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발견]20. '마왕' 신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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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환 기자
입력 2018-10-22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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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헌 '신해철(In Memory of 申海澈 1968-2014)'

사진 = 사진공동취재단[사진공동취재단]


# 그는 개인 및 개인의 자유, 그리고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복만이 인생의 진정한 가치라고 생각한 사람이며, 자신이 가진 모든 무기를 동원해 그것을 위협하고 훼손하는 모든 적과 두려워하지 않고 싸우고자 한 사람이다. <신해철(강헌∙돌베개), 199쪽>

오는 27일은 '마왕' 신해철의 사망 4주기입니다. 벌써 4년이나 흘렀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2014년 10월 어느 날 그가 위독하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이후 며칠이 지나지 않아 팬들의 곁을 떠났습니다. 워낙 갑작스레 일어난 탓에 많은 사람이 큰 상실감에 휩싸였습니다. 더욱이 의료사고라는 허망한 이유가 충격이었습니다.

신해철은 한 명의 음악인으로서도, 한 명의 시민으로서도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인물입니다.

팬들에게는 마왕으로 추앙될 정도로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교주였습니다. 늦은 밤 그의 라디오를 듣고 자란 이들은 알게 모르게 그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안티들에게는 노골적으로 비하를 당했습니다. 아마 그가 단순히 음악인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회·정치적 이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을 서슴지 않는 한 명의 시민이었습니다.

특히 그는 기득권에 맞서 약자를 위해 노래하고 맞서 싸웠습니다. 간통, 동성동본 금혼 등 봉건적인 관행에 반대했고, 부패한 한국 사회를 '개한민국'이라고 부르며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이러한 행동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질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죠. 그가 음악에만 집중했다면 음악적 평가는 지금보다 훨씬 높았을 것입니다.

그는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때문에 한 명의 시민으로서 부조리한 사회를 보고 참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 시대를 함께 겪어온 이들이 그를 여전히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때론 꼰대스러운 동네 형처럼 꼬장을 부리기도 했지만 언제나 내 옆에서 편을 들어줬습니다. 제가 자라온 시대의 진짜 멘토 가운데 한 명이었습니다.

요즘 멘토로 불리는 이들이 넘쳐납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 진짜는 찾기 어렵습니다. 자신의 말이 모두 진리인 것처럼 권위를 내세웁니다. 아프니까 청춘이고 이 또한 다 지나갈 것이란 의미 없는 위로만 건넵니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으란 뜬구름 잡는 소리만 내놓습니다. 하지만 아픈 청춘을 위해 직접 나서는 이는 없습니다.

진짜 멘토는 말뿐이 아니라 함께 있어주고 싸워주는 사람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의 거침없는 독설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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