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특색 금융관리감독 모델의 '키맨' 궈수칭 "공식직함만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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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기자
입력 2018-03-28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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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민은행 '진짜보스'…은보감회 수장도 겸임

  • 이강 행장과 '투톱'체제…인민은행 중추적 역할 강화

  • 금융통화, 금융리스크 관리감독 정책조율 효율성 제고 기대

궈수칭 인민은행 당서기(오른쪽)과 이강 인민은행 행장.

“길은 처음부터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나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길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중국 근대 문학가 겸 사상가 루쉰(鲁迅)이 한 유명한 말이다. 최근 중국 금융 관리감독 기구 재편 과정에서 인민은행 당서기 겸 부행장, 은행보험관리감독위원회(은보감회) 당서기 겸 주석이라는 네 개 직함을 한꺼번에 얻은 궈수칭(郭樹淸)이 과거 사회과학원에서 '비교사회주의체제'로 박사 학위를 딸 당시 쓴 논문 ‘모델의 변혁과 변혁의 모델’ 서론에서 언급하기도 했다.

루쉰의 말처럼 시진핑 집권 2기를 맞이해 중국은 금융 관리감독 모델에 있어서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고 있다.

향후 3년간 '부채와의 전쟁'을 치르겠다고 선포한 중국이 금융 위기 리스크에 더 잘 대처하기 위해 금융관리감독 기구를 재편하고 파격적인 인선을 선보인 것. 21세기경제보 등 중국 언론들은 이를 ‘중국특색 금융관리감독 모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공식직함만 4개를 보유한 궈수칭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궈수칭은 지난 26일 인민은행 당서기 겸 부행장이라는 새 직함을 얻었다. 사실상 인민은행 ‘1인자’라는 뜻이다. 앞서 19일 인민은행 행장(총재)에 임명된 이강(易綱)보다도 당서열이 높다. 실제로 궈수칭은 공산당 중앙위원이고, 이강은 이보다 한 단계 낮은 중앙후보위원이다.

공산당이 국가에 우선하는 중국에선 주요 정부기관과 국유기업 산하엔 공산당 조직이 있다. 당조직 1인자인 당서기는 당의 지시를 받고 당에 보고를 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당서기는 해당 정부기관이나 국유기업 대표보다 서열이 높다. 하지만 보통은 당서기와 대표를 동일한 인물이 담당한다. 전임자인 저우샤오촨(周小川) 전 인민은행 행장도 당서기 직을 겸임했다.

하지만 중국은 최근 인민은행의 서기와 행장직을 분류해 사실상 궈수칭-이강 '투톱' 체제로 만들었다. 매우 이례적이란 외부 평가가 나온다.

중앙조직부에 따르면 궈수칭은 인민은행에서 인사와 당 업무·개혁 등을 담당하고, 이강은 행장으로서 실질적인 일상 업무를 담당한다. 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정부조직과 경제 운영에 있어서 당 영도력을 강화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로이터통신은 “인민은행에 ‘진짜 보스’가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은 ‘궈-이’ 투톱 체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향후 인민은행이 중국 금융 통화시장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민은행 부행장, 건설은행 회장, 증권관리감독위원회(증감회) 주석, 산둥성 성장, 은행관리감독위원회(은감회) 주석 등을 역임한 궈수칭은 자타공인한 금융 전문가다. 시장은 그를 개혁가, 행동주의자로 묘사한다. 중국의 한 은행 관계자는 궈가 1년 전 은감회 주석으로 취임할 당시 약속했던 주요 개혁조치를 1년내 모두 완수하면서도 은행권에 파동을 가져오지 않았다고 높이 평가했다. 시장은 친시장개혁파인 그가 저우샤오촨 전 행장의 시장 개혁개방 정책 방향을 이어나갈 것으로 내다본다.

반면 미국에서 오랜 기간 유학한 교수 출신인 이강은 경제금융 이론에 밝은 학자형 관료다. 21년간 인민은행에 몸담으며 풍부한 거시경제 관리 경험을 쌓는 등 인민은행 업무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 영어도 유창해서 국제무대에서 중국을 대표하기에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인민은행 내부 관계자들은 그를 “정직하고, 어질고, 내성적”으로 평가한다. 

게다가 궈수칭과 이강은 과거 부행장, 행장조리로 인민은행에서 4년간 함께 손발을 맞춘 경험도 있다. 두 사람은 지난 26일 인민은행 내부 회의에서 서로의 업무를 전력 지원할 것이라며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긴밀히 단결해 인민은행 업무의 새 국면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와 더불어 궈수칭은 은보감회 주석 겸 당서기라는 직함도 가지고 있다.

최근 중국은 금융시장 위기 리스크에 더 잘 대처하기 위해 15년 만에 금융 관리감독 기구를 재편했다. 그 과정에서 은감회와 보감회가 합쳐지면서 은행보험관리감독위원회(은보감회)라는 기구가 신설됐는데 그 수장을 맡은 것이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은감회 보감회 합병으로 은행·보험업의 통일 관리가 가능해져 그림자은행 방면에서 관리감독 허점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은보감회 주석을 맡은 궈수칭이 인민은행 당서기직도 겸임하면서 인민은행과 은보감회가 서로 충돌하지 않고 관리감독이나 정책 이행에 있어 서로 잘 조율할 수 있는 만큼 금융시장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은보감회 주석이 인민은행 당서기를 겸임하는 것은 중국특색 금융관리감독을 가장 잘 보여준 것”이라며 “이는 당의 영도력을 강화할 것이란 중국 지도부 요구에도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21세기경제보는 “궈수칭이 은보감회 주석 겸 서기, 인민은행 서기 겸 부행장까지 맡은 것은 매우 탐색적”이라며 “기존의 금융 관리감독 체제와 전혀 달리 참신하다”고 전했다.

한편 중국은 지난 20일 폐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15년 만의 금융 관리감독 체제를 재편했다.

과거 중국의 금융 관리감독 체제는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은감회·보감회·증감회, 이른 바 '1행3회' 체제였다. 하지만 중국은 지난해 8월 금융안전발전위원회(금안위)를 새로 설치하고, 은감회와 보감회를 은보감회로 합쳤다. 이로써 중국 금융 관리감독 체제는 기존의 1행3회에서 금안위-인민은행-은보감회·증감회, 이른바 '1위1행2회' 체제로 재편됐다.

금융 관리감독 체제의 최고위 기구는 금안위다. 시진핑 주석의 경제책사로 불리는 류허 신임 부총리가 금안위 주임을 맡았다. 금안위는 당중앙과 국무원의 금융업무 관련 정책을 결정하고 전체적인 금융개혁과 관리감독을 총괄한다. 또 통화정책과 금융정책, 각종 재정 산업정책을 서로 조율하고, 금융리스크에 총체적으로 대응하는 역할을 맡는다. 금안위 사무실은 인민은행 내부에 설치해 금안위와 인민은행 간 업무 소통을 원활히 이뤄지도록 했다.

중국 금융관리감독 체제[자료=중국언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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