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시인 <괴물>, 문단 내 성폭력 논란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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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기자
입력 2018-02-06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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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로 시인 성폭력 고발…당사자 "잘못된 행동 뉘우쳐"

[사진='황해문화'에 실린 시 <괴물>]


최영미 시인이 '황해문화' 2017년 겨울호에 발표한 시 <괴물>이 SNS 상에서 다시 회자되면서 문단 내 성폭력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이 시는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Me too/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라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또 "몇 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내가 소리쳤다/"이 교활한 늙은이야!"/감히 삼십년 선배를 들이받고 나는 도망쳤다"는 내용이 나온다.

'En선생'은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는 것으로 유명하고 “100권의 시집을 펴낸” “삼십년 선배” 등으로 표현된다. 시 말미엔 “노털상 후보로 En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En이 노털상을 받는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이 나라를 떠나야지/ 이런 더러운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아// 괴물을 키운 뒤에 어떻게/ 괴물을 잡아야 하나”라고 심정을 토로하는 부분이 등장한다. 

이 시는 지난 4일 트위터 ‘문단-내-성폭력 아카이브’에 올랐고 6일 오후까지 1500여 회 가까이 리트위트됐다. 페이스북 등 다른 SNS에서도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아카이브는 “문학이란 이름으로 입냄새 술냄새 담배 쩔은내 풍기는 역겨운 입들. 계속해서 다양한 폭로와 논의와 담론이 나와야 한다. 적어도 처벌이나 사람들 눈이 무서워서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도록. 최영미 시인님 고맙습니다”라며 문단 성폭력 고발 운동을 촉구했다.

성폭력 가해 당사자로 묘사된 원로 시인은 6일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30여년 전 여러 문인들이 함께있는 어느 출판사 송년회에서 있던 일인 것 같은데, 술 먹고 서로 격려하느라 손목도 잡았던 듯하다"며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 희롱으로 규정된다면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뉘우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최 시인은 6일 저녁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작년 가을쯤 오랜만에 시 청탁을 받았는데, 페미니즘 특집이니까 관련 시를 써달라고 했다"며 "고민하다가 이 문제를 건드리지 않으면 작가가 아니다, 제일 중요한 문제를 써야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손석희 앵커는 "시 안에서 묘사된 것이 성폭력 문제다. 내용을 보면 누군지 충분히 짐작할 만한 사람이 등장해 오늘 더 논란이 된 것 같다. 단순 풍자시로 볼 수 있느냐 이견도 있다"고 말했고, 최 시인은 "문학작품은 내가 특정 인물이 떠올라서 주제로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쓴다. 그런데 시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이 들어온다. 예술창작과정의 특성이다. 혹은 자신의 경험, 사실을 기반으로 쓰다가도 과장되기도 한다. 그 결과물로 나온 문학작품은 현실과는 별개의 것이다. 현실과 독같이 매치시키면 곤란하다"고 선을 그었다.

손 앵커는 '괴물'로 지목된 시인이 이날 '뉘우친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냐고 물었고, 최 시인은 "당사자로 지목된 문인이 내가 처음 떠올린 문인이 맞다면 구차한 변명이라 생각한다. 그는 상습범이다. 한두 번이 아니라 여러 차례 너무나 많은 성추행, 성희롱을 목격했고 내가 피해를 봤다. 피해자가 셀 수 없이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위터 ‘문단-내-성폭력 아카이브’ 계정 등 SNS에서는 또 다른 문인들의 성폭력 고발이 올라오면서 2016년 문단을 떠들썩하게 했던 문단 성폭력 논란이 다시 불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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