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의 차한잔] 경복궁의 저주와 친일청산, 그리고 국립민속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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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겸 칼럼니스트(문학박사)
입력 2018-11-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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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 황제. [사진=하도겸 칼럼니스트 제공]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얼마 전 폐막한 ‘세대를 넘어-수제화 장인’ 전에는 앉은 모습의 고종 황제의 사진이 전시됐다. 옥스퍼드 양화 ‘수제화 구두’가 정말 잘 어울리는 비련의 황제 고종. 미스터션사인을 보면 참 안타까운 군주로 나왔는데, 실상 그 결과는 그저 참혹할 따름이다.

왕을 잘못 만났다고 생각조차 못 한 민중과 공감하는 입장에서 고종을 바라보면 더욱더 그렇다. 결국 경술국치로 민중을 도탄에 빠뜨린 데 책임이 있는 고종은 우리 겨레에 잊을 수 없는 참사를 안겨줬다고 평가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에게 알려진 바와 같이 임진왜란 때 전소된 270년 이후 흥선대원군에 의해 민중들의 피와 땀을 짜고 또 짜서 만든 경복궁의 중건 역시 고종 때 이뤄졌다. 안동김씨 등의 세도정치로 삼정(三政)이 문란해지고 민중들은 행복이 뭔지도 몰랐을 시대에 이뤄진 일로 기억한다. 명성황후시해사건, 아관파천 등으로 얼마 사용하지 못한 이 경복궁은 1917년 대부분 철거해 창덕궁의 대조전 등의 목재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문화재청에 의해 경복궁 복원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친일 청산 없이 제왕의 궁전을 다시 완비하는 것이 일본에 당한 치욕을 회복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 제대로 복원하려면 창덕궁 대조전 목재부터 가져와야 진정한 복원이 아니냐고도 할 수 있다. 바른 역사 세우기가 좋지만 그게 망국인 조선의 ‘왕’이 세운 건물이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될 듯하다.

1991년부터 시작된 복원이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우리나라는 ‘경복궁의 저주’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정도로 IMF 외환위기, 천안함, 세월호, 국정농단 등으로 이어진 참사로 우리나라는 살기 어려워져만 간다. 정말 풍수적으로 경복궁에 저주라도 걸린 것일까? 물론 오늘날의 환란을 경복궁 탓으로 돌리는 것은 미신과 같은 징크스일 뿐이다. 몇 차례 화마에 휩싸인 경복궁은 혹시 피눈물 흘렀던 민중들의 집단적 무의식과 분노의 소산은 아니었을까?

경복궁 복원계획에 따라 국립민속박물관은 2030년까지 경복궁에서 나가야 한다. 국립민속박물관의 세종시 이전이 국정과제에 들어갔는데도 앞으로의 향방은 2년 동안 감감무소식이다. 본관은 그대로 두고 세종시 이전에 따라 세종관도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 모두의 바람이었는데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느낌은 지울 길이 없다.

오늘날 경복궁 내(청와대 경내 포함)에 국립민속박물관이 있는 것은 민주주의 즉 국민주권주의 시대에 상징적 의미가 크다.

행정도시 세종시에 세종관을 하나 더 만들더라도 서울관은 재단장이나 확장 재건을 통해 경복궁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대부분의 민속학계와 국립민속박물관 직원들의 생각과 다르지 않을 듯싶다.

경복궁 복원 아직 부족하지만 그래도 멈춰야 한다. 우리 국민이 왕이 살던 궁전을 구경하는데 만족하던 시절은 지났고 이제 그 주인이 우리 국민임을 아는 시대가 이미 아주 오래전에 왔다. 국제화 시대에 맞춰 통일을 준비해야 하는 오늘. 국립민속박물관은 해외민족학(다문화 포함)과 북한 민속을 포함해 경복궁 내에서 더 크게 확장돼야 이 21세기의 흐름에 맞을 것이다.

망국의 한은 아쉽지만, 역사의 교훈으로 새겨 우리의 마음에 새기면 그것만으로도 선조들의 영혼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 이제 단순한 건물의 복원이 아닌 인적인 측면에서 ‘친일청산’을 통한 역사 바로 세우기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역사 바로 세우기를 하고 싶다면 경복궁을 찾은 내외국인이 21세기의 대한민국이 국민주권 국가이며, 그들의 전통민속문화를 궁내의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바로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경복궁 내 ‘국립민속박물관’의 확장이 그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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