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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스웨덴도 있었다…연대 통한 '미투' 운동의 성과는?

노경조 기자입력 : 2018-10-14 12:00수정 : 2018-10-14 12:00
익명성 유지…7월 초 '파타(fatta)법' 발효 "가부장제에 대한 근본적 질문에 의의"

수잔나 딜버 스웨덴 공연예술연맹 배우 부문 이사회 의장(오른쪽)이 스웨덴 '미투' 운동에 대해 설명하던 중 한국의 연극연출가 박영희의 손을 잡고 있다.


스웨덴은 성평등 국가로 유명하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전 세계 189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8년 성불평등지수'에서 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권력형 성폭력 문제를 폭로하는 '미투'(MeToo·성폭력피해고발운동) 운동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노벨문학상 선정 종신위원인 카타리나 프로스텐손의 남편인 장클로드 아르노가 '미투' 운동을 통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것. 이로 인해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발표가 취소됐다.

다만 스웨덴의 '미투' 운동 전개 방식은 한국과 달랐다. 수잔나 딜버 스웨덴 공연예술연맹 배우 부문 이사회 의장은 최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기자와 만나 "스웨덴 '미투' 운동은 사회 구조적인 문제라는 인식에서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익명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딜버 의장은 배우로 활동하며 스웨덴 '미투' 운동을 이끌고 있다. 그는 "미국 할리우드 영화제작사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이 스웨덴 '미투' 운동에 영향을 미쳤다"며 "배우뿐만 아니라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SNS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에 언론의 관심이 높아졌지만, 스웨덴 배우들은 언론의 힘을 빌리기보다 동료 간 연대를 선택했다. 딜버 의장은 "대화와 연대를 통해 48시간도 안 돼 약 500명의 배우들이 '미투' 운동 관련 서명에 동참했다"고 전했다. 당사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이뤄지는 게 중요했다는 판단이다. 익명성이 흐트러지지 않고 유지된 배경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파장은 컸다. 평등을 추구하는 여러 법과 제도가 마련돼 있는 스웨덴 내에서 권력형 성폭력이 만연했다는 사실은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딜버 의장은 "묵인 속에 성폭력이 계속 이뤄져 왔다는 것에 대한 좌절감이 폭발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극우 세력의 반발도 거셌다. 그는 "특권층에게 있어 '미투' 운동은 자신들의 권리가 박탈당하는 것처럼 느껴졌을 것"이라며 "변화에 대한 불안감이 보수 성향의 사람들에게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미투' 운동은 후대는 물론 그동안 침묵해 왔던 선배나 동료와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연대를 통해 '미투' 운동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스웨덴에서는 올해 7월부터 '파타(fatta)법'이 새롭게 발효됐다. 이 법은 명시적 동의 없는 성관계를 강간이라고 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가부장제 등 위계에 의한 뿌리가 근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딜버 의장은 강조했다.

한편 딜버 의장은 지난 5~7일 서울과 부산에서 열린 문화예술계 '미투' 포럼에 참석했다. 그의 방한에는 지난 2월 국내 '미투' 운동 당시 연극연출가 오태석의 성폭력을 폭로한 연극연출가 박영희의 역할이 주효했다.

이날 함께 자리한 박 연출은 "스웨덴에서도 '미투' 운동이 있었다는 사실에 무척 놀랐다"며 "한국과 달리 스웨덴에서는 여러 세대의 연대를 바탕으로 '미투' 운동이 이뤄졌다는 게 인상적이었다"고 재차 설명했다.

아울러 "국내 '미투' 운동의 성과를 이야기하기는 섣부르다"며 "다만 우리 사회와 인식 속에 오래 자리잡은 가부장제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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