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신선한 소재, 익숙한 구성…'물괴', 조선왕조실록에 크리처를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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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8-09-12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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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물괴' 스틸컷[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중종 22년, 한양에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기괴한 생김새”의 짐승이 나타난다. 사물 물(物), 괴이할 괴(怪)를 써 ‘물괴’라 불리는 이 짐승은 백성들을 무자비하게 해치는데다가 역병까지 옮겨 많은 이들을 공포에 빠트린다. 한양은 삽시간에 혼란에 빠지고, 사람들은 점점 더 고립되어 간다.

그러나 중종(박희순 분)은 ‘물괴’가 자신을 몰아세우려는 영의정(이경영 분)의 계략이라 여기고 옛 내금위장 윤겸(김명민 분)을 궁으로 불러들여 ‘물괴’의 실체를 밝힐 것을 촉구한다.

이에 윤겸은 오랜 세월을 함께한 성한(김인권 분)을 비롯해 외동딸 명(이혜리 분), 왕이 보낸 허 선전관(최우식 분)과 함께 수색대를 조직, ‘물괴’의 실체를 쫓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수색대는 괴이한 생명체와 더불어 ‘물괴’ 뒤로 감춰진 거대한 비밀과 마주하게 된다.

영화 ‘물괴’는 ‘카운트다운’, ‘성난 변호사’로 대중에 이름을 알린 허종호 감독의 신작이다. 지난 5월 칸 국제영화제 필름마켓에서 미국, 중국, 영국, 캐나다 및 유럽과 아시아 전역에 전판매 되었으며 제51회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경쟁부문인 파노라마 섹션에 초청돼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실제 조선왕조실록에 남아있는 괴물 이야기를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물괴’는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선 시대와 크리처(주로 사람을 잡아먹거나 살해하는 괴물) 장르를 융화, 제법 매끄럽게 엮어냈다. 국내 관객들에게 낯설 수 있는 크리처 장르를 조금 더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드라마와 캐릭터를 강화했으며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스며들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광화문에서 물괴가 포효하는 이미지를 떠올렸다”는 허 감독은 한국적 이미지를 크리처 장르에 녹이기 위해 다방면으로 고민을 거듭했고 “듣지도 보지도 못한 존재가 조선 시대에 나타났다는 설정을 관객에게 납득시키기” 위해 각 캐릭터의 전사와 관계성에 많은 시간을 할애, 드라마를 강성하게 했다. 영화 전반에 걸쳐 세도가에 휘둘리는 무능력한 왕과 혼란스러운 민가, 공포를 이용해 정치 공작을 펼치는 이들의 이야기를 짜임새 있게 구성했고 물괴의 등장 이전에도 극 중 인물의 두려움과 공포를 함께할 수 있도록 한다.

팬들이 가장 기대하는 부분인 물괴의 비주얼은 합격점. 해태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으로 시대적 배경과 동떨어지지 않도록 만들었고, 배우들과의 호흡도 매끄럽다. 100억 원 이상의 자본이 투입된 만큼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하는 ‘물괴’는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궁중 액션 시퀀스로 제 몫을 해낸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만든 크리처 장르라는 것 외에는 이렇게 할 신선함이나 새로움이 없다는 점이다. 인물과 드라마 구성이 안정적인만큼 충분히 예측과 유추가 가능하고 반전 역시 만족스럽지 못하다. 특히 결말부의 기시감은 수많은 영화의 답습처럼 느껴진다.

새롭지는 않더라도 영화가 단단하게 느껴지는 것은 배우들의 열연 덕이다. 사극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내온 김명민과 김인권은 언제나 그렇듯 묵직한 존재감을 과시, 극의 중심을 잡아주고 전작 ‘마녀’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최우식은 강렬하지는 않아도 자연스럽게 드라마에 녹아든다. 다만 이번 작품으로 스크린 데뷔하는 혜리는 부족한 연기력으로 몰입을 해친다. 그가 맡은 롤에 비해 연기 실력은 단조롭고 부족하며 발성과 딕션은 아직 스크린과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12일 개봉이며 러닝타임은 105분, 상영등급은 15세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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