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신탁업 활성화 위해 규제 풀어야"

양성모 기자입력 : 2018-11-05 19:00
김창원 KB국민은행 신탁그룹 대표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김창원 KB국민은행 신탁그룹 대표(전무)가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신탁업을 하는 은행들은 고객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재산 범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또 불특정 대상으로 하는 광고홍보도 할 수 없습니다. 규제 완화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김창원 KB국민은행 신탁그룹 대표(전무)는 지난 2일 오전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기자와 만나 이 같이 말했다. 최근 저금리 시대와 고령화 시대를 맞아 신탁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를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는 고령화·저성장 시대에 맞는 새로운 신탁상품을 개발해 고객들의 니즈(요구)를 충족시키고 경제적 이득을 줘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신탁업 활성화가 필요하며 무엇보다 환경 조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지티브 규제를 네거티브 규제로 바꿔야

신탁업 발전을 위해서는 크게 네 가지의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는 가장 먼저 "신탁업을 하는 은행들이 고객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재산 범위가 제한돼 있다"며 "포괄주의 정의 방식을 채택해 다양한 신탁상품이 개발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탁업법상 신탁회사가 인수할 수 있는 재산은 금전, 유가증권, 금전채권, 부동산, 지상권, 전세권, 토지임차권 등으로 한정돼 있다. 이처럼 허용되는 신탁재산을 나열하는 방식으로는 새로운 유형 상품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 법에 명시된 것만 허용하는 포지티브(positive) 규제의 일부다.

또 다른 규제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광고하지 못하도록 막아놓은 것도 해소돼야 할 것 중 하나다. 김 대표는 "금융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광고를 막아놓은 건 이해한다"면서도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전제로 광고홍보가 허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비대면 금전신탁 가입 허용도 해소돼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신탁상품 가입은 은행 창구에서만 가능하다"며 "최근 금융의 디지털화로 비대면에 대한 요구가 높고, 고객 편의성 제고 등 긍정적 측면이 많아 (비대면 가입이) 허용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그는 축적된 노인 자산의 선순환을 위해서라도 신탁을 통해 상속 및 증여 시 세재 혜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B의 차별점은 뛰어난 상품과 디지털

현재 KB국민은행은 국내 금전신탁 부문에서 시장점유율 1위다. 올해 6월 말 기준 금전신탁 수탁고는 37조6000억원, 점유율은 25.5%에 달한다. 2위 은행과는 수탁고 기준으로 15조7000억원, 점유율 기준으로도 10.5%포인트 앞서 있다.

이처럼 신탁업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던 배경은 차별성이 뛰어난 상품을 꼽을 수 있다. 김 대표는 "기초자산을 다양화해 고객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고객의 요구에 맞춘 차별성 있는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며 "다른 은행들보다 선제적으로 상품을 공급했던 것이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16년 1월, 은행권 최초로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투자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신탁 상품을 출시했다. 본인의 사망 시 반려동물을 돌봐줄 부양자에게 필요한 자금을 은행이 지급하는 펫코노미 신탁도 금융권 최초로 내놓은 바 있다.

이외에도 고객의 수익률에 따라서 신탁보수를 연동하는 '착한신탁', KRX(한국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는 금 현물을 주식처럼 사고 팔 수 있는 '골드바 신탁',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수혜 예상기업(엔터테인먼트, 편의점 업종 등)에 투자하는 파생결합상품 '1코노미 ELS' 등은 모두 은행권 최초로 출시된 상품이다.

다른 강점으로는 우수한 영업점 직원들의 역량을 들었다. 그는 "본부에서는 현장 직원과 소통 강화에 나서고 있고, KB신탁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 역량을 높이고 있다"며 "본부에서 만든 교육자료를 클라우드에 등록,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찾아볼 수 있어 직원들의 역량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노력도 경쟁력 가운데 하나다. 김 대표는 "80세 이상 초고령 투자자에게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할 경우 직원의 실적으로 인정하지 않거나 고령자나 투자성향 부적합 고객에게 파생결합상품 판매 시 그 과정을 녹취토록 하고 있다"며 "또 고객의 투자성향 분석 횟수를 1일 1회로 제한해 인위적으로 투자 성향을 높이는 요인도 차단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경쟁력은 신탁업무의 디지털화다. 그는 "가입 서식이 모두 디지털화돼 있어 직원들의 업무처리 시간이 크게 단축됐고, 실수로 빠졌던 서류도 자동으로 체크되기 때문에 업무효율성이 크게 향상됐다"며 "인터넷이나 모바일, 국민은행의 대화형 뱅킹 플랫폼 등을 통해 상품의 수익률 정보와 평가정보 등 고객 중심의 비대면 서비스를 강화해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금융소비자 보호는 더욱 강화할 것

김 대표는 앞으로 중점 추진사항으로 고객 신뢰 향상과 직원 경쟁력 확보, 디지털 경쟁력 강화, 유연한 조직운영을 들었다.

우선 고객 신뢰 확보를 위해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그는 "이를 위해 불완전판매를 사전 예방하고 업무 프로세스를 지속해서 개선해 나갈 예정"이라며 "여기에 고객 요구에 발맞춘 다양한 상품을 출시해 선택폭을 넓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울러 고객 가치 제고를 위해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자산 편입비중 재조정) 및 관련 정보 등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계열사 간 인력 공유 및 외부전문가 채용을 통해 운용 역량도 강화한다. 김 대표는 "KB증권과 KB국민은행 간 인력 교류를 추진하고, 외부의 전문가도 영입해 운용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며 "영업점 방문연수 및 화상연수 등을 통해 직원역량 개발도 함께 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KB금융그룹이 추진 중인 디지털 대혁신 과제인 'PLAY DIGITAL KB' 전략에 발맞춰 디지털 경쟁력 확보에도 사활을 걸 예정이다. 그는 "신탁부문 디지털 창구 적용대상 상품을 확대할 예정"이라며 "신탁상품 해약 및 출금 시 바이오 인증을 이용한 본인확인 서비스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 및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채널 간 유기적 연결을 통해 더욱더 쉽고 빠른 서비스를 제공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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