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교수 "투기자본 막으려면 장기주주 가중의결권 줘야"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류태웅 기자
입력 2018-07-11 00:28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기업과 혁신 생태계' 특별대담서 강조

  • 외환위기 후 설비투자 반토막 한국 저성장 주원인

  • 자본이득세 감면·이사회 내 노동자 참여 등 필요

10일 오후 서울 전경련회관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기업과 혁신 생태계 특별대담에서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국 투기자본의 입김을 막기 위해 기업 장기주주에게 기하급수적으로 가중의결권을 주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세계적인 경제 석학인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10일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기업과 혁신 생태계' 특별대담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한국경제 저성장의 주요 원인인 설비투자 급감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기업의 장기투자를 유도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장 교수는 현 한국경제 상황에 대해 "선진국의 장벽은 뚫지 못하고 많은 분야에서 중국의 맹렬한 추격을 받는 등 큰 전환점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경제성장률 후퇴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한국은 과거 고도 성장기에 1인당 국민소득 기준 경제성장률이 6%를 넘었지만 외환위기 이후 2~3%대로 떨어졌다"며 "주된 이유는 외환위기 이전 14~16% 수준이던 국민소득 대비 설비투자 비율이 7~8% 수준으로 반토막났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장 교수는 이처럼 설비투자가 급감한 것이 외환위기 이후 대거 유입된 외국자본, 특히 외국인 주주들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자본시장이 개방되면서 단기이익을 추구하는 외국인 주주들의 입김이 세어졌고, 이들이 고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을 요구하면서 대기업의 장기투자가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구조 개선 정책이 영미식 주주자본주의 논리를 따라가다 보니, 복잡한 소유구조를 가진 한국 대기업들은 단기 주주들의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대기업의 장기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투기자본을 경계하고 주식 보유기간이 긴 주주에게 가중의결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예컨대 1년 이하 보유주식 1주에는 1표, 2년 보유주는 2표, 3년 이하 보유주는 5표, 5년 이하 보유주는 10표 등 의결권에 차등을 두자는 것"이라며 "자본이득세를 크게 감면해 주는 제도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 장 교수는 장기투자 촉진 차원에서 국민연금의 기업경영 개입, 기업 이사회 내 노동자·지역사회 대표 등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재계에서 도입을 주장하는 포이즌필, 황금주 등은 주주 자본주의에 대한 방어장치가 되기 어렵다고 평가했으며, 차등의결권 역시 기존 기업이 도입하기엔 부적절하다고 짚었다.

장 교수는 한국이 최첨단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고도 했다.

장 교수는 "대부분의 선진국들도 안 하는 척하면서 연구개발 지원, 장기금융 지원 등과 같은 자국 산업 육성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며 "미국 실리콘밸리도 대규모 국방연구 지원에서 출발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도 '유치산업(성장잠재력은 있지만 미발달 산업)'인 최첨단 산업에 관세, 보조금 등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 보호하고 공공연구소 및 연구개발 보조금을 통해 기초연구를 늘려야 한다"며 "대기업 간 협력이 필요한 대규모 신산업 프로젝트에 대해선 이를 주선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