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칼럼] 4차산업혁명시대, 통계에도 소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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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고려대 융합경영학부 교수
입력 2018-09-04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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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고려대 융합경영학부 교수]



최근 통계청장의 교체를 두고 보수 언론들은 이번 인사가 국가 통계에 대한 신뢰성과 중립성을 훼손했다는 비판과 더불어 통계의 정치적 해석에 대한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이러한 논란의 발단은 지난 5월 발표된 통계청의 ‘가계소득 동향조사’에서 올 1분기 하위 20%(1분위)의 소득은 줄고, 상위 20%의 소득은 늘어 소득 분배 지표가 사상 최악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한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발표 초기 보수언론은 소득격차가 커진 점에 대해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한계점에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주장하였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이 크게 늘었으며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반박하였다. 하지만, 통계 작성을 위한 조사표본이 달라진 것으로 알려지고 정부가 통계청장 교체에 대해 제대로 된 해명을 하지 못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더군다나 전 통계청장의 "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되지 않도록 애썼다"는 발언과 함께 새로 임명된 신임 통계청장이 임명 전 청와대에 해당 통계조사방식의 재설계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한 것이 드러나면서 통계청의 독립성과 중립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지금에 와서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진 이유를 살펴보면, 결국 ‘통계’ 그 자체보다는 ‘소통’ 과정에서의 문제라는 게 그 핵심이다. 우선 통계에 대하여, 필자 역시 연구를 하고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이 통계이며, 학생들에게 연구조사방법론을 수업하면서 가장 강조하는 것 또한 통계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연구조사 과정에서 통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사용함으로써 잘못된 판단을 내리거나, 통계의 특성을 악용하여 자기 입맛대로 왜곡해 억지 주장을 펴는 경우도 많다.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있는데, 사실 통계는 쓰는 사람에 따라 방식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우리가 통계를 사용하는 기본적 이유는 통계가 갖는 객관성과 편의성에 있다. 전수조사, 즉 모두를 검사하기 위한 시간과 노력 그리고 돈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전체를 대표하는 표본을 선정하여 평가하고 이를 통해 어림 잡아 전체를 예측하는 것이 통계이다. 그렇다고 내 마음대로 분석하고 해석하여 결과를 제시한다면 이를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설계 및 분석 과정에서 타당성과 분석결과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다.

이번 문제는 소득 분배에 대한 통계적 기준 수립과정을 정치권이 이용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본래 가계소득 동향조사는 표본 규모를 줄이던 중 작년 4분기 수치가 좋아지자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표본을 확대하였다. 통계에서 표본의 숫자가 늘어나면 결과가 보다 정확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인구 구조 변화를 반영하게끔 설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결과가 예상과 달리 나쁘게 나오니 오히려 표본의 문제로 치부하며 통계청을 비난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그 결과 역시 이상하다. 조사 대상이 달라져 직접적인 비교가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소득 분배 지표가 사상 최악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한 부분은 더욱 의아하다. 고려대 이우진 교수가 밝힌 것과 같이, 통계청에서 중복표본을 대상으로 소득을 조사하고 통계를 냈다면 발표된 결과와 달라질 수 있다는 주장이 그 반증이다. 다시 말해 보수 언론의 주장과 달리 정부의 정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얼마든지 포장된 발표도 가능했다는 말이다.

지금에 와서 누가 잘했고, 잘못했다는 것을 따지자는 게 아니다. 다만 아직 우리 사회가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 통계청장 인사와 관련해 정부의 보다 명확한 설명이 필요했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악부시집(樂府詩集) 군자행(君子行)에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라는 말이 있다. 이를 해석하면 ‘오이 밭에서 신발을 고쳐 신지 말라’는 뜻으로, 의심받을 만한 행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서로 단순비교하기 어려운 것을 비교하여 발표하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논란을 키우다 보니 어느 순간 정치적 논란으로 번지게 된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앞뒤 다 자르고 자신에게 유리한 통계 부분만 가져다 이야기하면, 통계는 객관성을 잃게 된다. 이미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공공데이터 관련 법 제정과 더불어 공공데이터를 개방하고 있다. 따라서 조금만 관심을 갖고 살펴보면 그 숨겨진 내용을 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수언론이 이번 논란을 통해 정부의 통계청 사설화는 물론 통계조작 우려까지 제기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 역시 소통의 부재에서 나타난 결과이다.

연구자들도 자신이 의도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 연구 의도에 맞춰 통계에 손대고 싶어하는 유혹이 발생한다. 이를 방지하는 것이 연구윤리로, 연구자 스스로 규제하고 부정을 저지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수업 중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자신이 의도한 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실망하거나 걱정하지 말고, 왜 그러한 결과가 나왔는지를 찾고 밝히라는 점이다. 언제나 자신이 생각한 결과대로 통계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가정이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왜 결과에서 자신의 가정이 맞지 않았는지를 찾아낼 수 있어야 발전할 수 있다.

우리 정치권에도 이와 같은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의 소통 부재는 서로의 정치 논리만을 앞세워, 소득 분배를 왜 살펴보고 있는지 그 핵심을 잊은 상황이다. 고용현실이나 소득분배의 문제에 대한 책임은 통계청이 아닌 정치권에 있다. 정치권은 쓸데없는 소모적 논란을 앞세우기보다 서로 소통을 통해 가계경제를 먼저 생각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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