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스티' 김남주 "데뷔 24년 만에 극찬…고혜란으로 불릴 때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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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8-04-05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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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티' 고혜란 역으로 6년 만에 방송 복귀한 배우 김남주[사진=더 퀸 제공]

그야말로 화려한 복귀다. 2012년 KBS2 ‘넝쿨째 굴러온 당신’ 이후 6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김남주(47)는 그간 선보였던 캐릭터, 연기와는 다른 결을 가지고 대중에게 돌아왔다. 연예계 데뷔 24년 만에 ‘김남주’가 아닌 캐릭터의 이름으로 불려보았다는 그는 언론의 극찬과 대중의 폭발적 관심이 아직도 “얼떨떨하다”고. 지금까지와는 새로운 면면을 만들고, 꺼내놓기 시작한 김남주를 만나 아직 떠나보내지 못한 ‘미스티’ 고혜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미스티’(극본 제인·연출 모완일)는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대한민국 최고의 앵커 고혜란(김남주 분)과 그의 변호인이 된 남편 강태욱(지진희 분), 그들이 믿었던 사랑의 민낯을 보여주는 드라마다. 이번 작품에서 김남주는 대한민국 최고의 앵커이자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고혜란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제게 ‘미스티’가 여타 작품보다 특별한 건, 제가 가지고 있지 않은 새로운 모습을 창조해냈다는 거예요. 드라마 ‘내조의 여왕’, ‘역전의 여왕’, ‘넝쿨째 굴러온 당신’까지, 연달아 코미디 장르를 3편 했는데 정극에서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었다는 게 의미가 깊어요. 사실 앞선 드라마들은 제 안에 있는 푼수기 넘치는 김남주를 캐릭터에 반영한 거라 연기에 어려움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미스티’ 고혜란은 달랐어요. 제게 없는 고혜란만의 모습들을 만들어야 했거든요.”

무려 6년 만의 신작. ‘내조의 여왕’부터 ‘넝쿨째 굴러온 당신’까지 연달아 작품을 히트 시킨 김남주인만큼 차기작에 신중을 기했을 터. “남편 김승우가 시나리오를 읽고 적극 추천”했다지만 신인 작가와 감독 거기에 종편 드라마라는 점 등, 선택에 걸리는 점들이 많았던 게 사실이었다.

“저는 드라마는 작가의 것으로 생각해요.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지만, 드라마는 작가의 역량이 (작품에) 큰 영향을 미치거든요. 시청률이야 하늘의 뜻이니까. 탄탄한 드라마와 매력적 캐릭터가 있다면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죠. 김승우 씨도 ‘드라마가 안 되더라도 너는 살아남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시나리오가 너무 탄탄했고 또 기존에 없던 강한 캐릭터가 마음에 들어서 시작하게 되었죠.”

김승우의 ‘눈’과 김남주의 ‘결정’은 훌륭했다. ‘미스티’는 첫 방송 이후 화려한 영상미와 탄탄한 시나리오, 배우들의 호연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김남주의 복귀에 대중은 환호했고 언론에서도 극찬이 쏟아졌다.

“다들 ‘미스티’가 기대 이상이라고 하시는데, 우리도 마찬가지였어요! 굉장히 당황스러웠죠. 특히 언론에서 이렇게 칭찬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방송 기사를 찾아보면서 ‘이 정도란 말이야?’, ‘내가 이 정도로 보이나?’ 싶을 정도였어요.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일단 시청층이 여성분들에 2030 세대의 직장인이시니 고혜란에 많은 공감을 해주신 것 같아요. 유리천장에 갇혀서 발버둥 치는 고혜란의 모습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신 것 같아요. 우리도 중간에 ‘사이다 발언을 계속 해야 하는데!’하고 생각했지만 그걸 만들어내기가 쉽진 않더라고요.”

'미스티' 고혜란 역으로 6년 만에 방송 복귀한 배우 김남주[사진=더 퀸 제공]


강한 여성 캐릭터로서 유리천장에 발버둥 치고, 성공을 위해 목매는 고혜란이었던 만큼 결말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는 시청자들도 있었다. 케빈 리(고준 분)를 죽인 범인과 씁쓸한 결말에 대한 아쉬움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1부부터 16부까지 철저하게 계산되어있어요. 시청자 반응에 따라 바뀌지도 않고, 장르물로서 ‘미스티’ 색깔을 지켰다는 거예요. 우리 드라마는 살인 용의자로 몰리게 된 최고의 앵커와 그를 변호하는 남편이 믿었던 사랑과 민낯을 보여주는 멜로드라마니까. 결말과 정확하게 부합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결말을 보고 성공만을 위해 달리는 게 아니라 지금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저는 마지막 회를 보고 많이 울었는데 허무하다기 보다 우리 드라마랑 잘 맞는 엔딩이었던 것 같아요. 다들 해피엔딩을 바라시지 않으셨을 것 같고 모든 분들이 만족하지 못했을 거예요.”

김남주는 ‘미스티’를 준비하며 “잃는 것이 없고 조금이나마 얻는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하며 지냈을 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김남주에게 또 하나의 ‘인생 작품’을 선물하게 됐다.

“1~2회 방송이 나가고 뜨거운 반응에 감격했죠. 촬영하는 동안 울컥, 울컥했었어요. 상을 받은 것보다 더 기뻤어요. ‘이렇게 노력하면 보상받는 구나’, ‘열심히 하면 알아주는구나’ 싶었죠. 제일 기뻤던 건, 밖에 나갔는데 ‘김남주다!’가 아닌 ‘고혜란이야!’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요. 캐릭터를 각인시켰다는 게 너무나 감동을 주었죠.”

극 초반 고혜란은 성공에 목매고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후배들을 짓밟아왔다. 하지만 드라마 중후반에 달하며 고혜란은 후배 정지원(진기주 분)에게 자신을 자리를 내주고 그를 북돋아 준다. “멋있는 선배, 데스크의 모습”이라는 평에 김남주는 “저 역시도 그런 선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제가 신인 때는 정말 무서운 선배들이 많았어요. 눈물을 흘리는 신이 있으면 막 앞에서 ‘야! 울어! 울으라니까!’하고 화를 내곤 했다니까요. 그래서 저는 후배들의 마음을 알아요. 엉키고 긴장될 때 다그치면 안 된다는 걸요. 억지로 해낸다고 화면에 자연스레 잘 담기는 것도 아니거든요. 정력 소모를 할 필요가 없어요. 시청률이 안 나오더라도 우리끼리 친하고 행복 하해는 팀이 되고 싶어요.”

그렇다면 ‘선배’로서 김남주가 ‘후배’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후배들이 저보다 낫죠. 요즘 애들은 연기도 잘하고 예쁘잖아요. 선배로서 해줄 수 있는 말은 ‘희망을 가져라. 나도 하고 있잖아’라는 거? 하하하. 윤여정 선생님, 나문희 선생님도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시니까 저도 그 선배들을 보며 용기를 얻거든요. 제가 그만큼 연기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선배님들의 몫을 이어받아 저 역시도 오랜 시간 연기하고 싶어요. 그러니 우리를 보며 나이 먹는 것에 겁먹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미스티' 고혜란 역으로 6년 만에 방송 복귀한 배우 김남주[사진=더 퀸 제공]


김남주는 자신의 안에 없는 ‘고혜란’을 만들기 위해 분투했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실제 김남주는 “작은 행복에도 기뻐하는” 소박한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그러나 어린 시절,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고혜란을 이해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어린 시절 저는 성공보다는 돈을 벌고 싶었어요. 부자가 되고 싶었죠.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었거든요. 고등학교 졸업 후, 인형 눈을 붙여볼까도 생각했었어요. 돈이 너무 안 돼서 그만뒀지만요. 그런 면에서 김남주와 고혜란은 비슷했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욕망’보다는 소소한 행복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어린 시절의 영향 때문일까? 김남주는 여전히 매사 자신감이 없다고 고백했다. 신인 때부터 지금까지 늘 자신이 없었다고. “스파게티를 먹고 아메리카노를 마실 것 같은 얼굴”이었지만, 실상은 “짜장면과 커피믹스를 좋아하는” 소박한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자존감이 낮은데 외모가 당당하고 당차서 항상 어떤 거리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 힘들었던 어린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연기할 때 슬픔을 담아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슬픔을 알지 못하면, 슬퍼할 수 없거든요. 불우했고 그런 시절을 넘어섰고 또 나이를 먹으면서 좋은 건 제가 풍부해졌다는 거예요. 많은 경험이 재료가 되어 깊이 있게, 풍부하게 표현될 수 있었어요.”

‘미스티’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폭발적인 인기로 인해 차기작 결정에도 많은 고민이 남는다는 김남주. 그는 오랜 시간이 가기 전, 새로운 캐릭터로 대중과 만나고 싶다고 덧붙였다.

“고혜란에 많은 응원을 해주시니, 다음엔 뭘 해야 하나 걱정스럽기도 해요. 팬들은 ‘이제 또 6년 뒤에 나오냐’면서 빨리 차기작을 결정하라고 하시는데요. 저는 지금 두 가지 방향을 두고 고민 중이에요. 고혜란과 다른 느낌의 당당한 여성 캐릭터를 할 것인지, 비교하지 못하게 사극을 해버릴지…. 하하하! 어떤 캐릭터를 해야 욕을 안 먹을까가 제일 관건이고 고민이네요.”

40대의 열정을 ‘미스티’에 쏟아부었다는 그는 작품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연기에 대한 재미를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고.

“현장에서도 만날 ‘미스티’가 제 마지막 작품이라고 하고, ‘내 40대의 열정’을 여기에 쏟아부을 거‘라고 했는데 하다 보니까 또 욕심이 나더라고요? ’또 할 수 있지 않을까?‘, ’또 좋은 캐릭터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고요. 어디선가 제 사주를 봤는데요. 올 연말에 또다시 인생 작품을 만나게 된대요. 남편 김승우 씨는 ’그런 건 나도 말해줄 수 있겠다‘고 하지만 그래도 기대가 되긴 해요. 한 번 믿어볼까 봐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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