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호 칼럼] ‘미투(Me Too) 태풍’ 으로부터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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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호 초빙 논설위원
입력 2018-02-0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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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호 세한대 교수]

뿌린 대로 거둔다. 무서운 인과(因果)법칙이다. 성적 욕망대로 저질렀던 악행들이 거대한 태풍으로 다시 돌아와 성적 가해자들을 덮치고 있다. 수십년 전에 저지른 행위들도 책임을 묻는다. 가해자는 혹독한 심판을 받고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이른바 ‘미투 운동’이 몰고온 ‘미투 태풍’의 결과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이 ‘미투 태풍’은 할리우드 영화계의 거물 제작자인 하비 웨인스타인을 첫 제물로 집어삼킨 데 이어, 20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미 NBC 간판 앵커를 해임시켰고, 앨라배마주 연방 상원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후보를 추락시켰다. 미국의 영화계, 언론계, 정계, 재계를 강타하고 있다.

앤젤리나 졸리, 니콜 키드먼, 기네스 팰트로 등 세계 최고의 여배우들이 ‘미투 운동’의 전면에 나서고 SNS를 통해 대중이 동참하면서 벌어진 결과이다. 순식간에 핵폭탄급 태풍으로 부상한 배경이기도 하다.

성폭력 근절단체인 타임즈 업(Time's Up)은 ‘뉴욕 타임스’에 전면 광고를 내 저소득 성폭력 피해 여성들의 법정 비용을 지원하고, 성폭력을 용인하는 기업들을 처벌하는 법안을 만들자며 ‘미투 운동’을 ‘타임즈 업’ 운동으로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단순하게 시작됐던 ‘미투운동’은 이제 거대한 ‘여성운동’으로 발전하고 있다.

‘미투 운동’은 미국을 넘어 중동, 유럽, 그리고 한국으로까지 영향권을 확대하고 있다. 서지현 검사에 이어 이재정 국회의원, 경기도 여성 의원, 그리고 임은정 검사에 이르기까지 ‘미투 태풍’의 위력은 더욱 강한 기세로 북상 중이다. 어느 조직보다 권력적이며, 상명하복과 남성중심의 문화가 지배하고 있는 검찰조직이 집중타를 맞고 있다.

재계도 무풍지대는 아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그룹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까지 태풍의 영향권에서 휘청거리고 있고 언론계, 문화예술계, 경찰 등 ‘미투 태풍’이 전 방위적으로 휘몰아치고 있다. 한국의 ‘미투 태풍’이 앞으로 어디를, 누구를 덮칠지 모를 일이다.

이 엄청난 ‘미투 태풍’ 속에서 나는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첫째, 무엇보다 먼저 인식을 바꿔야 한다.

성적 희롱이나 추행, 그리고 성적 폭력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성적 일탈의 문제로 해석하기보다는 사회 구조적 문제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오랜 남성중심, 남성 우월적 구조의 사회에서 남성과 여성 간에 ‘성적 계급’이 형성되었고, 성적으로 열위한 위치에 있는 여성을 대상으로 ‘성적 폭력’을 휘둘렀다는 것이 여권 운동가들의 공통된 해석이다. 우리 사회 엘리트들의 성범죄는 한마디로 ‘권력형 범죄’인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회적 인식’을 바꿔야 성적 약자인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성적 일탈행위나 범죄 등을 막거나 최소화할 수 있다. 바로 이 길이 남성 스스로를 보호하는 길이기도 할 것이다.

둘째, 문화를 바꿔야 한다.

문화는 사회나 집단의 생활양식이다. 따라서 구성원 개인은 그 사회와 집단의 삶의 양식에 자연스럽게 동화될 수밖에 없다. 동시에 그 사회나 집단의 질서와 규범과 가치를 따를 수밖에 없다.
어느 조직보다 남성우월주의, 상명하복의 문화가 팽배한 검찰에서 한국의 ‘미투 운동’이 가장 먼저 시작된 것도 결코 우연의 일이 아닐 것이다. 문화가 변화하면 사회도, 집단도, 조직도 변화한다. 따라서 남성 우월적 계급문화를 하루빨리 바꿔야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특히 엘리트들에 의한 성적 탈선행위들을 추방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철저한 자기관리가 요구된다.

인간은 성적 유혹을 이길 수 없다. 성적 본능 때문이다. 따라서 성적 유혹을 극복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성적 유혹에 넘어갈 수 있는 환경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요셉’이라는 인물이 좋은 모델이다. 노예시절 자신이 주인으로 섬기고 있는 보디발의 아내가 “남편이 출타해 없는 틈을 타 동침하자”고 유혹할 때, 필사적으로 그 자리를 피해 벗어나는 방법으로 성적 범죄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

미국의 저명한 목회자 빌리 그레이엄 목사가 1948년 선언했던 ‘모데스토 선언(Modesto Manifesto)'이 바로 여기서 나온 원리이다. 빌리 그레이엄 목사는 “아내 외의 여성과 단둘이 식사를 하거나 만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이 선언을 지킴으로써 단 한 번의 스캔들 없이 64년간의 결혼 생활을 마칠 수 있었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의 ‘펜스 법칙(Pence Rule)'도 같은 맥락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펜스 부통령은 “아내 외의 여자와는 절대로 단둘이 식사하지 않으며, 아내를 동반하지 않고는 술자리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펜스 법칙‘으로 ‘미투 태풍’으로부터 안전한 삶을 누리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등 진보 진영은 펜스를 ‘성차별주의자’라고 맹공을 퍼붓고 있지만, 펜스는 이 법칙을 ‘보호구’ 삼아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미투 태풍시대’에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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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호 세한대 교수
글로벌리더스포럼 상임고문 
전 KBS 뉴욕특파원
전 한국기자협회 부회장
전 KBS 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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