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금융시장 위협하는 관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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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운 기자
입력 2018-02-0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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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금융사들의 최대 희망은 '관치' 축소다. 새 정부가 적폐 청산을 제1 공약으로 내건 만큼 금융권의 기대도 컸다. 실제로 관치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고 믿기도 했다. 하지만 '희망 고문'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어김없이 나오고 있다.

금융사들은 우선 지난 연말부터 불거진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이 전형적인 관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회장을 선임하는 이사회 구성원들이 현직 회장이 선임한 사람들이고, 현직 회장이 회장추천위원회 등에 포함돼 있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연임하는 구조는 공정하지 못하다는 시각이다. 이는 당국으로서는 충분히 문제를 제기할 만한 사안이다.

하지만 금융사들은 그동안 계속돼 왔던 방법이고 편법을 쓴 것도 아닌데 "왜 이 시점에 갑자기…"라는 의문을 던지고 있다.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이 예민한 사안에 대해 번갈아 가며 '쌍포'를 쏘는 모습도 어색하다. 최근 KB금융지주의 윤종규 회장이 연임하고,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이 3연임을 앞두고 있는 게 계기가 되었으리라 짐작된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현 정부가 금융권에 자리를 만들려는 포석에서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의심할 정도다. 

노무현 전 대통령 고교 동문이자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 몸담았던 김정민 전 KB부동산신탁 사장이 KB부동산신탁 부회장으로 재입성한 것도 그렇고, 하나금융지주 사장 출신인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을 선임한 것도 김정태 회장에 견제구를 날리는 차원이라고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새 정부의 관치가 끊기지 않았다는 금융사들의 의심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실손보험료 인하 등도 마찬가지다. 시장의 자율적인 경쟁을 무시하고 서민을 위한다면서 막무가내 식으로 기업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는 것도 관치가 그 원인이다.

지난해 정부는 소상공인의 비용부담을 덜어 일자리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카드수수료 인하 방책을 꺼내들었다.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여 최저 임금을 올릴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정책이다. 하지만 소상공인이 어려움을 겪는 진짜 이유는 높은 임대료와 세금이다. 가맹점 수수료에서 해결책을 찾겠다는 정부의 비정상적인 정책에 의아함을 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사실 이 같은 관치는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카드사들에도 연간 3500억~5000억원가량의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카드사만의 피해로 끝나는 것도 아니다. 수익 창출이 기본인 기업으로서는 어디선가 손실이 나면, 또 다른 어디에선가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고객에게 간접적인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 

보험사들도 마찬가지다. 대선 공약 중 하나였던 실손보험료 인하를 놓고, 정부는 해묵은 추정 통계치로 보험사들의 손해를 예측해 현실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한 채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

한마디로 탁상공론이라는 얘기다. 보험사들은 정부가 비급여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보험사들에 보험료 인하만 압박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그리고 부당함을 떨쳐내기 위해 펼치는 정부의 정책은 마땅히 칭찬받아야 한다. 하지만 시장 원칙을 무시한 채 관치만으로 해결하려는 방식은 잘못됐다.

정치권과 정부의 역할은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룰을 만들고 시장 질서가 유지되도록 감시하는 것이다. 관치로 인한 부작용이 기업과 소비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무술년에는 관치가 아닌 자율경쟁으로 시장이 자정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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