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포커스] 바람도 불기 전에 ‘눕는’ 한국당 초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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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기자
입력 2018-12-0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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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기자]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 최근 자유한국당 내에서 회자되는 말이다. 김수영 시인의 ‘풀’을 차용해 사용하는 이 말은 주로 중진 의원들이 초·재선 의원들을 겨냥해 비꼬는 데 쓰인다.

김수영은 바람이 불 때 눕더라도 더 빨리 일어난다는 점에 착안해 민중의 끈질긴 저항성을 풀에 비유했지만, 한국당 내에선 당내 권력의 향방에 눈치를 보기 바쁜 초·재선 의원들을 비판하는 데 쓰인다. 권력이 움직이기도 전에 납작 엎드려 미리 비위를 맞추는 모습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 풀과 닮아 있다는 것이다.

과거 보수정당에는 소장파들의 정풍운동이 있었다. 당이 지나치게 우경화할 때 제동을 걸었다. 대표적으로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을 들 수 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 박근혜 당시 대표에게 탄핵 철회를 요청하는가 하면, 2005년엔 박 전 대표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재래시장정치, 영남정치는 이제 그만해도 될 것 같다. 지금부터 박 대표께 비판적인 지식인들, 한나라당이라면 잘 쳐다보려 하지 않는 386세대들, 과거 역사 속에서 상처받았던 피해자들에게 다가가라”는 남 전 의원의 편지는 이들의 개혁 성향을 잘 보여준다. 한때 박 전 대표의 최대 지지그룹이기도 했던 이들의 권력을 향한 비판 메시지는 한나라당의 혁신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금의 한국당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일부 초선 의원들이 비박계 특정 인물의 책임론을 언급하기도 했지만 이 역시 계파정치의 소산이었다. 기자들 사이에선 뒤에 친박계 핵심 인사가 있다는 얘기가 파다하게 돌았다. 계파 정치를 배격하기는커녕 계파정치의 팻말로 행동한 셈이다.

12월에 있을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후보군이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의 인적 쇄신 방침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당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초·재선 의원들의 눈치를 본 탓이다. 초·재선 의원들은 당의 진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기보다 당협위원장 자리에만 관심이 있어 보인다. 이들이 내후년 총선에서 생환할 수 있을까.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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