜨릴 것으로 우려했으며 이런 메시지를 사우디에 전달했다고 WSJ는 전했다. 반정부 성향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사망의 배후로 몰리며 위기에 처한 사우디 왕실은 10월 개최된 사우디 투자포럼에서 카타르 경제를 치켜세우면서 갈등 수위를 다소 낮추기도 했다.

하지만 카타르는 OPEC 탈퇴를 통해 사우디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뜻을 표시했다. 특히 탈퇴 발표 시점이 OPEC이 정례회의에서 감산을 발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은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은 카타르가 사우디에 불시의 일격을 가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캔터피츠제럴드유럽의 애슐리 켈티 애널리스트는 FT에 “오랫동안 사우디가 주도했던 카타르 봉쇄 조치가 카타르의 탈퇴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면서 “카타르의 탈퇴는 OPEC 회원국들 사이에서 사우디의 리더십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OPEC 일각에서는 도미노 탈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고 WSJ는 전했다. 한 OPEC 회원국 관계자는 “회원국들은 카타르의 탈퇴를 계기로 ‘왜 우리에게 OPEC이 필요하지’라는 질문을 시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에콰도르, 가봉, 인도네시아도 OPEC을 탈퇴한 경험이 있으나 중동 국가로는 카타르가 처음이다.

카타르의 원유 생산량이 OPEC 총 산유량에 비하면 2%도 안 될 정도로 적었던 만큼 사실상 OPEC의 원유 독점력을 훼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블룸버그는 지금까지 정치적 요인보다 공동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우선시했던 OPEC에서 카타르가 최초로 반대의 선례를 남기게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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