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메날두’ 떠난 월드컵, 8야드⨉8피트 지배하는 ‘거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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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교 기자
입력 2018-07-02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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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스타 메시·호날두 없어도…신기의 골키퍼 선방이 새로운 볼거리

  • 러시아-스페인, 크로아티아-덴마크 16강전 모두 승부차기로 8강행 가려져

[크로아티아 골키퍼 다니엘 수바시치가 덴마크와 16강전 승부차기에서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슈팅을 몸을 던져 막아내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제공]


‘거미손’의 향연이다.

가로 8야드(약 7.32m)⨉높이 8피트(약 2.44m) 골대를 지배하는 골키퍼들이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의 승패를 좌우하고 있다. 넣어야 이기는 축구 경기가 막아야 승리하는 판으로 명승부를 연출하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의 최고 스타는 골키퍼 조현우였다. 대구FC 소속의 골키퍼 조현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수문장인 세계적인 골키퍼 다비드 데 헤아(스페인)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대구FC 팬들로부터 ‘팔공산 데헤아’, ‘조헤아’, ‘대헤아’ 등으로 불린다.

세계 최고의 슈퍼스타들이 집결한 월드컵 무대에서 ‘대헤아’의 잠재력은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신태용호는 조별리그 1승2패로 아쉽게 16강 진출이 좌절됐지만, 스웨덴-멕시코-독일전에서 수차례 슈퍼세이브로 골문을 든든히 지킨 조현우의 ‘거미손’ 활약에 단 3실점만 허용했다. 이 가운데 페널티킥으로 내준 실점이 2점이었다. 특히 세계랭킹 1위 독일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조현우의 놀라운 활약에 유럽의 구단들조차 관심을 보이고 있다.

2일(한국시간) 끝난 16강전 두 경기에서도 8강행 티켓의 향방을 가른 것은 ‘거미손’의 명승부였다. 러시아-스페인, 크로아티아-덴마크와 16강 경기는 전‧후반, 연장전까지 120분 혈전을 벌이고도 승부를 가리지 못해 승부차기로 8강 진출국이 결정됐다. ‘거미손’이 지배한 ‘11m의 전쟁’이었다.

FIFA 랭킹 70위의 러시아가 60계단이나 위에 있는 강력한 우승후보인 ‘무적함대’ 스페인(10위)을 침몰시킬 수 있었던 건 철통 같은 수비 축구였다. 그 중심에는 러시아의 골키퍼 이고리 아킨페예프가 있었다. 아킨페예프의 손과 발은 스페인의 파상 공세를 막아냈다. 유효슈팅 9개 중에 그를 지나친 공은 없었다. 아킨페예프는 자책골로 한 골을 헌납했다. 승부차기에서도 두 차례나 스페인의 슈팅을 막아내 ‘러시아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세계 최정상급 골키퍼로 꼽히는 데헤아는 승부차기에서 단 한 골도 막아내지 못하는 수모를 당해야 했다. 결국 러시아는 스페인과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뒤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승리하는 대이변을 일으켰다.

이어진 크로아티아와 덴마크의 16강전에선 대놓고 ‘거미손’끼리 맞붙었다. 양 팀은 전·후반과 이어진 연장전을 1-1로 비긴 채 마쳤다. 경기 시작 4분 만에 서로 한 골씩 주고받은 뒤 116분 동안 양 팀을 합쳐 37개의 슈팅이 쏟아졌지만,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연장전의 영웅은 덴마크의 골키퍼 카스퍼 슈마이켈이었다. 1-1로 맞선 연장 후반 11분 덴마크는 페널티킥을 허용해 최악의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하지만 슈마이켈은 키커로 나선 크로아티아의 ‘에이스’ 루카 모드리치의 슈팅 방향을 정확히 예측해 막아냈다. 이 선방으로 승부는 승부차기까지 갔다.

승부차기에서는 ‘거미손’의 격돌이었다. 크로아티아의 다니엘 수바시치는 슈마이켈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서로 ‘선방 경쟁’을 하듯 장군‧멍군을 반복했다. 두 골키퍼가 양 팀의 첫 번째, 네 번째 키커의 슛을 나란히 막아낸 장면은 압권이었다. 승부는 마지막 다섯 번째 키커에서 갈렸다. 수바시치가 덴마크의 니콜라이 예르겐센의 슈팅을 막아냈고, 크로아티아 이반 라키티치가 슈마이켈을 속이고 골을 넣으며 8강행 티켓의 주인이 됐다. 비록 승패는 갈렸지만, 두 골키퍼는 모두 승자였다.

세계적인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는 16강에서 나란히 짐을 싸 러시아를 떠났다. 골 넣는 두 슈퍼스타를 잃은 축구팬들에게 골 막는 ‘거미손들’의 신기에 가까운 선방이 러시아 월드컵의 색다른 볼거리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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