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정책 터닝포인트 맞은 아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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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8-06-0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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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북 압박 강조하던 아베, 한반도 왕따 위기감

  • 미국 입장 반영하며 대북정책 수정 조짐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AP/연합]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대북 정책을 두고 터닝포인트에 맞닥뜨리게 됐다. 지금까지 대북 압박에 맞장구를 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에 유화적 제스처를 선명히 하자 일본 홀로 압박을 내세우다간 한반도 문제에서 일본의 '왕따'가 심화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높아지는 탓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면담한 뒤 북한에 “최대한의 압박”이라는 단어 사용을 자제하겠다고 밝히는 한편 대북 경제지원 주체로 일본을 거론하면서 아베 총리의 입장이 무척 곤란해졌다는 게 일본 현지 매체들의 평가다.

일단 일본 정부는 북한과의 경제 협력에 앞서 핵·미사일, 일본인 납치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다. NHK에 따르면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4일 정례브리핑에서 "납치, 핵·미사일 현안의 해결 없이는 (북한과) 국교정상화가 있을 수 없고 경제협력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7일로 예정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진의를 알아보고, 경제지원에 선행해 북한의 핵·미사일, 일본인 납치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는 일본의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3일 도쿄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일본 주요 매체들은 최근 일본 정부의 분위기를 '당황' '초조' 등으로 묘사하면서 아베 총리의 대북 정책도 터닝포인트를 맞게 됐다고 보고 있다. 

재팬타임스는 아베 총리의 대북 정책에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3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에서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방위상의 연설문이 미국의 입장을 반영하여 수위를 낮추었다는 것. 당초 연설문 초안에는 북한에 대한 “최대한의 압박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였는데 “현재 북한에 부과되는 최대한의 압박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로 수정함으로써 일본이 북한에 추가 압박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고 매체는 전했다. 

아베 총리는 수년 동안 대북 압박의 전면에 나서면서 자신의 외교적 치적으로 내세우려했다. 그러나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해빙을 넘어 종전선언이 가시화되면서 더 이상 압박으로만 대응할 수 없는 입장에 처했다. 

아베 총리와 각별한 친분을 과시하던 트럼프 대통령도 대북 정책에서 일본과의 공조 필요성이 줄어들었다고 판단, 통상 문제에서 거침없이 일본을 몰아붙이면서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고 미국진보센터(CAP)의 글렌 후쿠시마 선임연구원은 분석했다.

그는 3일 이스트아시아포럼에 기고한 글을 통해, 현재로선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본은 북한이나 한국, 중국만큼 중요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올해 11월 중간선거와 2020년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스캔들에 쏠린 관심을 돌리고 정치적 승리를 거두기 위해 북핵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데 대화 기조가 무르익으면서 압박을 함께하던 일본의 중요도가 뒤로 밀렸다는 것이다.

한반도 문제에서 아베 총리는 설 곳을 잃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각각 두 차례씩 만났고 일주일 뒤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도 앞두고 있다. 김 위원장이 멀지 않은 시기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북한 핵실험장 폐기 취재에 일본은 쏙 빠졌고, 아베 총리의 북일 정상회담도 여전히 난망하다.

일본 내에서도 아베 총리는 갈 곳이 없다.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2012년 이후 다시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다. TBS는 4일 최근 여론조사를 인용, 아베 총리의 지지율이 39.0%를 기록하며 지난달에 비해 1.6%p, 종전 최저치였던 지난해 8월에 비해 0.7%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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