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회계감사 기피가 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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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수 기자
입력 2018-10-2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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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법인 들어가면 뭐하나. 경력 쌓아서 옮길 생각만 하는데."

친구는 얼마 전 공인회계사 시험에 붙었다. 큰 회계법인에 들어가게 돼 기뻐할 줄 알았지만 표정이 밝지는 않았다. 회계법인은 잠시 거치는 곳일 뿐이고, 잘나가려면 컨설팅 회사나 공기업으로 다시 옮겨야 한단다.

회계법인마다 일한 지 얼마 안 된 회계사가 넘치는 이유다. 금융감독원은 4대 회계법인에 속한 3년차 미만 회계사 비중을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내놓았다. 한영회계법인이 45.3%로 가장 높았다. 삼정회계법인(44.5%)이나 안진회계법인(40.8%), 삼일회계법인(31.7%)도 적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왜 회계법인을 떠날까. 일하는 강도에 비해 감사보수가 많지 않아서라고 한다. 돈을 많이 버는 파트너(임원급)는 회계법인에서 소수다. 파트너 비율을 보면 가장 높은 안진회계법인(9.8%)이나 가장 낮은 한영회계법인(7.26%)이 모두 10%를 밑돈다.

정부는 회계사를 더 많이 뽑아 바로잡기로 했다. 여기에는 새 외부감사법과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도 영향을 미쳤다. 앞으로 회계 수요가 늘어난다고 보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11월 '공인회계사 자격제도 심의위원회'를 열어 새해 공인회계사를 얼마나 선발할지 정한다.

회계사를 많이 뽑으면 문제가 풀릴까. 그러면 좋겠지만 본질적인 대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회계사 자격증 3개 가운데 1개 이상이 잠자고 있다. 중소회계법인협의회 자료를 보면 등록회계사(1만9309명) 가운데 휴업 상태인 인력은 2017년 말 기준으로 36.4%(7018명)에 달했다.

회계사를 대표하는 단체는 걱정이다. 이총희 청년공인회계사회장은 이렇게 꼬집었다. "회계사는 부족하지 않다. 회계감사를 꺼리는 게 문제다." 남기권 중소회계법인협의회장도 "먼저 경력자가 돌아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지 회계사 시험 합격자를 늘리는 식으로는 상황을 못 바꾼다는 얘기다. 선진국에 비하면 4분의1, 심지어는 5분의1에도 못 미치는 감사보수를 현실화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회계사를 아무리 많이 뽑아도 늘 1~2년차뿐일 것이다.

"회계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말하면 너무 과한가. 그렇지 않다. 비리 유치원 사태가 요즘 공분을 사고 있다. 분식회계는 유치원뿐 아니라 나라 곳곳에서 대놓고 벌어져왔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기업부터 작은 코스닥 상장사, 아파트까지 회계장부를 조작했다. 회계를 살려야 나라가 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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