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선거가 예정된 남미 국가 니카라과에서 대통령이 직접 선거 종식을 선언했다. 선거를 치르지 않고 자신이 계속 정권을 잡겠다는 것이다.
2007년부터 두 번째 대통령 임기를 이어오고 있는 니카라과의 다니엘 오르테가(81) 대통령은 가까운 시일 내에 선거를 치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AP통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를 두고 20년 동안 이어온 철권통치를 이어가고 야당을 억압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오르테가 대통령은 지난 19일 수도 마나과에서 열린 좌파 혁명 47주년 기념 정부 집회에 참석해 "이곳에서 다시는 선거가 없을 것"이라며 "(야당이) 정부와 권력을 잡기 위한 수단으로 선거를 이용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양키들이 세우고, 소모사 세력이 세운 정당은 권력을 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연설에서 오르테가 대통령은 발언의 상당 부분을 미국과 야당을 비판하는 데 할애했다. 그는 야당을 미국의 지원을 받는 요원이라고 깎아내리는 한편, 그의 정부가 새로운 법안을 만들어 쿠데타 모의 세력, 매국노(sellout) 등을 막는 장벽과 봉쇄 조치를 세우겠다고 공언했다.
오르테가 대통령은 1979년 소모사 독재 정권을 전복시킨 '산디니스타 혁명'을 통해 권력을 잡았다. 이후 1985년 대통령에 당선돼 임기 5년을 채웠다. 하지만 이후 세 차례 낙선했으며, 2007년 다시 권좌에 복귀했다. 그 이후 4회 연임을 통해 20년 동안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있다.
AP 통신은 오르테가 대통령이 헌법을 개정하고 야당을 탄압하는 등 국정 전반에 대한 통제력을 키워왔다고 분석했다. 2018년 대규모 시위에는 유혈 진압을 해 국민 수백 명이 사망했다. 2021년 대선에서는 당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야당 후보를 투옥하고 자신의 승리를 선언했다. 당시 오르테가의 득표율은 76%로 발표됐다. 미국 정부는 오르테가의 대통령직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번 '선거 종식' 발표에 대해 NYT는 "니카라과가 민주주의인 척하는 가장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021년 대선에 출마했다가 구속된 뒤 2023년 미국으로 망명한 펠릭스 마라디아가는 "오르테가는 니카라과 민주주의를 오래 전 묻어버렸다"면서 "이번 (발표는) 그가 쓰려고 했던 합법성이라는 가면이 완전히 벗겨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인권단체와 유엔을 인용해 오르테가 정부가 시위대를 처형하고, 기자와 야당 정치인, 비평가, 종교인, 심지어 자신의 충성파까지 투옥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대중 연설은 오랜만에 오르테가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꼽힌다. NYT는 오르테가 대통령이 최근 몇 년 동안 공식 행사에 거의 나타나지 않았으며, 지난해 헌법 개정으로 '공동 대통령'이 된 부인 로사리오 무리요가 외부 일정을 수행한다고 전했다. 연설장에서 오르테가 대통령은 쇠약한 모습으로 대부분 앉아 있었으며 발언을 천천히 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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