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드루킹 유감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도형 기자
입력 2018-04-24 20:41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더불어민주당 당원들이 지난해 5월 대선 전후, 지난 겨울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등의 시기에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댓글 추천 수를 조작했다는 이른바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이 정치권을 덮쳤다. 이에 대응하는 정치권의 태도는 다분히 정략적이다. 야권은 이 사건을 간만에 찾아온 호재라 여기며 여권을 물어뜯기 바쁘고, 여권은 야권의 비판을 한 귀로 흘리며 오는 27일 열릴 남북정상회담만 기다리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공세는 지나치다. 특히 이 사건이 이명박 정부 당시의 국가정보원 댓글공작 사건보다 “오히려 훨씬 더 심각한 민주주의 파괴 행위”(19일 김영우 한국당 진상조사단장)라는 한국당의 주장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매크로라고 하는 불법 프로그램을 통해서 일반 국민들의 민심을 완전히 대규모로 조작한 것”이라는 게 주장의 근거다. 그러나 드루킹 일당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구입한 게 대선 이후라는 지적엔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해서 대규모 댓글을 조작한 것이 핵심이 아니”라고 한다. 국가 공권력에 의해 자행된 사건을 이번 사건과 비교하는 것은 견강부회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 또한 마찬가지다. 지난 대선 당시 유력 후보였던 만큼 드루킹 사건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자신에 대한 비판 댓글을 모두 공작 내지 조작에 의한 것으로 치부하는 것은 문제다. 특히 비판 댓글에 노출됐던 자신의 처지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한해협 수장 미수 사건이나 장준하 선생의 의문사 사건에 비유한 것은 지나쳐 보인다.

그렇다고 민주당의 행태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이 정부의 실세인 김경수 민주당 의원이 드루킹에게서 주 오사카 총영사 후보를 추천받고 청와대에 전달했다는 사실은 인사 시스템 전반에 의문을 갖게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내걸었던 ‘인사추천실명제 공약’은 어디 갔나. 드루킹과 보좌진의 돈 거래 등에 대한 해명도 석연찮다. 민주당과 청와대는 야권에 투쟁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이 일은 입법 미비를 그대로 드러낸 사건이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불법선거 운동의 경계를 어떻게 그을 것인지 논의된 바 없다. 여론조작의 정의 또한 모호하다. 매크로 사용에 대해 적용되는 혐의는 고작 ‘업무방해’에 그친다. 국회는 변화하는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들은 언제나 늦다. 국민은 더욱 피로해질 뿐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