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넘버원' 최우식 "'기생충' 이후 재회한 장혜진…더 가까워진 느낌"

영화 넘버원 주연 배우 최우식 사진주바이포엠스튜디오
영화 '넘버원' 주연 배우 최우식 [사진=(주)바이포엠스튜디오]
영화 '거인' '기생충'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배우로서 궤적을 확장해온 최우식이 영화 '넘버원'으로 돌아왔다. 불안한 청춘부터 서늘한 얼굴 그리고 풋풋한 로맨스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오가며 자신만의 결을 쌓아온 그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안고 살아가는 '하민' 역을 통해 눈앞에 보이는 숫자로 엄마의 남은 시간을 알아야 하는 아이러니한 운명 속에서 흔들리는 감정을 밀도 있게 그려냈다. 

영화 '거인' 이후 김태용 감독과 다시 만난 이번 작품은 최우식에게도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거인'으로 남긴 좋은 기억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두 번째 만남에서는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이 동시에 따라왔기 때문이다. 

"감독님이 장난처럼 같이 하자고 하셨을 때, 사실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생각이 더 많았어요. '거인'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으니까 그 만남을 예쁘게 남기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고, 두 번 만나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이 글을 처음 읽을 때도 기대보다는 부담이 컸어요. 처음 만났을 때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도 있었고 제가 생각했을 때 감정 표현을 정말 잘해야 하는 역할인데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죠."
 
영화 넘버원 주연 배우 최우식 사진주바이포엠스튜디오
영화 '넘버원' 주연 배우 최우식 [사진=(주)바이포엠스튜디오]

최우식이 가장 걱정한 건 부산 사투리 연기였다. 그는 사투리 연기를 '도전'이라고 표현하며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부산 사투리가 제일 걱정됐어요. 감정 연기를 하면서 사투리를 쓴다는 게 많이 힘들 것 같았거든요. 지금까지 필모를 돌아보면 항상 저한테 안전하고 쉬운 길을 택해왔던 것 같아요. 잘 어울리는 캐릭터 위주로 해왔던 것 같고요. 그런데 이번에는 좀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그 도전을 감독님이랑 함께라면 옆에서 잡아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사투리는 그냥 장치적인 게 아니라 엄청 큰 거라고 생각했어요. 말을 바꿔서 하는 게 아니라 그 인물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동네에서 자랐는지까지 다 이야기해줘야 하는 거잖아요. 거기에 격한 감정까지 가야 한다는 게 솔직히 저는 아직 그 정도까지는 못 할 것 같아서 무서웠던 것 같아요. 실제로 해보니까 정말 힘들었어요. 다행히 현장에 감독님도 계시고 극 중 엄마 역할 선배님도 계시고 선생님도 계셔서 봐주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영화 '거인' 이후 약 10년 만에 다시 만난 김태용 감독과의 작업은 최우식에게도 시간의 변화를 실감하게 한 순간이었다. 

"'거인' 때 만났을 때 감독님은 스물일곱이었고 저는 스물넷이었어요. 그때는 촬영도 15회차에서 20회차 정도로 굉장히 짧았고, 룰도 거의 없이 정말 힘들게 찍었는데 그래도 되게 즐겁게 촬영했어요. 이번에도 당연히 기대하고 들어갔죠. 감독님이랑 작업할 때는 항상 저를 잘 알고 싶어 하시고 시원하게 긁어줄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거든요. 기대했던 만큼 비슷한 모습도 있었고 달라진 건 서로 나이를 10년쯤 더 먹었다는 거겠죠. 저도 그만큼 경험이 쌓였고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최우식은 다시 만난 김태용 감독이 자신을 치켜세우며, "배우로 성장했다"고 표현하는데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했다고 웃었다. 

"배우라면 당연히 하는 것들인데도 감독님이 '엄청 성장했다, 다 컸다, 이제 배우구나' 이렇게 말씀해주시곤 했어요. 하하. 그냥 별 거도 아니었어요. 대본에 이것저것 받아 적고 체크하고 그런건데. 그런 모습만 봐도 되게 놀라시더라고요. 생각해보면 '거인' 때는 그런 모습이 하나도 없어서 정말 아무것도 몰랐을 때라서 그런거 같아요. 그래서 (김태용 감독에게) 더 믿음이 가는 것 같아요. 그때는 세상에 찌들지도 않은 되게 순수한 마음이었으니까요. 싸우고 싶으면 싸우고, 얘기하고 싶으면 얘기하면서 진정성 있게 부딪혔거든요. 그러다 보니 진짜 서로를 알게 되고 친해졌던 것 같아요. 지금은 가끔 사회에 좀 찌든 모습들을 볼 때면 웃기기도 하고요."
 
영화 넘버원 주연 배우 최우식 사진주바이포엠스튜디오
영화 '넘버원' 주연 배우 최우식 [사진=(주)바이포엠스튜디오]

영화는 '기생충'에서 모자(母子)로 호흡을 맞췄던 장혜진과의 재회로도 화제를 모은다. 장혜진은 기자간담회부터 "실제 아들이 최우식과 꼭 달았다"며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고 애정을 드러내왔던 바.

"'기생충' 때부터 그런 말씀을 하셨었어요. 분위기도 그렇고 진짜 많이 닮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선배님도 제 어머니랑 좀 닮은 것 같아요. 목소리 톤도 비슷해서 연기할 때 몰입이 잘 됐어요."

'기생충' 이후 재회에 관해서는 "더욱 깊어진 감정 연기를 주고 받을 수 있었다"며 편안한 상태로 연기할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기생충'에서는 일대일로 길게 주고받기보다는 앙상블 위주의 호흡이었다면 이번에는 둘이서 감정을 오가고 대사도 주고받는 장면들이 많아서 더 가까워진 느낌도 있었고 이전에는 못 봤던 모습들도 보게 됐어요. 워낙 알고 지낸 사이고 편안하다 보니 현장도 되게 편했죠. 사실 운이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인맥이라기보다는 인복이 좋은 편인 것 같아요. 사람끼리 부딪치면 항상 좋기만 할 수는 없는데 감독님이랑은 '거인' 때부터 알고 지냈고, 장혜진 선배님이랑은 '기생충' 때부터 친했고, 거기에 승연이가 새로 들어왔는데 성격도 좋고 현장에 잘 녹아들어줘서 더 좋았어요. 우리가 다루는 소재는 무거울 수 있는데 현장에서는 깔깔 웃으면서 정말 재미있게 촬영했어요."

영화가 지닌 판타지적인 설정에 대해서도 그는 비교적 분명한 기준을 갖고 있었다. 숫자가 보이고, 카운트다운이 진행되는 장치들은 비현실적일 수 있지만 그 안에 놓인 인물만큼은 끝까지 '현실의 사람'으로 느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설명이다. 

"감독님이랑 이야기할 때도 판타지적인 요소들이 많잖아요. 이 친구가 살면서 겪는 카운트다운이나 신호등 보다가 숫자가 내려가는 장면 같은 것들요. 숫자라는 게 이 아이한테는 트라우마라는 걸 제일 잘 보여주는 장면이 김치 먹는 신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 장면을 제일 진지하게 연기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래야 이 스토리가 맞으니까요. 댓글 보면 '왜 엄마 밥 안 해주고 자꾸 먹으려고만 하냐'는 반응도 있는데 영화니까 그런 장치들이 있는 거잖아요. 엄마 밥을 먹여서 영생할 수 있다거나 하는 설정도 있을 수는 있겠죠. 그래도 관객들이 보면서 '아, 판타지적인 요소도 있고 말이 안 되는 부분도 있지만 영화 속 인물들은 자기들 나름의 현실을 살고 있구나'라고 느끼게 하는 게 목표였어요."
 
영화 넘버원 주연 배우 최우식 사진주바이포엠스튜디오
영화 '넘버원' 주연 배우 최우식 [사진=(주)바이포엠스튜디오]

설 연휴 대작들과의 경쟁 구도에 대해서도 그는 흥행의 잣대보다는 영화가 관객에게 어떤 질문을 남길 수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이야기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쉽게 놓치게 되는 가족의 시간과 감정을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이기를 바란다는 마음이었다.

"진짜 홍보 목적이 아니라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우리가 일에 치이고 사회에 치이다 보면 어느 순간 부모님에 대한 소중한 시간을 잊고 살잖아요. 연애할 때는 연애에 집중하고 일할 때는 또 일에만 집중하고요. 그런 분들이 영화를 보면서 스스로 질문을 한 번이라도 던져보는 것도 저는 성장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질문만 던지고 아무것도 안 하면 문제겠지만 적어도 그런 질문을 같이 할 수 있는 영화라면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집밥을 잘 못 드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 영화를 보면서 조금이라도 위로를 받거나,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되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었고요."

작품을 마무리하고 나서의 계획에 대해서는 일과 함께 삶의 방향도 조금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작품을 준비하며 가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는 고백이 인상적이었다.

"일단 이 작품을 잘 마무리해서 여러분께 보여드리는 게 먼저고요. 드라마 준비도 빨리 해야 하고요. 그런데 이 작품 준비하면서 더 많이 든 생각이 일도 일이지만 가족들에게 조금 더 신경 쓰게 될 것 같다는 거였어요. 앞으로는 부모님이랑도 시간을 더 많이 보내고, 그런 쪽으로 제 생활도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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