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민의 스포츠화(話)] 비난 받는 ‘소방수’ 신태용 감독, 러시아서 “난 난놈이다” 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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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18-03-29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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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감독.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에서 모든 종목을 통틀어 가장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사람은 신태용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다. ‘독이 든 성배’라고 불리는 대표팀 지휘봉이 이처럼 무겁고 뜨거웠던 적은 없었다.

9년 같은 9개월을 보냈다. 지난 7월 울리 슈틸리케 감독 후임으로 A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신태용 감독은 이란, 우즈베키스탄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무승부를 거두며,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1차 목표를 이뤘다.

기쁨의 순간은 찰나였다.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다음날 거스 히딩크 감독 영입 논란이 불거졌고, 이후 신태용 감독은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경기력 논란에 ‘적패’라는 가면이 덧씌워지면서, 신 감독에 대한 비난은 점점 감정적으로 변해갔다. 지금까지도 신태용 감독은 러시아월드컵으로 가는 ‘흔들다리’를 걷고 있다.

신태용 감독이 한국 축구를 구하기 위해 여러 번 ‘소방수’로 나선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2015년에는 급성 백혈병에 걸린 고(故) 이광종 감독 대신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맡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8강으로 이끌었다. 2016년 12월에는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안익수 전 감독의 뒤를 이어 20세 이하(U-20)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신 감독은 2017년 5월 한국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본선에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당시 한국 축구는 화끈했다. 선수 시절 '그라운드의 여우'로 불린 신 감독은 이승우, 백승호 등과 함께 남미, 유럽의 강호들을 상대로 공격축구로 맞불을 놨다. 갑작스럽게 대표팀을 이끌었지만, 한국 축구 발전 위한 새싹을 여럿 심었다.

화려한 경력에 오점을 남길 수 있는 국가대표 감독직이지만 신태용 감독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기회를 피하지 않았다. 국가대표 감독이 되는 것, 선수로 한 번도 나가보지 못한 월드컵 무대에 서는 것은 신태용 감독이 갖고 있던 오랜 꿈이었다. 심장이 후반 45분 때 처럼 빠르게 뛰었다. 독이 들어 있는 줄 알면서도 성배를 든 이유다.  한국 축구를 생각하는 마음은 그 누구보다 강하다.

신태용 감독은 감독대행에서 정식 감독으로 승격된 2010년 첫 해에 성남FC를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 시키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본인도 놀랐다. 당시 우승 후 신태용 감독이 "난 난놈이다"고 한 인터뷰는 그를 대표하는 말이 됐다. 러시아에서 신태용 감독의 목소리로 “난 난놈이다”를 다시 한 번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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