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에 깡통 찬 프로그래머 직접 사이트 개발…8000억 도박판까지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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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진 기자
입력 2018-10-01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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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습니다.[사진=도박 묵시록 카이지]


컴퓨터 개발자들이 합심해 해외 호텔카지노 실시간 영상을 모바일에서도 끊김 없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불법도박사이트를 운영했다. 이 사이트에서 유통된 판돈만 8000억원대.

1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대표 황모(35)씨와 개발자 김모(48)씨 등 운영진 7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도박 사이트 보호를 위해 동원된 조직폭력배와 자금세탁원, 상습도박자 등 104명도 검거했다.

8000억원대 도박판의 시작은 개발자의 좌절과 도박중독에서 시작됐다.

김씨는 회사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개발자였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사이버 도박에 빠져들었고 배팅 액수와 도박 빈도가 점점 늘어났다. 수중에 있던 현금은 물론 신용불량자 신세가 되면서도 도박에 손을 떼지 못했다.

좌절에 빠진 김씨는 달콤한 제안을 받는다. 명문대 공대를 나온 황씨가 도박사이트 운영에 필요한 영상 프로그램을 개발해주면 월급 1000만원과 거액의 개발비를 주겠다는 것이었다.

2016년 8월부터 조직적으로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황씨는 어도비(Adobe) 사의 플래시 프로그램을 이용해 해외 호텔 카지노 게임 생중계 영상을 실시간 송출했다. 하지만, 영상에 끊김 현상이 잦고 접속도 원활하지 않아 회원 수가 늘지 않았다.

황씨에게 김씨의 프로그램 개발 능력이 절실히 필요했다.

제안을 승낙한 김씨는 일명 '마징가' 프로그램을 만든다. 영상의 끊김과 늘어짐 문제를 해결하고 모바일에서도 쾌적하게 영상이 보이도록 만들었다. 영상을 실시간 캡처해 끊김 없이 송출하는 방식으로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기반 콘텐츠 기업이 쓰는 기술들이었다.

김씨는 영상을 보면서 실시간 베팅이 가능하도록 개발했다. 도박꾼들은 마징가 덕분에 실제로 도박을 하는 것처럼 느꼈다.

마징가를 이용해 바카라, 블랙잭 등의 게임에 실시간으로 베팅하는 도박 사이트를 42개 만들었다. 회원 수는 급증했다. 김씨는 월급 1000만원을 제외하고 마징가를 보수할 때마다 600만원 상당을 수수료를 받았다.
 

황씨와 김씨가 제작한 '마징가'[사진=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경찰은 8000억원 판돈이 돌아가는 도박사이트를 운용해 이들이 취한 이들을 8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황씨는 이 돈으로 호화주택과 외제 차, 명품시계를 샀다. 김씨는 받은 돈을 다시 도박에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범행은 지능적이었다. 황씨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있는 아버지 소유의 건물에 웹사이트를 제작하는 IT기업 위장으로 창업했다. 도박사이트 접속자가 늘어나자 브로커를 이용해 도박사이트 운영권을 분양했다. 다른 도박사이트와 갈등이 생기면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해결했다.

자금세탁 전문조직원은 도박사이트에서 발생한 수익을 유령법인 6개에 분산하고 위안화 등으로 환전했다. 하루에도 수십 차례 입출금을 반복해 경찰의 추적을 피했다.

경찰은 마징가가 탑재된 사이트의 회원 계좌를 분석한 결과 의사, 가정주부 등 다양한 직업의 회원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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