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반드시 잡는다' 백윤식 "영화 흥행? 하느님도 모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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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7-11-28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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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반드시 잡는다'에서 심덕수 역을 맡은 배우 백윤식[사진=NEW 제공]

배우 백윤식(70)의 연기 경력, 필모그래피를 세는 것은 무의미하다. 47년을 연기해온 그는 삶이 곧 영화고 또 무대기 때문이다.

영화 ‘반드시 잡는다’(감독 김홍선)는 오랜 시간 끊임없이 연기 활동을 펼쳐온 백윤식에게도 낯설고 신선한 작품이었다.

30년 전 미제사건과 동일한 수법의 살인이 또다시 시작되자 동네를 잘 아는 터줏대감과 사건을 잘 아는 전직 형사가 촉과 감으로 범인을 쫓는 내용을 담은 영화 속 백윤식은 아리동의 터줏대감 심덕수 역을 맡았다. 꼬장꼬장한 성격으로 동네 주민들에게 인심을 잃었지만 아리동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의 범인을 잡기 위해 분투하는 인물이다.

“독거노인인 심덕수를 연기할 때 크게 괴리를 느끼지는 않았어요. 저도 나름 연륜이 있고 꽤 살지 않았습니까? 배우라는 직업을 통해 사회의 한 부분, 일원으로 살아왔으니 그가 느끼는 심리적 상황이나 환경에도 공감이 갔던 거죠.”

백윤식은 심덕수 캐릭터를 두고 “귀여운 스쿠르지”라고 평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수성가하고 꼬장꼬장한 인물”로 그리되, “자기관리가 철저하고 속이 깊은 면”을 흘리듯 그려놓았다는 것이다.

“심덕수가 극 중 젊은이들에게 쓴소리를 하는 건 ‘더 노력하라’는 뜻이에요. 젊은이들의 현실이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 205호 사는 지은(김혜인 분)이와의 관계도 마찬가지죠. 병아리에서 닭이 되는 과정은 힘들지만 또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그건 심덕수의 철학이에요.”

영화 '반드시 잡는다'에서 심덕수 역을 맡은 배우 백윤식[사진=NEW 제공]


백윤식은 심덕수라는 캐릭터를 구축하며 원작 웹툰인 ‘아리동 라스트 카우보이’를 참고했다고 밝혔다. 6·25라는 시대에 나고 자랐으며 동생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진 심덕수를 보고 차근차근 캐릭터를 설계해나간 것이다.

“우리 영화에는 표현되지 않았지만 그가 가진 복잡한 심리, 성격은 기본적으로 안고 가고자 했어요. (원작 웹툰의) 작품 후기를 봤는데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겠더라고요.”

영화 ‘타짜’를 비롯해 ‘내부자들’, ‘반드시 잡는다’에 이르기까지. 많은 만화 원작을 연기해온 그가 원작, 그것도 웹툰을 찾아보고 또 참고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웹툰보다는 단행본을 많이 봐요. (백)도빈이가 책을 구입해주기도 하고, 원작이 있는 영화를 찍을 때는 필히 시리즈 문고를 구입해서 보곤 해요.”

영화 ‘반드시 잡는다’가 새로운 것은 중장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범죄·스릴러·액션이라는 장르를 소화했다는 점이다. 중장년층도 치열한 액션을 선보일 수 있고 또 느리지만, 긴장감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전에는 일당백 하는 액션을 많이 했었죠. 싸움의 고수 역할이었으니까. 하지만 심덕수는 정말 평범한 인물이고 본능적인 액션을 펼쳐요. 정신력으로 가는 거예요. 목숨을 내놓고. 많은 이들에게 당하기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니까 꽤 많은 사람과 부딪치더라고.”

영화 '반드시 잡는다'에서 심덕수 역을 맡은 배우 백윤식[사진=NEW 제공]


쟁쟁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배우 라인업이었다. 백윤식을 필두로 성동일, 천호진, 배종옥 등 충무로 대표 배우들이 한데 모인 것이다. 백윤식은 특히 상대배역인 성동일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드러내며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 칭찬했다.

“(연기 호흡은) 무조건 좋았지. 오죽하면 제작보고회 때부터 ‘연기 잘한다’고 계속 칭찬을 했겠어. 나름 (성)동일이도 연륜이 있는 배우인데. 자연스럽게 (성동일의) 전작들을 접했는데 참 좋은 배우더라고요. 특히 이번 박평달 역은 (성동일에게) 인생 캐릭터야. 스스로도 ‘전무후무한 캐릭터’라고 하더라고요. 이전에는 못 본 새로운 걸 보여주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다들 내가 ‘연기 잘한다’고 칭찬하니까 웃던데. 저는 진심이에요. 연기도 많이 늘었고 잘 합니다.”

어느덧 47년의 연기 경력을 자랑하고 있는 백윤식. 그에게 “꾸준히 관객몰이할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장담할 수 없는 일”이라며 함부로 입에 담을 수 없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우리들끼리 하는 말로 ‘관객의 정서는 하느님도 모르는 일’이에요. 시기나 사회 분위기에 따라 달라지고 또 변수도 많죠. 저는 궁극적으로 흥행은 관객의 평가에 달렸다고 봅니다. 중요한 관심이 있다는 거죠.”

영화 '반드시 잡는다'에서 심덕수 역을 맡은 배우 백윤식[사진=NEW 제공]


긴 시간 작품 활동을 해온 백윤식인 만큼 작품의 다양성에 갈증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년층 배우들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백윤식은 담담히 “억지로 되는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 업계가 할리우드식으로 변해하고 있다고 봐요. 그곳은 영화의 메카니까. 기본성은 가지고 있되 관객들이 좋은 정서를 가져주면 장르가 더 다양해지지 않겠어요? 한쪽만 치우치는 건 별로라고 봐요. 그런 의미에서 투자·제작사의 마인드가 서서히 준비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여건만 형성된다면 그분들이 의지를 갖추고 만들면 되니까. 거기에 걸맞은 재료들을 준비해야죠.”

앞으로 등장할 다양한 장르 또 작품의 ‘재료’가 되기 위해 항상 “열려있고 싶다”는 백윤식. 정제되지 않고 끊임없이 흐르는 그는 “틀에 갇히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배우로서의 철칙 같은 것도 없어요. 자연인입니다. 하하하. 내 직업에 충실하고 최선을 다하되 항상 현재 진행형이 되고 싶어요. 아이엔지(ing)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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