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엔터프라이즈] 스무살 네이버의 꿈...구글 막은 다윗에서 '글로벌 골리앗 플랫폼'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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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18-12-03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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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내년 창사 20주년...1998년 이해진 창업자 삼성SDS 사내벤처로 시작

  • - 지식인, 블로그 등으로 야후, 다음 등 경쟁자 제치고 1위 수성

  • - 모바일 시대 뒤늦은 진출로 위기...일본 등 아시아 시장서 '라인 신화'

  • - 2016년 기술 플랫폼으로 진화 선언...유럽에서 미래 찾는다

경기 분당 소재 네이버 사옥[아주경제DB]


네이버가 내년이면 창사 20주년이다. 이해진 창업자(현 GIO)가 1998년 삼성SDS 재직 당시 설립한 사내벤처에서 출발해 1999년 네이버컴으로 처음 독립, 현재 연간 이용자 수 4억4067만명, 국내 시장 점유율 70% 이상에 달하는 한국 대표 포털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 기준 매출 4조6785억원, 영업이익 1조1792억원 등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네이버는 중국 바이두와 함께 구글의 공세를 막은 포털로 손꼽힌다. 최근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의 영향력 확대로 위기에 직면한 네이버는 기술 플랫폼으로의 변신과 글로벌 시장 진출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 지식인, 카페 등 자체 데이터 구축으로 ‘한국형 포털’로 우뚝

네이버라는 검색 포털이 처음 출시된 1999년만 해도 한글과컴퓨터의 심마니, 지식발전소의 엠파스, 국내 최초 웹메일 서비스로 시작한 다음(당시 한메일), 미국 최대 포털 야후가 소프트뱅크와 합작한 야후코리아 등 다양한 포털 서비스가 난립했다. ‘무주공산’ 상태였다. 초기에는 야후코리아가 검색과 메일, 메신저, 검색 등 현재 포털의 기틀을 만들면서 국내 이용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한 때 국내 시장 점유율이 80%에 달하기도 했다.

당시 검색분야 순위 5위권에 머물던 네이버가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칠 수 있었던 계기는 ‘지식인(iN)’ 출시에 있다는 평가다. 네이버가 2002년 처음 선보인 지식인은 이용자가 자발적으로 질문과 답변을 게시하는 집단지성 교류 서비스다. 책이나 사전 등에서 찾을 수 없는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부터 전문적인 분야까지 폭넓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이용자들에게 각광을 받았다. 서비스 출시 약 반년 만에 100만개의 데이터가 올라왔고, 10년 뒤인 2012년 질문 1억개를 넘어섰다. 현재에도 일평균 질문 8만건, 답변은 11만건이 게시되고 있다.

이외에도 네이버 뉴스(2000년)와 쇼핑(2001년), 카페·블로그(2003년) 등 콘텐츠 플랫폼을 구축하면서 정보 창구로서의 입지를 굳히기 시작했다. 미국 본토에서 야후를 누르고 세계적인 포털 기업으로 거듭난 구글의 한국 진출에도 네이버는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비결은 한국어 기반의 데이터다. 구글의 경우 검색 시 인터넷상의 데이터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만, 네이버는 지식인과 카페, 블로그 등 자체적으로 구축한 데이터베이스에 뉴스사이트와 웹페이지 등을 함께 제공한다. 이용자 입장에선 구글보다 네이버 검색으로 자신이 원하는 답변을 얻을 가능성이 더 높았던 셈이다. 이같은 검색 방식은 네이버가 구글과 같은 글로벌 검색 기업으로 뻗어 나가지 못한 요인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구글의 공세를 막은 ‘한국형 포털’로서의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는 점에는 모두가 공감한다.

 

[그래픽=임이슬 기자]



◆ PC→모바일 전환으로 한 차례 위기...모바일 메신저 ‘라인’으로 극복

PC 검색 시장에서 굳건한 1위에 오르며 승승장구하던 네이버는 2009년 애플 아이폰의 국내 상륙으로 위기에 직면한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인터넷 생태계는 PC에서 모바일로 급격하게 기울어졌다. 카카오가 2010년 3월 주요 IT기업 중 가장 먼저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 ‘카카오톡’을 출시하며 시장을 선점했다.

네이버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감지하고 2011년 6월 뒤늦게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출시했지만 국내에선 이미 카카오톡이 확고한 위치에 오른 상태였다. 이는 네이버에 오히려 약이 됐다. 네이버는 이웃 국가 일본으로 발을 넓혔다. 일본은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큰 혼란을 겪고 있었다. 지진 이후 통신망 과부하로 휴대전화의 통화, 문자메시지 등이 먹통이 됐다. 당시 일본인들은 통신망을 쓰는 문자메시지 대신 인터넷 기반의 메신저 앱을 사용했다. 네이버는 이에 착안해 지질 발생 3개월 후 라인 서비스를 개시, 일본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았다. 현재 라인은 대만과 태국, 인도네시아 등으로 시장을 넓혀 월간 사용자 수는 카카오톡보다 많은 1억6500만명(2018년 3분기 기준)에 달한다. 이해진 GIO는 2016년 7월 라인을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하며 “절박함이 라인의 성공 비결”이라고 회상하기도 했다.

◆ 유튜브 등 글로벌 IT공룡에 도전장...‘기술’ ‘글로벌’ 잡는다

네이버는 최근 또 한 차례 위기에 직면했다. 구글(유튜브)과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글로벌 기업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네이버 이용자의 방문 목적은 검색이 60%, 콘텐츠 25%, 커머스 15%다. 그러나 최근 구글의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는 네이버의 검색을 대체하고 있다. 10대 청소년들은 정보 검색 수단으로 네이버가 아닌 유튜브를 찾는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실제로 모바일 애드테크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유튜브 앱의 일 평균 사용시간이 58.8분으로, 네이버(24.3분)보다 두 배가량 높았다.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네이버의 핵심 키워드 ‘기술’과 ‘글로벌’이다. 네이버는 2016년 말 ‘네이버 커넥트 2017’ 행사에서 첨단 기술이 중심이 되는 시대에 맞춰 ‘기술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고 처음 선언했다. 당시 네이버는 향후 5년간 콘텐츠와 기술 부문에 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네이버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2016년 25.1%, 2017년 24.2%, 2018년 3분기(누적) 25.23%다. 번 돈의 4분의 1을 기술 개발에 투입하고 있는 셈이다.

이 GIO의 현재 시선은 유럽을 향하고 있다. 아시아 시장에서 쓴 ‘라인 신화’가 자신감의 밑바탕이 됐다. 네이버는 2016년 한국계인 플뢰르 펠르맹 전 프랑스 문화부 장관이 이끄는 코렐리아캐피털을 통해 2억 유로(한화 약 2527억원)를 들여 유럽 현지에 펀드를 조성, 승차 공유 스타트업 ‘택시파이(Taxify)’, 인공지능(AI) 음성인식 플랫폼 ‘스닙스(Snips)’ 하이엔드 음향기술 기업 '드비알레(Devialet)' 등 유럽 10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프랑스 파리에 스페이스 그린이라는 스타트업 지원센터를 오픈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제록스로부터 AI 핵심 연구인력 80여명을 보유한 AI 연구소 ‘제록스리서치센터 유럽’을 인수했다. 지난 8월에는 프랑스에 있는 자회사 네이버 프랑스 SAS에 2589억원을 투자, 현지에서 공격적인 사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은둔의 경영자’로 알려진 이 GIO는 지난 10월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 순방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해 유럽에서의 사업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인터넷업계 관계자는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의 주요 국가는 기본적으로 구글과 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 기업에 종속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며 “유럽에 진출하고 싶은 네이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긴밀한 관계로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래픽=임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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