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의 변방별곡] ‘미·중 10년의 대결에 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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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작가
입력 2018-03-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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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작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폭탄은 재선 플랜의 시동으로 해석된다. 지난 미국 대선과정에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미국 우선주의’의 현실화라는 점에서 우리가 입을 피해와 파장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한국 특사단이 중매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과의 담판도 북핵문제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재선 가도의 좋은 소재로 활용될 것이다.

속출하는 '미투(Me Too)'와 북핵문제에 우리 사회가 몰입하고 있는 사이, 이웃한 강대국 중국에서는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정치협상회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이번 양회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은 5년씩 2회로 제한된 국가주석의 임기규정을 폐지한 중국 헌법개정에 집중돼 있다. 주석의 10년 임기를 폐지하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집권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하든, 시 주석이 장기집권을 추구하든, 우리가 개입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스토롱맨’을 자처하는 두 강대국 지도자의 계속된 대결구도는 우리 국익과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꼼꼼한 대응전략을 요구하고 있다.

동맹에 기초한 한·미관계는 동맹을 강화하는 것 외에 다른 대응방안이 없다. 중국과는 기존의 어정쩡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는 외교적 수사는 더 이상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당장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 사이에 예상되는 충돌과 경쟁구도에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우리 국익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인지를 다각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보다 큰 문제는 중국에서 비롯될 수 있다.

시 주석의 지도력 강화는 우리에게도 중국 체제의 정치적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역사적 사실을 되짚어보면 시 주석의 장기집권은 중국 정치체제의 불안정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 내에서도 해외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시 주석은 나의 주석이 아니다’는 저항운동으로 이어지듯 ‘마오쩌둥(毛澤東) 시대의 회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마오쩌둥은 최초로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秦始皇)에 이어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해 두 번째 시황제의 위상을 확보, 톈안먼(天安門) 광장에 걸린 초상화를 통해 ’신‘으로 추앙받고 있다. 권력에 대한 마오의 집착은 ‘문화대혁명’이라는 인류역사상 대재앙을 불러왔지만 마오를 대신한 덩샤오핑(鄧小平)은 텐안먼의 마오를 끌어내리지 않는 대신, 집단지도체제와 주석직 임기 제한이라는 시스템으로 절대권력의 등장을 경계했다.

시 주석의 헌법개정은 덩샤오핑 시대의 ‘도광양회(韜光養晦)‘에서 벗어나 ’대국굴기(大國堀起)’한 주요 2개국(G2) 중국의 ‘중국몽(中國夢)’ 실현이라는 명분을 등에 업고 있다. 이미 시 주석의 위상은 덩샤오핑 이후 등장한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을 능가하고 있고 ‘시황제’라고도 불리고 있지 않은가.

시 주석의 장기집권 시대는 부패와 멀어질 수 있을까?

신흥강대국이 강대국과 경쟁을 하면 전쟁을 피할 수 없다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지지는 않더라도 1인 지도체제는 정치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면서 이웃나라와의 긴장과 갈등도 피하지 않는 ’패권국가의 행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중국의 ’행패‘가 우리에게는 두렵다.

물론 당장 중국이 미국과의 정면대결을 택할 리는 없다. 대장정 과정에서 보인 인민해방군의 전략전술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세(勢) 대결을 벌이고 전선을 형성하면서 치고 빠지는 게릴라전술을 구사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애꿎게 미·중 양국으로부터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두 강대국 간의 대결이 본격화될 때 ‘균형외교’는 자칫 어정쩡한 ‘양다리 걸치기’로 치부될 가능성이 높다. 초강대국 미국과의 관계가 동등하지 못하듯, 한·중관계도 역사 속에서는 단 한순간도 제대로였던 적은 없었다. 속국으로 전락하지는 않았지만 중국 왕조가 바뀔 때마다 우리는 조공을 바쳤고 수시로 침략을 당했다.

경상북도 문경시청 앞 정원에는 ‘당교사적비(唐橋史蹟碑)’가 세워져 있다. 이 비석 뒤에는 신라의 김유신 장군이 소정방 장군이 이끄는 당나라군과 전투를 벌여 당군을 물리친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지방 소도시에서 우연찮게 발견한 ‘자주적인’ 사적이 자랑스러웠다. 신라시대의 우리 선조들에게도 중국은 삼국통일의 든든한 지원군이 아니라 언제든 우리를 점령하고 복속시키려고 한 침략자의 모습으로 각인돼 있었던 것이다.

시 주석의 중국은 산업적으로는 우리의 가장 큰 시장이지만, 국제관계 속에서는 절대로 우리 편이 아니다. 다가올 10년, 미국과 중국의 전쟁에 대비할 수만 있다면 우리가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처지’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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