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대환영” 금감원, 전임 원장 문제 다 털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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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모 기자
입력 2018-04-0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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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전임 원장이 연루된 사건이다. 신임 원장이 취임하면 공식적으로 임기가 시작된다. 임기 중 전임 원장의 비리를 조사하는건 조직 내부에서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 관계자의 말이다. 금융감독원은 최흥식 전 원장이 지난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당시 채용비리에 연루되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그간 진행했던 검사결과를 발표했다. 결론은 꼬리자르기다. 새로운 원장이 온 만큼 전임 원장의 비리를 제대로 밝히고 확실히 털고 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금감원은 이날 검사 결과 총 32건의 채용비리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 중 눈에 띄는 건 ‘최흥식 부사장 추천으로 표기된 지원자는 서류전형 합격기준(419점)에 1점이 미달했지만 서류전형을 통과해 최종 합격됐다’고 설명한 부분이다. 최 전 원장의 실명과 비리가 직접 언급됐다.

반면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채용비리에 대해서는 모호한 결론을 냈다. 검사를 총괄 지휘한 최성일 금감원 부원장보는 브리핑에서 “부정 입사자의 추천자가 김 회장이라고 특정할 수는 없다”며 “김회장의 연루 여부는 강제조사권이 있는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즉 법적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인지는 검찰이 판단해야 할 몫이라고 공을 넘긴 것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전임 원장 조사에 대한 부담을 일시에 털어낸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새로 취임한 김기식 원장이 하나금융을 더욱 압박할 수 있는 카드를 쥐어준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우선 금감원 내부에서는 김기식 원장을 반기는 분위기다. 이는 노조 성명에서도 잘 드러난다. 노조는 ‘이제, 정치인 김기식은 잊어라’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시민운동과 정치경력의 금감원장을 뽑은데서 금융관료를 견제하겠다는 대통령의 깊은 고민이 느껴진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금융위 출신 관료들이 원장으로 내정될 때 반대 의사를 확실히 했던 예전과는 확실히 다르다.

하나금융 입장에서는 여우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난 꼴이 됐다. 2014년 김정태 회장은 김승유 전 회장 라인인 최 전 원장(당시 하나금융 사장)을 내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금융감독원장으로 화려하게 부활했을 때에도 타협보다는 대립각을 유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임 원장의 비리를 다 털어낸 만큼 금감원 입장에서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하나금융을 그냥 둘 수도, 오히려 더 강도 높게 조사할 수도 있다”며 “김정태 회장 입장에서는 더 큰 압박감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김승유 회장이 3연임을 확정짓고 임기 진행에 있어 걸림돌이 될 만한 최 전 원장을 길들이기 위해 채용비리 사건을 터뜨렸다는 말도 나온다”면서 “하지만 최 전 원장이 사임이라는 초강수를 뒀고, 여기에 금융권 저승사자로 알려진 김기식 전 의원이 원장이 되면서 내부적으로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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