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세계 최초 상용화 D-1년, ‘망중립성‘ 재정립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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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18-05-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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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G 시대에 구글 등 IT기업 데이터 트래픽 폭증, 망 과부하 불가피

  • 현 망중립성 제도 하에서는 원격 의료 등 안전 직결된 트래픽 우선 처리 불가

  • 망중립성 개선, 통신비 인하에 기여할 수 있어

내년 3월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앞두고, 통신업계를 중심으로 인터넷의 자유로운 이용을 위해 네트워크 사업자의 트래픽 차단‧제한 등을 금지하는 조치인 망중립성 원칙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G 시대에는 4G 대비 모바일 트래픽이 크게 증가하고 자율주행차와 원격의료 등 이전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들이 대거 등장해, 이 같은 변화에 따라 망중립성 원칙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도 5G 시대에 새로운 가치를 반영할 수 있는 망중립성의 필요성을 인식해 이달부터 관련 논의를 본격화한다.

정부는 100대 핵심 국정 과제의 하나로 2019년 3월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선정했다. 당초 계획은 내년 6월이었으나, 5G 시장 선점이 국가 경제와 국민의 후생에 미칠 긍정적인 영향이 크다고 판단해 3개월 앞당겼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5G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2035년 기준 12조3000억 달러(약 1경3774억원)에 달한다. 미국 경제지 포춘이 꼽은 2016년 국제 1000대 기업 중 상위 13개 업체의 수익을 합산한 총액과 맞먹는 수준이다. 정부가 국가 차원에서 5G 조기 상용화에 관심을 두고 있는 이유다.

이에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월 초 5G 주파수 할당 계획을 공고해 6월 중 경매를 추진하고, 상반기 내에 이동통신사들이 5G 필수설비를 공유할 수 있도록 관련 고시를 개정한다. 이동통신 3사가 조기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미리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 통신업계 “5G 시대에 맞는 망중립성 원칙 필요”

통신업계는 정부의 5G 조기 상용화 추진에 찬성하면서도 5G 시대에 혼란을 불러올 수 있는 규제를 사전에 논의하고 완화해야 5G 상용화 이후에 발생할 혼란 상황을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통신업계는 망중립성 원칙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망중립성이란 네트워크를 가진 사업자가 트래픽을 동등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규제다. 인터넷을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임의로 망을 차단‧지연시켜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국내에서는 2011년 12월 당시 방송통신위원회가 △트래픽 관리의 투명성 △망 사용 차단금지 △불합리한 트래픽 차별금지 등을 담은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을 발표했고, 2013년 미래창조과학부(현 과기정통부)가 합리적 트래픽 관리기준을 마련했다.

5G 시대는 기존 생태계와 차이가 크다. 4G 대비 속도가 최소 20배 빨라지고, 연결 기기 수는 10배 늘어나는 5G에서는 트래픽이 크게 늘어난다. 특히 증강현실(AR)‧가상현실(VR)과 같은 초고화질, 대용량 콘텐츠의 등장으로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기업은 전보다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스코에 따르면 2021년 글로벌 모바일 트래픽은 49EB(엑사바이트, Exabytes)로, 2016년 대비 7배 증가하고, 접속할 수 있는 단말기의 수도 36억대 늘어난다. 이는 망을 가진 사업자가 폭증하는 데이터 트래픽을 홀로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통신사들이 망중립성 원칙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다.

이들은 또한 기존 망중립성 원칙이 5G 네트워크 효율성과 원격의료 등 5G 기반 신규 서비스의 활용도를 낮춘다고 지적한다. 5G는 기술 특성상 네트워크 슬라이싱이 가능하다. 이는 네트워크를 이동통신, 초고화질 콘텐츠, 자율주행차, 원격 의료,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용도를 구분해 다양한 맞춤형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이동통신사는 각 분야에 따라 차별화된 네트워크 품질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망중립성 원칙 하에서는 이 같은 새로운 네트워크 서비스를 활용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5G 상용화 이후 원격 진료, 수술이 가능해지면 응급상황에 따라 동영상이나 음성통화 트래픽보다 원격 의료 트래픽을 먼저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재난과 같은 긴급 상황에서 5G 드론을 띄워 현장 상황 정보도 어떤 트래픽보다 우선으로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망중립성 원칙은 모든 트래픽을 차별 없이 순차적으로 내보내도록 규정한다. 단순 동영상 시청 트래픽과 국민의 안전과 연관이 큰 원격의료, 재난 대응 서비스 트래픽 간의 경중을 따지지 못하는 것이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5G 이전에는 이동통신 망으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가 제한적이었으나 5G는 자율주행차와 재난 대응 서비스 등 안전과 직결된 서비스들이 대거 등장한다”며 “5G 네트워크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서비스별 요구 조건에 맞는 트래픽 우선 처리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21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5G 융합시대, 새로운 망중립성 정책방향 토론회' 현장. 왼쪽부터 한석현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팀장,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대외협력실장, 박용완 5G포럼 융합서비스위원장(영남대학교 교수), 임주환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장(좌장), 신민수 한양대학교 교수, 차재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 전성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정책국장, 김재영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정책국장.[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 5G 투자비 증가,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도...망중립성 개선이 통신비 인하에 기여

망중립성 원칙 재정립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와도 직결된다. 이동통신 3사의 5G 초기 설비투자비(CAPEX)는 1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LTE 상용화 전후인 2011년(7조원)과 2012년(8조원) 대비 25% 늘어난 수치다. 5G 주파수 특성상 전파의 직진성이 강하고 도달 거리가 짧아 설치해야할 기지국 수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급격히 늘어난 설비투자 부담은 통신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 5G 시대를 대비한 대규모 투자와 가계통신비 인하는 상충되는 셈이다. 통신업계는 두 가지를 모두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망중립성의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에서 B2B(기업과 기업간 거래)로 사업모델을 다변화하면 5G 조기 활성화뿐만 아니라 통신비 인하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국회도 “망중립성 원칙 변화 필요” 목소리

국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이동통신사와 포털 등 콘텐츠 사업자의 입장을 고려한 망중립성 원칙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2월 5G 시대에 적합한 특화 서비스 제공 등 기술과 산업의 변화를 반영하는 내용으로 망중립성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월 21일 ‘5G 융합 시대, 새로운 망중립성 정책 방향 토론회’를 개최했다. 변 의원은 당시 “5G라는 혁신성장 인프라를 토대로 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융합 서비스가 꽃 피울 수 있는 ICT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면서 “현재의 망중립성 제도의 변화를 통해 5G의 성장잠재력을 최대한 높일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또한 망중립성 원칙이 5G 시대에 등장할 새로운 가치와 충돌할 수 있는 부분을 파악하고, 조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이달 중으로 관련 협의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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