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한반도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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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 기자
입력 2018-05-02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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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 정치부장]

“이제 우리는 결코 뒤돌아가지 않을 것이다.”(4월 27일 남북정상 판문점 선언에서 문재인 대통령)
“새로운 역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역사의 출발점에서”(4월 2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방명록’)

2018년 4월 27일, 남과 북 동포들과 세계인들은 남북 정상이 만들어낸 한편의 감동 드라마를 보며 함께 울고 웃었다. 그때의 감동과 흥분의 여운이 아직까지도 짙게 남아 있다.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한국전쟁 후 남한 땅을 처음으로 밟고, 남북의 두 정상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손을 맞잡은 장면은 판문점이 분단의 상징에서 평화의 상징으로 세계인에게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예정에 없이 두 정상이 나란히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으로 월경했다가 다시 남으로 넘어오는 장면은 ‘분단은 그저 10㎝짜리 경계석에 지나지 않을 뿐’임을 확인시켜줬다.

송호근 서울대 교수는 “평화 로드맵을 그린 판문점 드라마는 단군 이래 최대의 쾌거”라고 했다. 이처럼 남북 정상이 내놓은 판문점 선언은 한반도 평화시대가 열렸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제 남과 북은 평화와 번영의 길로 가는 고속열차를 탔다. 열차는 정해진 선로를 따라 앞으로만 간다. 우리는 결코 머뭇거리지 않을 것이며, 뒤돌아가지도 않을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 후 평화의 집 만찬장에서 제주 소년 오연준군은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불렀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힘겨운 날들도 있지만~ 새로운 꿈들을 위해~ 햇살이 눈부신 곳. 바람에 내 몸 맡기고··· 출렁이는 파도에 흔들려도 수평선을 바라보며~ 햇살이 웃고 있는 곳, 그곳으로 가네“

감성 레토릭을 자극하면서도 벅찬 희망이 담긴 강력한 울림. 피곤에 지쳐 있던 김정은 위원장은 이 노래를 듣고선 웃음을 띠며 큰 박수를 보냈다. 노래 가사에 담긴 평화와 공영의 메시지를 읽었으리라 생각한다.
 

지난달 27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평화의 집 앞마당에서 '판문점 선언' 발표를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20180427 [한국공동사진기자단]



한반도 운명이 걸린 5월, 세계사적 대전환기를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릴레이 회담이 예정됐다.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와 냉전시대 이념이 잔존하는 한반도에 ‘전쟁 종식’과 ‘핵 없는 평화’가 올해 안에 선포될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북한이 건국 이래 고수해온 국방(핵)·경제 병진노선에서 벗어나 오로지 경제발전의 길로 나서겠다고 선언했고, 완전한 핵 폐기까지 공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의 '완전한 비핵화' 선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핵과 평화를 교환하는 구체적 비핵화 로드맵 합의를 낳는 강력한 추동력이 되기를 바란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핵 폐기가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올해 안에 종전선언을 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일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판문점 선언이 발표되자 곧바로 트위터에 글을 올려 "한국전쟁이 끝날 것이다!"라며 "미국과 모든 위대한 미국인은 한국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매우 자랑스러워해야 한다"고 연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구상에 환영의 뜻을 표했다.

남북 정상이 판문점 선언을 통해 내놓은 3개 분야 13개항에 걸친 합의 내용을 신뢰를 바탕으로 충실하게 이행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남북은 좋은 합의를 어렵게 하고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함으로써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실패를 되풀이한 아픈 교훈이 적지 않다.

국내외 여건에 휘둘려서도, 한반도 주변국들의 눈치를 보며 머뭇거려서도 안 된다. 민족 공영과 미래세대의 행복을 위해 반드시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남북 정상회담은 위장 평화쇼’라며 역사의 거대한 수레바퀴를 막아선 제1야당의 행태에 대다수 국민들은 야유와 질타를 보내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강경 보수세력은 당랑거철(螳螂拒轍)의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평화는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을 떠나 인류가 누려야 할 보편적 가치다.

‘한반도 운전자’로 담대한 여정에 나선 문 대통령은 올가을 평양을 방문한다. 취임 후 1년 동안 흔들림 없이 묵묵히 한 길로 내디뎌 마침내 한반도의 봄을 만들어낸 문 대통령의 노고에 머리를 숙인다. 그리고 김 위원장의 용기와 결단에도 박수를 보낸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시대라는 새 길로 나아가길 온 겨레가 한마음으로 기원하고 있다. 남과 북이 함께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고 개성, 신의주를 거쳐 시베리아 대륙으로, 유럽으로 뻗어가는 번영의 길, 민족의 미래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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