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한담冬夏閑談] 잘 사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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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호 전통문화연구회 회원
입력 2018-02-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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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세가 다 되도록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대던 젊은이가 개 덕분에 인생역전을 이뤘다.

고아원, 소년원, 조폭, 도박판을 전전하던 그는 자신이 개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무작정 그길로 애견훈련소를 찾았다. 거기서 진정한 자기 가능성을 발견했고, 그게 직업이 되었다. 즐겨서 하는 일의 강력한 에너지와 그의 반려견 이야기는 신문에도 났다.

공자는 “아는 것이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이 즐기는 것만 못하다(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 지지자불여호지자 호지자불여락지자, <논어> '옹야편')”고 했다. 도(道)에 이르는 과정을 그렇게 표현했지만, 보통사람 세상살이도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취미가 직업이면 ‘잘 사는 인생’이라고 한다. 야구광이던 명문대생이 전공을 마다하고 야구장 기록원으로 취업했다거나, 대기업 사원이 뒤늦게 취미를 따라 국악계로 나섰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그 용기에 감탄하고 부러워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러나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은 드물다. 늘 그쪽만 쳐다보다가 퇴직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그래서 은퇴 후 취미를 찾는 이들이 적지 않으나 숱한 현실적 문제로 만족도는 낮은 편이다.

즐겨 일하는 사람이 많으면 사회는 그만큼 건강해진다. 개인과 공동체의 에너지가 증대하고, 효율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 정신과 의사는 그런 힘이 가장 강력한 나라로 일본과 독일을 꼽았다. 좋아하고 즐기는 아마추어들 힘만으로도 비행기나 잠수함을 만들 정도의 저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우리는 어떤가. 학교 교육에서부터 노후까지 좋아하는 것을 즐길 기반이 매우 취약하다. 항시 성적과 타인의 시선 그리고 외적 가치에 쫓기며 산다. 그로 인한 잠재력 누수와 삶의 손실은 엄청나다. 안타까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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