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선전보다 헝친신구 먼저 찾은 이유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18-10-23 16:56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6년만 광둥성 시찰, 첫 행선지 직접 씨뿌린 곳

  • 덩샤오핑과 결별 선언 분석, 내부 결속 행보도

지난 22일 광둥성 주하이시 헝친신구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신화통신 ]


6년 만에 광둥성 시찰에 나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첫 행선지로 개혁·개방의 상징인 선전 대신 주하이시 헝친(橫琴)신구를 택했다.

국가 지도자의 일거수일투족에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중국의 특성을 감안하면 시 주석의 이번 행보에 담긴 메시지는 간단치 않다.

◆업적 내세워 덩샤오핑 그림자 걷어내기

23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주하이시 헝친신구에 위치한 중의약 과학기술 산업원을 방문하면서 광둥성 시찰 일정을 시작했다.

헝친신구는 시 주석이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낙점된 이후 주도적으로 추진한 첫 프로젝트다.

2009년 1월 당시 국가부주석이었던 시 주석의 제안으로 논의가 시작돼 같은 해 8월 국무원이 '헝친 신경제 특구 발전계획'을 비준했다.

서울의 6분의1 수준인 106㎢ 면적의 헝친신구는 광둥성과 마카오, 홍콩을 잇는 경제권의 새로운 허브로 조성 중인 곳이다.

2009년부터 2012년, 2014년에 이어 올해까지 네 차례나 헝친신구를 방문한 시 주석은 "헝친을 개발하는 것은 새로운 요구와 새로운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남다른 애착을 보인다.

시 주석은 2012년 제18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공산당 총서기에 오르며 권력을 잡자마자 광둥성의 선전으로 향했다.

1992년 덩샤오핑(鄧小平)이 선전 등 광둥성 일대를 돌며 경제 개혁 의지를 피력한 남순강화(南巡講話)가 이뤄진 지 정확히 20년째 되던 해였다.

당시 시 주석은 선전 롄화산 공원의 덩샤오핑 동상에 헌화하며 개혁·개방의 충실한 계승자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나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아 다시 한번 광둥성 시찰에 나선 시 주석은 선전 대신 자신이 씨를 뿌리고 가꿔온 헝친신구를 먼저 찾았다.

덩샤오핑 시대와의 결별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시 주석은 집권 2기가 시작된 후 덩샤오핑의 흔적을 지우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덩샤오핑 집권기에 제정된 헌법을 고쳐 종신 집권의 기반을 닦고, '시진핑 사상'을 헌법에 삽입해 스스로 덩샤오핑과 같은 반열에 올랐다.

선전의 서커우 중국개혁개방박물관 입구에 놓여 있던 덩샤오핑 조각품이 시 주석의 글귀가 적힌 전시품으로 대체된 것은 사소한 사례일 뿐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넷째)과 부친인 시중쉰(여섯째)이 함께 찍은 사진이 선전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지난 1978년 광둥성 제1서기로 임명된 시중쉰이 근무지로 떠나기 전 공항에서 촬영한 사진. [사진=이재호 기자 ]


◆무역전쟁 맞설 자신감 피력

이번 광둥성 시찰에는 또 다른 정치적 함의도 있다.

무역전쟁 이후 어수선해진 사회 분위기를 다잡고 지속적인 경제 발전에 대한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시 주석은 22일 광둥성 소재의 세계 최대 에어컨 제조업체 거리(格力)전기를 방문한 자리에서 "대국에서 강국으로 가려면 실물경제 발전이 중요하며 제조업은 실물경제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조업의 핵심은 혁신과 원천기술 확보"라며 "스스로에게 의지해 자력갱생을 해야 하며 모든 기업이 이 같은 길을 가기를 희망한다"고 독려했다.

이어 "우리는 자주 혁신의 기개와 의기를 갖고 있다"며 "혁신 능력과 실력을 쌓는 데 매진하자"고 덧붙였다.

중국의 기술 굴기를 억제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도발에 굴하지 않고 정면돌파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시 주석은 이날 강주아오(港珠澳) 대교 개통식에도 참석했다. 홍콩과 주하이, 마카오를 연결하는 총연장 55㎞의 세계 최장 교량이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세계 7개 기적의 하나'라며 자화자찬에 열중하고 있다.

강주아오 대교 개통으로 광둥성 9개 도시와 홍콩·마카오를 아우르는 대만구(大灣區·Great Bay Area) 프로젝트도 탄력을 받게 됐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뉴욕 경제권, 일본의 도쿄만을 능가하는 인구 6억6000만명, 통합 국내총생산(GDP) 1조4000억 달러의 거대 경제 블록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시 주석은 "중국 경제는 구조적 조정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해야 할 중요한 단계에 있다"며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걷고 아무도 넘지 못한 관문으로 돌진해 미래의 발언권을 획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아주NM&C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