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되는 말 관광산업⓵] ‘닉스고 선전 도운’ 이진우 한국마사회 팀장 “말 수입국 아닌 수출국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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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18-11-20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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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닉스고', '브리더스컵' 준우승으로 케이닉스 우수성 입증

이진우 한국마사회 말산업연구소 해외종축사업팀장. [사진=전성민 기자]


한국마사회 해외종축사업 케이닉스(K-Nicks) 선발마 ‘닉스고(Knicks Go)’는 ‘브리더스컵’ 준우승으로 세계 경마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경마지와 자신의 감을 믿은 이들은 휴지조각이 된 마권을 허망하게 꾸겨야 했다. 하지만 유전자 DNA는 ‘닉스고’의 선전을 정확하게 가리키고 있었다. 이전까지는 아무도 보지 못했던 새로운 ‘속정보’가 케이닉스를 통해 세상에 드러난 것이다.

획기적인 케이닉스를 만든 주인공은 이진우 한국마사회 말산업연구소 해외종축사업팀장이다. 1996년 한국마사회에 입사한 후 20년 넘게 한우물만 판 성과다. 케이닉스는 말 산업 강국인 미국의 기술보다도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케이닉스에는 말의 경마 능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유전적인 분석과 통계적인 데이터들이 촘촘히 담겨 있다.

이 팀장은 “DNA 1000개당 1개의 염기 차이(마커)가 개체 간의 차이를 발생시킨다. 말의 경주 성적 및 혈통 데이터를 이용, 부모로부터 물려받아 후대에 전달하는 유전 능력(육종가)을 추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말도 각자 타고난 적성이 다르다. 경주에 영향을 끼치는 대표적인 유전자 중에 하나가 바로 '스피드 유전자'다. AA형은 장거리, AG형은 중거리, GG형은 단거리에 강하다. 이런 유전자들은 염기 차이인 마커 7만개와 경주 결과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발견했다. 렛츠런파크 서울과 부경에서 열린 36만건의 출주 정보, 4269두의 유전 정보를 입력해 케이닉스의 정확도를 높였다.

정교한 케이닉스는 세계 최대인 미국 말 경매 시장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한국마사회는 경매 한달 전 구매 목록에 오른 말의 털을 뽑아 유전체 검사를 했다. 이를 통해 1~2세의 우수한 말을 조기에 선발했다. ‘브리더스컵’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거둔 ‘닉스고’의 경우 2017년 9월 킨랜드 1세마 경매에서 비교적 낮은 8만7000달러(당시 7500만원)에 구매했다. 케이닉스의 정확성은 ‘모의 경매’를 봐도 잘 드러난다. 이진우 팀장은 “케이닉스를 통해 구매하고 싶었던 상위 평가마 26두 중 7두(27%)가 나중에 보니 대상 경주에서 우승을 했더라. 미국의 평균 대상 경주 우승마 비율은 5~6% 정도”라고 비교했다.

케이닉스로 평가한 상위권 말들 중에서도 ‘닉스고’는 남달랐다. 이진우 팀장은 “ ‘닉스고’는 유전, 체형, 건강함 삼박자를 모두 갖춘 드문 말”이라고 소개했다. 유전적으로 중거리(AG)에 강한 말인 ‘닉스고’는 체고(키)보다 체장(몸 길이)이 약간 더 긴 이상적인 체형을 갖고 있다. 달릴 때 앞다리와 뒷다리가 부딪히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이는 매우 중요하다. ‘닉스고’는 심장도 튼튼했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타고 났어도 노력하지 않는 천재는 최고의 자리에 올라설 수 없다. ‘닉스고’는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했다. 이 팀장은 “‘닉스고’는 브리더스컵에 뛴 후 다음날에 갔는데 다리가 쌩쌩하더라.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다치면 소용이 없다. 또한 점점 훈련 강도를 높일 때 말이 이를 잘 받아들이고 버텨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2016년부터 케이닉스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부터 쌓은 한국마사회의 경험도 ‘닉스고’의 속도를 더욱 빠르게 만들었다. 이진우 팀장은 “2016년에 ‘미스터 크로우’를 포함한 7마리의 말을 사 미국에서 최고의 조교사로 평가 받고 있는 토드 플레처에게 보냈다. 워낙 훈련이 강해 6마리가 부상당했다”며 “경쟁이 치열한 뉴욕 대신 켄터키에 있는 잠재력이 큰 조교사를 찾았고, 그게 벤 콜브룩이었다. ‘닉스고’는 바로 조교사 콜브룩에게 보냈다”고 회상했다. 2세 때 빨리 데뷔해 경주 경험을 쌓게 하는 전략도 통했다. ‘닉스고’의 선전은 ‘이변’이 아닌 ‘실력’이었던 것이다. 이 팀장은 “ ‘닉스고’는 현재 50억원의 가치를 갖고 있으며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닉스고’가 ‘브리더스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종마시장에서 인정을 받게 된 것이 큰 소득이다. 한국마사회 해외종축사업 케이닉스의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제는 한국도 말 수입국이 아닌 말 수출국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말산업이 한국 경제에 새로운 힘을 보탤 수 있다. 2006년 한국마사회는 씨수말 '메니피'를 40억원에 수입했다. 이진우 팀장은 “일본은 ‘선데이 사일런스’ 1두로 세계 일류 경주마 생산국으로 도약했다. 우리도 수출국가가 될 수 있다”며 “미국처럼 메이저 종마 목장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 현재 이런 목장들은 몇 천억원의 수익을 내고 있다. 좋은 종마를 확보해 한국말을 개량한다면 우리도 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진우 한국마사회 말산업연구소 해외종축사업팀장. [사진=전성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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