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탄 BMW…불 안난 차 소유자들이 집단소송 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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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18-07-3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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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행 중 화재’ BMW…520d 등 42개 차종, 10만6317대 리콜

  • 화재 관련 직·간접 피해자 집단소송 확산 움직임

  • 미국·유럽 등서 차량 제조결함 의도적 은폐 적발되면 '징벌적 손해배상'

화재가 발생한 BMW 차량. [사진=원주소방서 제공]


주행 중 화재가 발생한 BMW 차량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집단소송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자신의 소유 차량에 직접 화재가 발생한 소비자는 물론 화재가 발생하지 않은 동일 차종 소유자들이 집단소송에 가세하면서다. BMW 측이 파악한 리콜대상 차량이 약 11만대에 달하는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집단소송 규모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바른은 BMW 차주 4명을 대리해 BMW코리아와 딜러사인 도이치모터스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들은 차량피해를 직접 경험하진 않았지만 화재로 인해 자동차 이용에 제약이 발생해 경제적 피해를 입었고, 화재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점 때문에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며 회사 측이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BMW 차주 4명의 집단소송을 대리하는 하종선 바른 변호사는 “차량이 완전히 수리될 때까지 운행할 수 없기 때문에 운행 상실에 해당하며, 리콜이 된다고 해도 위험이 완전히 제거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잔존 사용기한의 사용이익도 상실했다”며 “중고차 구매 수요도 급감해 가격이 하락하고 있고, 잇단 화재로 인한 정신적 피해, 리콜 지연 사태에 대한 경제적 손실이 명백하기 때문에 배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사용이익 침해에 따른 손해와 위자료를 합산해 손해배상금으로 각각 500만원을 청구했다. 하 변호사는 “사측은 화재로 차량이 소실된 경우에만 배상하겠다고 하는데 차량 소유자 입장에서 보면 적절치 못한 보상계획”이라며 “추후 감정 결과 등에 따라 손해액을 확대해 청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소송 참여 희망자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제2, 3차 집단소송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소송은 직접 화재를 경험한 차주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이어 두 번째다. 본인 소유 차량에서 직접 화재를 경험한 차주는 “BMW 코리아가 '보험을 통해 보상 받은 경우는 보상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부당한 방침에 따라 손해를 배상하지 않고 있다"며 정신적 충격 등을 포함해 1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BMW코리아는 320d·520d 등 일부 차종에서 주행 중 불이 나는 사고가 잇따르자 해당 차량에 대한 리콜 조치와 보상계획을 발표했다. 리콜대상은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모듈이 장착된, 2011~2016년 생산된 디젤 모델로 42개 차종 10만6317대다. 사측은 내시경을 통해 문제가 된 차량을 검사한 뒤 EGR 모듈에서 결함이 확인될 경우 해당 부품을 교체한다는 계획이다.

BMW 측은 “다음달 20일부터 전국 61개 BMW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EGR 모듈 교체와 EGR 파이프를 클리닝하는 리콜을 실시하며, 문제가 된 차량소유주에게는 긴급 안전 진단 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라며 “공식 서비스센터를 통해 정기관리를 받았지만 차량이 소실된 소비자에 한해(EGR 모듈 손상인 경우 정기관리 상관없이 100% 보상) 시장가치로 100% 현금보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소송의 쟁점은 BMW코리아가 EGR 모듈 결함을 알고도 일부러 은폐했는지 여부다. BMW 차량 소유주들은 "2015년부터 520d 차량에서 다수의 화재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에 BMW 측이 제조사로서 EGR 부품에 대한 정밀 조사를 선제적으로 했어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하 변호사는 "디젤차의 경우 배출가스 저감장치 관련 부품이 계속 작동하면서 부품 온도가 400도까지 상승하고 이것이 화재 위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EGR 부품이 조사 1순위였지만, BMW코리아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국내 차량에만 EGR 쿨러가 장착됐고, 특히 지난해부터 설계가 변경된 EGR 제품을 사용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BMW코리아가 좀 더 일찍 문제를 발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최대 자동차업체인 GM(제너럴모터스)도 2014년 쉐보레 코발트·폰티액 G5 등의 점화장치 결함으로 엔진 이상이 생길 수 있다는 보고를 받고도 이를 은폐했다가 소비자 399명에게 5억9450만 달러(약 7021억원)를 배상하라는 미국 법원의 명령을 받았다. 일본 자동차 업체 도요타 역시 프리우스·캠리 등의 가속페달 결함을 인지하고도 이를 은폐했다가 집단소송에 휘말려 약 2270만대로 추산되는 해당 모델 구입 고객에게 7억5000만 달러(약 8374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했다.

이와 관련, 법조계 관계자는 “미국, 유럽 등의 경우 차량 제조 결함을 의도적으로 숨겼을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적용돼 산정되는 배상금이 실제 소비자 피해액보다 훨씬 높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다”며 “BMW의 고의 은폐 여부가 사실로 드러나면 자동차 업계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적용되는 국내 첫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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