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의 변방별곡] '한반도기' 독도와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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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작가
입력 2018-02-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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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작가]


온 나라가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이라는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북핵 문제로 전쟁 위기까지 거론되던 연초의 긴장감은 봄눈 녹듯이 사라졌다. 북한의 참가로 평창올림픽은 ‘평화올림픽’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마련되었고, 특히 현송월에 이어 김영남, 김여정으로 이어지는 북한의 수위 높은 방남 인사 공세에 대한민국은 기대하지 않았던 남북화해 무드에 휩싸여 있다.
종편에 출연한 보수적인 인사마저도 “김여정을 비롯한 백두혈통의 방남이 진정한 남북대화와 남북교류 협력에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희망하기에 이르렀다.

정부는 정부대로 유엔의 공식제제 대상인 북측인사에 대한 예외를 공식 요청하고, 미국의 독자제재 대상인 고려항공을 김정은 위원장의 ‘전용기‘라고 포장하면서까지 애써 제재위반 논란을 피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북측 참가 선수단과 예술단, 응원단 등의 방남 비용에 수십억원의 남북협력기금을 당겨 쓰고 있지만 정부는 공개하지 않고 있기도 하다.

평창올림픽을 통해 조성되고 있는 남북 대화 무드를 북·미 대화로 이어지도록 해서 북핵문제를 푸는 단초로 삼겠다는 것이 정부의 의중이다. 북한도 이를 의식이라도 하듯, 예정된 열병식을 외신 초청 없이 조용하게 치르는 등 보조를 같이하고 있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대충 처리한 ‘한반도기 논란’은 두고두고 일본과의 독도 문제에 있어서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 번 더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당초 정부는 개회식에서 남북이 공동입장하면서 사용하는 ‘한반도기‘에 독도를 넣었다. 선수단의 단복에도 독도가 들어간 한반도기가 들어 있는 사진이 보도됐다. 그러나 지난 4일 열린 남북단일팀인 아이스하키 여자팀의 친선경기에서 독도가 들어간 한반도기가 등장한 것에 대해 일본정부가 강력하게 항의하자 정부는 두말없이 독도를 뺀 한반도기를 채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런 결정이 몰고 올 파장에 대해서는 별달리 고민한 흔적 없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방침이 ’정치적인‘ 논란거리를 피하는 것이라며 일본 측의 요청을 쉽게 받아들였다.

독도의 한반도기 표기가 정치적인 논란거리인가 묻고 싶다. 만일 그것이 '정치적'이라면 체제가 다른 국가인 남과 북이 같은 민족이라는 이유로 단일팀을 구성해 공동입장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더 정치적이지 않은가? 독도는 우리 정부의 일관된 입장 그대로 분쟁지역이 아닌 우리 고유의 영토다. 한반도기에 독도를 넣든 넣지 않든 일본이 관여할 정치적인 문제가 아닌 것이다.

외교적인 차원에서 정부가 아베 총리의 평창올림픽 참여에 대한 답례차원에서 양보한 것이라면, 있을 수 없는 외교참사가 아닐 수 없다. 자기 땅을 마음대로 표기도 못 하도록 하면서 외국 국가수반의 참석이라는 성과를 이끌어내는 올림픽이라면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독도문제는 영토문제이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양보할 수 없는데도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사로잡혀 참사를 빚었다.

관례를 제시하고 나섰지만 때로는 독도가 들어간 한반도기를, 때로는 독도가 빠진 한반도기를 국제대회에서 들었다. 가장 큰 문제는 과거에는 한반도기의 독도는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일본의 항의로 빠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평창올림픽 직전 도쿄 시내 한복판에 독도자료전시관을 개설, 독도 도발을 감행한 일본의 외교적  만행에 대해 우리 정부는 항의 한 번 하는 것으로 그쳤다.

이번 한반도기 사태는 자칫 국제사회에 독도문제에 대한 패러다임을 오도하도록 할 수도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한반도기 문제는 독도문제와 관계없다고 강변하는 정부는 보고싶은 것만 보고 듣고싶은 것만 듣는 ‘외눈박이 청맹과니’의 길을 가는 것과 다름없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대국화의 길을 가고 있는 미국과 중국, 일본의 틈바구니에 끼어 있다. 미국과 일본, 중국은 우리의 우방이나 보호자가 아니라 한순간도 경계를 늦출 수 없는 경쟁자이다. 한·미동맹이 영원히 지속되는 철갑 갑옷이 아니듯, 중국과 일본 역시 내심으로는 한국을 자신들의 ‘속국’이거나 ‘식민지’라는 의식을 자락에 깔고 우리를 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의식하지 않거나 모르고 있다.

단 한순간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상대가 미국이든 중국이든 일본이든, 북한이든 우리는 끊임없이 도전받으면서 국가의 존립마저도 위협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불투명한 ‘평창 이후’가 더 걱정되는 동상이몽(同床異夢)의 밤이 불면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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