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R)亞기업 경영승계 빨간불…22조달러 富 향방 오리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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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회 기자
입력 2018-10-03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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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亞족벌기업 승계계획 부실…"승계계획 있다" 39% 불과

[사진=융젠그룹 웹사이트]


인구 고령화와 더불어 부(富)의 고령화 속도도 빨라졌다. 블룸버그의 '억만장자지수'에 이름을 올린 세계 500대 부자 가운데 지난해 3월 현재 70세 이상인 이가 절반에 가까운 218명(44%)이나 된다. 이들의 총 자산은 무려 2조1000억 달러(약 2351조원).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관련 보고서에서 "다음 세대로 사상 최대 규모의 (재산) 손바뀜이 곧 일어날 것"이라며 "신중한 계획이 없으면 상당한 재산이 심각하게 무너져 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에서는 미국과 유럽이 부의 고령화가 가장 심각한 곳으로 꼽혔다. 500대 억만장자 가운데 80세 이상인 이가 미국이 25%, 유럽은 23%에 달했다. 아시아 지역도 70대 억만장자 비율이 20%나 됐다. 

블룸버그는 최근 부의 손바뀜을 둘러싼 문제는 아시아가 더 심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재벌처럼 족벌 경영체제가 일반적인 아시아 기업의 경우 경영권 승계계획이 허술하다는 이유에서다.

블룸버그는 UBS가 낸 최신 보고서를 근거로 삼았다. UBS는 이 보고서에서 전 세계적으로 상속재산이 다음 세대로 넘겨지는 과정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며 특히 아시아지역은 승계계획을 놓고 큰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아시아에서 승계계획을 마련해 둔 족벌기업 비율이 39%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다는 지적이다. 32%는 그나마 승계계획을 구상하고 있다고 했지만, 21%는 계획이 아예 없고 7%는 모른다고 답했다.

아시아지역은 최근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부를 불렸다. 다국적 컨설팅기업 캡제미니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의 부는 약 22조 달러에 이른다. 2016~2017년 증가율이 약 15%로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승계계획이 부실하다는 건 다음 세대에서 이 부의 행방을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블룸버그는 장룽제(张荣杰·Cheong Wing Kiat) 전 융젠그룹(永建集團·Wen Ken Group) 최고경영자(CEO)의 사례를 들었다. 융젠그룹은 1937년 설립된 싱가포르 제약회사로 장 전 CEO는 1995~2011년 회사를 이끌었다. 장 전 CEO의 할아버지는 4명의 융젠그룹 공동 창업자 가운데 하나다. 게다가 부인을 4명이나 뒀기 때문에 지분을 나눠 가진 공동 창업자의 자손과 가족들 간의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싱가포르 컨설팅업체인 탭룻패밀리오피스의 비노이 필립 선임고문은 아시아는 부와 사업의 경계가 모호해 뚜렷한 승계계획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럽의 로스차일드나 미국 JP모건을 비롯한 재벌가문은 19세기부터 부를 쌓았지만, 아시아 족벌기업은 1~2세대가 생존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승계계획을 세우는 게 급할 게 없는 셈이다. 더욱이 아시아지역에서는 문화적으로 죽음이 전제된 승계계획을 거론하기 쉽지 않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탭룻패밀리오피스의 필립 선임고문은 "상속이나 승계를 위한 적절한 메커니즘이 마련되지 않으면 아시아의 부가 심각한 위협을 받을 것"이라며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이 위협이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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