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 중국의 실리콘밸리, '혁신의 성지' 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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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정 기자
입력 2018-01-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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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글, 중국 선전 사무실 개소...텐센트, DJI 등 IT 공룡 모여있어

  • 중국 혁신의 핵심역량....특허출원, 유니콘 배출, 기업상장의 동력

중국 선전특구. [사진=신화통신]

 
미국 굴지의 IT 기업 구글이 중국 남부 선전시의 문을 두드렸다. 상하이, 베이징에 이어 선전에 중국 내 세번째 사무실을 신설하고 중국 시장 공략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왜 선전일까. 구글 관계자는 "선전에는 중요한 고객과 협력 파트너가 있어 중국 시장 확대를 위한 소통의 교량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중국 '개혁·개방'의 시작점인 선전은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비견될 만큼 수많은 스타트업과 유니콘을 배출하는 중국 '혁신의 성지', 중국의 첨단기술 강국 도약을 위한 중요한 '발판'으로 평가 받는다.

우선 중국 대표 혁신기업이 몰려있다. IT 공룡으로 온라인 게임, SNS 시장을 꽉 잡고 있는 글로벌 기업 텐센트의 본사가 이곳에 있고 세계 3위의 스마트폰 제조업체이자 글로벌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 중싱(中興, ZTE), 알리바바와 바이두 관련 하이테크 기업이 선전에 발을 딛고 있다. 

지난 9일부터 12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소비가전박람회인 'CES 2018'에서 '중국 굴기'(우뚝 섬)를 과시한 핵심 지역 역시 선전이었다. 무려 652곳의 선전 기업이 박람회에 참가했고, 이는 중국 참가업체의 절반에 육박하는 숫자다.

중국 국무원 직속통신사인 중국신문사는 " '선전의 힘'이 중국 제조업 혁신의 거대한 역량으로 부상했으며 솟구치는 시장 수요, 완벽하게 갖춰진 산업사슬과 인프라 등을 고려할 때 선전을 중국 제조업을 대표하는 글로벌 '명함'으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높게 평가했다.

일본 닛케이 중문판은 지난 15일 선전 관련 기사에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의 한 달이 선전에서는 한 주와 같다"며 엄청난 변화와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선전은 세계의 공장이자, 짝퉁의 도시이고 기술혁신의 중심이자 창업자들의 성지라며 하나의 단어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고 수 많은 기업이 꿈틀거리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미국 CB 인사이츠(CB insights)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시장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미상장 유니콘은 전 세계에 총 222곳으로 그 중 59곳이 중국 기업이었고, 이 중 대다수가 선전에 뿌리를 두고 있다. 세계적인 민간 드론 생산업체로 한국에도 진출해 익숙한 다장(大疆, DJI)도 대표적인 선전의 혁신기업이다.

중국 부자연구소 후룬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17 후룬 중화권 유니콘 지수'에서 선전 기업 10곳이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텐센트, 다장, 알리바바 산하 물류업체인 차이냐오(菜鳥), 텐센트의 인터넷 은행인 웨이중은행(微衆銀行, 위뱅크), 로봇기업인 유비쉬안(優必選, UBTech), 디스플레이 제조업체 러우위(柔宇, Royole), 웨어러블 제조업체인 러신(樂心), 인테리어 O2O(온·오프라인 통합)업체 투바투(土巴兎), 부동산 전자상거래업체 팡둬둬(房多多, FangDD) 등이 그들이다.

이에 따른 기술적 성과도 눈부시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특허 출원 수는 일본, 미국을 넘어 세계 1위를 차지했고 이 중 절반이 선전에서 나왔다.

혁신과 창업, 여기다 선전 당국, 중국 정부의 정책지원, 시장 확대 등에 힘입어 선전 기업의 증시 기업공개(IPO)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자금조달에 있어서도 든든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로 이 역시 주목된다. 

글로벌 회계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A주에 총 437곳의 기업이 안착했으며 이 중 선전 기업이 40곳으로 전체의 10%에 육박했다. 이들 40개 기업 대부분은 전자, 컴퓨터, 의약·바이오, 경공업 등 분야의 기업으로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이들 40개 기업의 시총은 3256억3200만 위안(약 54조2601억원)에 달했다.

선전이 중국의 혁신동력으로 떠오른 배경에는 지속적인 개혁·개방이 있다. 진입 문턱을 낮추고 자원을 빠르게 흡수하며 부지런히 발걸음을 놀린 결과라고 심천특구보(深圳特區報)는 정리했다. △자금유치(引資) △인재확보(引智) △기술흡수(引技)에 집중한 것이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이번에 새롭게 제시한 정책에서도 알 수 있듯 선전은 보다 나은 비즈니스 환경 조성을 중시해왔다. 행정효율을 높이고 기업경영 비용을 축소, 기업서비스 개선에 힘을 쏟았다. 관리·감독 규범을 지속적으로 정비하고 지역경제의 빠른 성장 등을 바탕으로 시장 활력을 유지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지난해 9월까지 선전시가 유치한 누적 외국인직접투자(FDI)액은 892억7700만 달러에 육박했다. 세계 500대 기업 중 280여 곳이 선전시에 진출했거나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1~11월에만 세계 8885곳의 기업이 3150억8000만 위안을 투자했다. 1979년 4곳에 불과했던 외자 등록기업은 2015년 말 기준 4만3017곳에 달했다. 

창업을 통한 혁신역량을 갖추기 위해 지난 2013년 지방정부 최초로 사업자 등록제도를 개편하기도 했다. 최저 납입자본금 기준을 없애고 우선 등록 후 허가를 내주는 방식을 채택했다. IT, 바이오, 환경 등 전략산업과 항공우주, 로봇 등 미래산업에 거액을 지원하며 성장동력 확보에도 속도를 올렸다. 

'중국제조 2025' 등에 따라 제조업 선진화를 추진해 첨단 하드웨어 생산공장 유치에도 탄력이 붙었다. 지난해 디스플레이 제조업체인 화싱광전(華星光電)이 10억 위안을 투자해 11세대 TFT-LCD와 아몰레드 신형 디스플레이 공장 건설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해당 공장은 2019년 3월 양산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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