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바람바람바람' 송지효 "'런닝맨', 코미디 연기에 도움? 결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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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8-04-0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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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람바람바람'에서 미영 역을 맡은 배우 송지효[사진=NEW 제공]

배우 송지효(37)의 영역이 넓어졌다. 드라마 ‘궁’을 비롯해 영화 ‘여고괴담3’, ‘쌍화점’, ‘신세계’ 등 다양한 작품에서 도회적이고 차가운 성격의 인물을 연기해왔던 그가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을 통해 새로운 면면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무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여배우를 둘러싼 오해와 편견을 깨트려온 그는 방향을 바꾸어 배우로서의 ‘입지’에 대한 우려를 박살 내기 시작했다. 코미디 장르의 영화 ‘바람바람바람’(감독 이병헌)을 통해 연기와 예능의 경계를 허물어트린 것이다.

지난 5일 개봉한 영화 ‘바람바람바람’은 20년 경력을 자랑하는 바람의 전설 석근(이성민 분)이 여동생 미영(송지효 분)의 남편 봉수(신하균 분)를 바람의 세계로 인도하고, 그들 앞에 치명적 매력의 소유자 제니(이엘 분)가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이번 작품에서 송지효는 남편보다 SNS가 더 좋은 미영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그는 무기력한 남편 봉수와 철없는 오빠 석근이 못마땅하지만, 갑작스레 봉수가 변하기 시작하며,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인물.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치명적 매력의 소유자 제니를 만나게 되며 봉수를 향한 ‘의심’을 시작하게 된다.

“미영 캐릭터 속, 실제 저의 모습이 많이 묻어있는 것 같아요. 씩씩하고 당찬 모습에서 많이 느끼죠. 아무래도 없는 걸 끄집어낼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많지는 않더라도 제가 가진 모습들을 꺼내 부각하려고 했죠. (이)성민 선배와 (신)하균 선배의 도움이 컸어요. 상황을 계속 만들어주시니까 그런 (씩씩하고 당찬) 부분들을 많이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영화 '바람바람바람'에서 미영 역을 맡은 배우 송지효[사진=NEW 제공]


영화 ‘신세계’ 이후 6년 만이다. 오랜만에 스크린 복귀인 데다가 새롭게 도전한 코미디 장르에 내내 긴장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시사회 이후 영화를 곱씹어 보니 어떻냐”는 질문에 그는 “속상했다”며 연기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오죽 속상했으면 VIP 시사회 당일, 영화도 안 보고 술을 마셨겠어요. 완벽한 형태의 영상물로 보니 모자란 부분들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감독님의 대사나 템포를 살리지 못한 것 같아서 속상했고 또 후회됐어요. 사실 대본으로 봤을 때는 상상해서 연기해야 하잖아요. 조금만 더 생각하고 집요하게 해볼 걸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영화를 보고 나니 ‘아, 저런 느낌을 주라는 거구나’, ‘저렇게 연기하라는 거구나’ 하고 이해가 가더라고요. (캐릭터를) 제 것으로 못 만들었다는 생각도 들어요.”

지난 언론시사회 기자간담회 당시에도 송지효는 “이병헌 감독의 디렉션(화면에서 피사체 움직임의 방향성을 지칭하는 용어)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현한 바 있다. 도대체 이 감독의 디렉션이 어떻기에 배우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걸까?

“감독님의 호흡법이 어렵더라고요. 일반적 대사를 풀어서 하는 게 아니라 막으로 거르듯 함축하고 또 함축해서 한 마디로 표현을 하는 거예요. 그것도 엉뚱한 대사를 던지는 타이밍이 있는데 그런 부분들이 제겐 어려웠던 것 같아요. 또 감독님이 디테일하게 디렉션을 안 주시는데 그런 것들이 어렵다기보다는 제 것으로 만드는 게 조금 모자라지 않았나 싶어요. 보는 거랑 하는 거랑은 천지 차이더라고요. 하하하. 연기하기가 까다로웠던 것 같아요. 감정을 빼고 이야기를 하되 느낌이 실려 있어야 하는데…. 영화를 보니 딱 감이 오더라고요.”

이 외에도 또 다른 우려가 있었다. 불륜을 소재로 한 코미디이다 보니 희화화·미화에 대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던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바람바람바람’이 불륜을 옹호하거나 미화하는 게 아니냐고. 본의 아니게 전작인 드라마 ‘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도 바람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하지만 ‘바람’이라는 소재는 부부의 이야기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였고 ‘나는 이렇게 힘들었어 여보’라는 이야기를 하기 위함이었어요. ‘바람바람바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불륜을 응원하려는 게 아니라 각 인물의 관계를 보여주기 위해서 (장치로) 쓰였다고 봐요. 바람은 죄잖아요. 간통죄가 폐지되긴 했지만, 법 처벌받을 정도로 죄였던 거예요. 저도 바람은 결사반대고요. 많은 사람에게 공감, 재미 주려고 소재로 쓴 거로 생각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영화 '바람바람바람'에서 미영 역을 맡은 배우 송지효[사진=NEW 제공]


큰 우려와 아쉬움이 남았지만, 영화와 동료들에 대한 애정은 넘쳐 흘렀다. 송지효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남달리 화기애애했던 촬영현장을 짐작할 수 있었다.

“각자 역할이 있었어요. 이엘 씨나 성민 선배님은 맛집을 찾고, 저와 하균 선배님은 맛집을 평가하며 열렬히 리액션을 했죠. 하하하. 자기만의 역할 분담이 있었어요. 다들 성격이 다른데 그래서 더 잘 어울렸던 것 같아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송지효는 매번 자신의 이미지나 편견을 깨고 또 다른 영역을 개척해나갔다. 그는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며 “매사 열심히 하려고 하기 때문”이라며, 모험 정신을 가지고 모든 작품을 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인 때부터 저는 드라마, 영화, 예능 구분 없이 열심히 임했어요. 매 순간 최선을 다해서 가자는 게 저만의 방식이거든요. 다만 활동 경력에 비해 작품을 많이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하는 것의 차이는 크더라고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기 위해서 새로운 모습을 많이 보여드려야 하고 ‘런닝맨’이 그 기회를 제공해준 것 같아요.”

한 가지 장르를 성공적으로 마치면 유사한 작품들이 밀려들어 오기 마련. 그러나 송지효는 “시도하고 모험하는 것을 선호”하는 터라, “특정한 느낌만 가지고 있는 것을 피하려 노력”한다고.

“사람인지라 했던 걸 또 하는 건 재미가 없더라고요. 공포영화를 찍으면 다음에는 공포영화 시나리오가 우르르 들어오고, 사극을 찍으면 사극 대본만 들어와요. 그런데 저는 그런 게 재미없더라고요. 시도하고 모험하는 게 더 잘 맞는 것 같아요.”

영화 '바람바람바람'에서 미영 역을 맡은 배우 송지효[사진=NEW 제공]


차가운 이미지의 캐릭터를 줄곧 연기해왔던 송지효가 밝고 건강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의 힘이 컸다. “‘런닝맨’으로 많은 것이 달라졌다”고 여러 차례 말해온 송지효에게 “연기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예능과 영화는 템포와 결이 다르다”고 답했다.

“연기보다는 ‘사람’ 송지효에게 영향을 많이 미쳤죠. 저는 제가 가진 단점과 부족한 점을 잘 알거든요. 어린 시절 너무도 내성적이라고 밝고 외향적인 사람들이 너무 부러웠어요. 어느 정도로 소심했냐면 누가 저를 쳐다보면 긴장해서 막 화까지 냈다니까요. 하하하. 그러다가 ‘런닝맨’을 만나게 되었고 표현 방식이나 생각이 많이 달라졌어요. 삶의 질 자체가 달라졌죠. 가끔 고마워요. 제가 이렇게 변할 수 있게끔 도와준 멤버들, 제작진들이요. 이런 얘기를 하고 싶은데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말은 못 했어요.”

자그마치 10년이다. 강산이 변하고도 남을 시간 동안 송지효는 SBS ‘런닝맨’에 몸담아왔다. “이제는 한 가족”이라는 송지효의 말이 허투루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런닝맨’이 한 7~8년쯤 되었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솔직히 내일모레면 마흔 살인데 이 나이가 먹도록 ‘런닝맨’만큼 길게 해본 것이 있나 하는 생각이요. 이렇게 오랜 인연도 가족 말고는 없었던 것 같아요. ‘런닝맨’을 딱 서른 살에 시작했는데 돌아보면 저의 30대는 온통 ‘런닝맨’이더라고요.”

‘롱런’의 아이콘 MBC ‘무한도전’도 막을 내렸다. 이를 바라보는 송지효의 마음 또한 복잡하고 어지러웠다고. ‘무한도전’을 떠나보내며 ‘런닝맨’의 마지막 역시 상상해보았다고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영원한 건 없잖아요. ‘런닝맨’도 언젠가 끝이 나겠죠. 다만 그런 마음은 있어요. 언젠가 끝이 나기 때문에 더 소중한 것 같아요. 한 해, 한 해 그 마음이 더 진해져요. 지키고 싶은 마음도 커지고요. 끝이 나겠지만 또 끝이 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도 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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