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항소심서 '靑 캐비닛 문건' 증거 채택

노경조 기자입력 : 2017-12-08 20:21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항소심에서 '청와대 캐비닛 문건'이 증거로 채택됐다.

서울고법 형사3부(조영철 부장판사)는 8일 열린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의 블랙리스트 사건 항소심 속행공판에서 특검이 제출한 문건을 모두 증거로 채택했다. 특검과 검찰이 청와대로부터 문건 사본을 넘겨받은 것은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문건들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 제2부속실에서 관리하던 공유 폴더, 정무수석실, 민정수식실에서 발견된 파일과 문서 등이다. 대통령이나 비서실장이 주재하는 수석비서관회의 자료다.

문건 등이 재판 증거로서 효력을 가지려면 원작성자가 임의로 만들거나 위·변조했는지 판단하는 '진정성립' 절차를 거쳐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증거능력'을 입증받아야 한다.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증거로 채택하고, 이후 혐의를 입증할 증명력이 있는지는 재판부가 따로 검증한다.

재판부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은 기록물에 대한 파기, 손상, 은닉, 국외 반출 등을 금지하고 있고 이는 기록물을 보존해 유실을 방지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대통령 비서실이 사본을 검찰이나 특검에 제공한 것은 유출 등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문건들을 위법 수집 증거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문건을 공개하면 안 된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에는 "대통령기록물 공개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절차적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문건이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됐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사본 내용이 공개되는 것에 대해 사본 보유자에게 유출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며 "(청와대가) 사본을 검찰과 특검에 제공한 것을 누설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편 김 전 실장은 발언권을 얻어 "어떤 정권이 국정운영을 끝내자마자 대통령기록물을 공개해 정치적 공방을 벌이거나 민사·형사 재판에 증거로 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또 "대통령기록물은 역사에 판단을 맡기기 위해 상당 기간이 지나고 공개될 수 있도록 절차를 까다롭게 하고 있다"며 "새 정부가 들어서 법이 공개하지 못하게 한 것을 포렌식 등 과학적 기법으로 알아내 공표한다면 법의 당초 목적이 몰각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번 판단은 증거능력 부여를 위한 임시적 판단"이라며 "어떤 문건과 내용을 공개할 수 있을지 등은 최종 판단과정에서 한 번 더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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