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EU 브렉시트 협상 공식 마무리..英 비준 험로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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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8-11-2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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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일 EU 특별정상회의에서 '브렉시트 합의문' 만장일치 승인

  • 英 의회 반발 심해 메이 英 총리로선 큰 부담

  • 내년 3월까지 비준 안되면 무질서한 탈퇴로 인한 충격 불가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사진=AP/연합]


유럽연합(EU)이 25일(현지시간) EU 특별정상회의를 열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조건을 담은 ‘브렉시트 합의문’을 공식 승인했다. 이제 남은 것은 EU와 영국 의회를 통한 합의문의 비준이다. EU에서는 비준 동의안의 무난한 통과가 예상되지만 영국 의회에서 여전히 반발이 커서 비준을 장담할 수 없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영국을 제외한 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25일 오전 9시 30분부터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주재로 특별정상회의를 열어 브렉시트 합의문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양측의 무역·안보 등 미래관계를 큰 틀에서 정한 ‘미래관계 정치선언’에도 서명했다. 투스크 의장은 회의 시작 후 30여분 만에 트위터를 통해 이 소식을 알렸다.

이로써 영국과 EU는 2016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2년 5개월 만에 브렉시트 협상을 공식적으로 마무리짓게 됐다.

이제 공은 영국과 EU의 의회로 넘어갔다. 양측 의회에서 이번 합의문을 비준하면 예정대로 내년 3월 29일에 영국의 질서있는 EU 탈퇴가 가능해진다.

EU는 내년 초 유럽의회에서 비준 동의안을 처리할 예정인데 무난한 통과가 예상된다고 BBC는 전했다.

그러나 브렉시트 합의문을 바라보는 영국 의회의 시선은 싸늘하다. 집권 보수당에서는 수십 명의 의원들이 합의문에 반대하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메이 총리의 불신임 움직임이 나타날 정도로 반발이 거세다. 노동당과 자유민주당,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민주연합당(DUP) 역시 반대표를 행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유는 제각각이다. 영국의 EU 탈퇴 자체를 되돌리자는 목소리도 있고, 브렉시트를 하외 EU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반대로 보수당 내 일부 강경 브렉시트파 의원들은 경제적 비용을 더 치르더라도 EU와 더 단호한 이별을 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EU는 추가 조건을 제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25일 “영국을 위한 최선의 조건”이라고 강조했고 주세페 콘테 이탈리총리는 “플랜 B를 시도하는 것은 노딜을 준비하겠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비준 동의안 가결을 이끌어야 하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리더십은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메이 총리는 본격적으로 비준을 위한 의회 설득 작업에 나설 방침이다. 주어진 기간은 약 2주다. 영국 매체들은 표결이 내달 12일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메이 총리는 25일 “영국 국민들은 더 이상 브렉시트에 관한 논쟁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면서 의회를 향해 동의를 호소했다. 메이 총리는 거듭 이번 합의문이 최선의 협상이며, 영국의 미래 번영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영국 의회가 비준 동의안을 부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메이 총리는 다시 브뤼셀로 가서 EU에 재협상을 요구해야 한다. 만약 재협상이 실패할 경우 합의를 내지 못한 채 EU를 탈퇴(노딜 브렉시트)할 수도 있다. 무질서한 탈퇴로 인한 정치적·경제적 충격은 불가피하다.

제러미 헌트 외무장관은 영국이 최악의 혼란으로 빠져들지 않기 위해서는 합의문을 비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합의문에서 영국이 일부 타협하긴 했으나 원했던 것의 “70~80%는 얻었다”면서 “메이 총리가 의회 설득에 실패할 경우 정권 붕괴를 비롯해 어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585장 분량의 브렉시트 합의문에 따르면 영국은 EU에 이혼 합의금으로 390억 파운드(액 57조원)를 수년에 걸쳐 납부해야 한다. 또한 영국은 현재 영국에 거주 중인 약 300만 명의 EU 시민들에 대한 법적 권리를 보장하기로 했으며, EU 역시 EU 국가들에 거주하는 약 130만 명의 영국인들에 대한 법적 권리를 보장하기로 했다.

아울러 영국은 약속대로 내년 3월 29일에 EU를 탈퇴하되 2020년 말까지 21개월에 걸쳐 '전환기'를 갖는다. 이때 영국과 EU는 무역 및 안보 문제에 관한 세부 협상을 이어가게 된다. 이 기간 동안 영국은 EU의 제도 및 규정을 따라야 하지만 EU의 의사 결정에는 참여할 수 없다. 2021년부터는 완전한 탈퇴다. 영국은 EU 시민 간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EU의 규정에서 벗어나므로 영국으로 유입되는 EU 시민들을 막을 수 있다. 단, 양측은 추가 논의를 통해 전환기를 2년 더 연장할 수 있다.

아울러 양측은 브렉시트 이후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 간 '하드 보더(국경 통과시 통관·통행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별도의 합의가 있을 때까지 영국 전체가 EU의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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