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약 40일 만에 다시 북한을 방문했다. 역사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구체적인 날짜와 장소를 확정하고 세부 의제를 조율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3명과 함께 귀국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과 동행한 미국 풀 기자단에 따르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9일 폼페이오 장관 일행을 위한 환영 오찬을 주최했다. 이 자리에서 김 부위원장은 폼페이오 장관에게 "미국이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는 데 있어 매우 커다란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고 말했다. 이에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이) 바로 그것을 이뤄내기 위해 여러분과 함께 협력할 것을 똑같이 약속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이란 핵협정 탈퇴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소식을 처음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 “장소와 날짜와 시간, 모든 것이 정해졌다. 우리는 위대한 성공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과의) 계획이 만들어지고 있다. 관계가 구축되고 있다”면서 "협상이 성공하면 북한·한국·일본 모두에 대단히 좋은 일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북·미 정상회담 날짜와 장소 발표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것을 두고 북한 비핵화 협상을 둘러싸고 북·미 간 이견이 커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으로 정상회담 개최가 다시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폼페이오의 방북길에는 브라이언 훅 국무부 선임 정책보좌관, 매슈 포틴저 백악관 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 리사 케나 미 국무부 집행사무국 및 공공외교 담당 차관,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도 동행했다.
워싱턴 포스트(WP)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3명(김동철, 김상덕, 김학송)과 함께 귀국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특히 국무부 기자단이 동행한 만큼 억류자 송환 이벤트가 연출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미국인 송환 여부에 관한 질문을 받았을 때 “곧 알게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북한행 전용기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억류자 석방을 장담하지는 않았으나 “북한에 다시 한번 석방을 요구할 것”이라면서 “만약 그들(북한)이 동의한다면 훌륭한 제스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와 관련해 '단계별·동시적 조치'를 강조한 데 대해 "우리는 잘게 세분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일괄타결 해법을 추구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과거에 갔던 길을 그대로 가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제재를 완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의 비핵화 원칙과 관련,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CVID)"를 언급했다. 자신이 취임식에서 언급한 'PVID(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 대신 기존의 비핵화 원칙인 'CVID'로 돌아간 것이라 눈길을 끈다. PVID가 CVID에 비해 강도 높은 압박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였다.
특히 최근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핵무기뿐 아니라 생화학무기를 포함한 대량파괴무기(WMD)의 영구적 폐기를 강조하는 등 미국이 북한이 수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핵화 협상의 기준을 높이면서 북·미 간 미묘한 긴장기류도 감지됐다. 때문에 폼페이오 장관이 이날 다시 CVID 표현을 사용한 것은 대북 압박의 수위를 재조절한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은 김정은 위원장이 7~8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 주석을 만났다가 돌아온 지 하루 만에 이뤄진 것이다. 관측통들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김 위원장의 깜짝 방중은 한반도 문제에서 '차이나 패싱'을 우려하는 중국을 활용하여 최근 비핵화 수위를 높이는 미국을 견제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통화하고 북한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히면서, “북한이 영구적으로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폐지할 때까지” 대북 제재를 유지한다는 방침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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