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감시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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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근 기자
입력 2017-10-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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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구도 '하늘의 그물'을 벗어나지 못한다

  • 인공지능 감시 시스템 ‘톈왕(天網)’ 구축

  • 고성능 CCTV 전국에 2000만대 설치, 성별·연령·차종까지 실시간 파악 가능

  • 위챗 등 모바일 메신저 감시도 강화… 국민들 '사생활 침해' 걱정

중국이 ‘시진핑(習近平) 집권 2기’의 개막을 알리는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통제를 최고 수위로 강화하고 있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행사인 탓에 그럴 수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문제는 중국의 이런 통제가 ‘일상화’돼 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픽 = 김효곤 기자]

중국은 ‘감시공화국’이다. 감시공화국으로서의 두 가지 특징을 모두 갖추고 있다. 하나는 ‘닫힘’이고, 다른 하나는 ‘감시’다.

중국은 외부와 차단된 ‘닫힌 사회’다. 닫힌 사회의 특징은 옳고 그름을 오직 국가가 판단한다는 점이다. 체제 유지를 위해 국가가 개인의 사생활을 철저하게 감시하고 통제한다. 힘의 논리가 횡횡하고 강력한 제재가 최선의 효과적인 설득 수단이라고 믿는다.

중국은 또 ‘빅 브라더(Big Brother) 국가’다. ‘빅 브라더’는 ‘감시하는 사람’을 뜻한다. 빅 브라더는 극단적 전체주의에 대한 경고를 담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모든 것을 통제하는 보이지 않는 기관이자 허구의 인물이다.

중국은 이미 빅 브라더 사회로 진입했다. 단적인 예가 ‘톈왕(天網·하늘의 그물)’이다. 중국 관영 중앙방송인 CCTV는 최근 방송한 6부작 다큐멘터리 ‘휘황중국(輝煌中國, Amazing China)'의 5부에서 ‘톈왕’이라 불리는 인공지능 감시·추적 시스템을 소개했다.

톈왕은 중앙정법위원회 주도 하에 공안부와 공신부 등 여러 부처가 공동 참여한 국가 프로젝트다. 반부패·반범죄 사회구현을 위한 시스템의 일환으로 엄청난 숫자의 인공지능 감시카메라(길거리 CCTV)를 기반으로 구축한 범죄 용의자 추적 시스템이다. 현재 설치된 감시카메라 숫자만 2000만대가 넘는다. 감시카메라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감시카메라는 움직이는 사물을 추적하고 판별하는 인공지능 길거리 CCTV와 범죄 용의자 데이터베이스를 연결시켰다.

중국 관영 CCTV는 “중국이 세계 최대의 영상 감시 관리 시스템 톈왕을 완성했으며, 톈왕이 국민 안전을 수호하는 ‘눈’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선전했다.

길거리 CCTV에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안면 인식 장치 등이 장착돼 있다. 도로 위를 달리는 차량이나 횡당보도를 건너는 행인 등을 포착한 뒤 안면 인식을 실행한다. 수배자 명단에 있는 용의자와 일치한다고 판명되면 경보가 울리도록 돼 있다.

CCTV에 찍힌 영상을 볼 수 있는 모니터에는 사람과 차량 등 움직이는 사물에 대한 정보가 꼬리표처럼 실시간으로 따라붙는다. 정보는 ‘여자-30세-검은 바지’ ‘백색-SUV’ 등으로 표시된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몇 살인지, 어떤 옷차림인지, 어떤 차종인지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행인은 노란색 네모, 자동차는 파란색 네모, 자전거와 오토바이는 빨간색 네모로 표시된다.

360도 회전이 가능한 고성능 CCTV의 성능은 100미터 떨어진 광고판의 전화번호까지 볼 수 있을 정도로 우수하다. 느리게 재생하면 고속도로를 운행하는 차량 번호판도 식별할 수 있다.

실제로 중국 일부 지방 공안당국에선 이 톈왕을 통해 수배자를 검거한 사례를 보고하기도 했다. 장시성(江西省) 난창(南昌)에서는 톈왕의 도움으로 지난해 1600명이 넘는 범죄자를 체포했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톈왕은 지난 8월 칭다오(靑島)에서 열린 맥주축제에도 활용됐다. 200만명이 넘는 참가 관객들이 안면인식 시스템의 감시를 받은 것이다. 전과자 5명과 마약혐의자 19명이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이에 대해 중국 인민들은 치안 시스템에 박수를 보내기보다는 ‘사생활 침해’를 걱정하고 있다. 정부가 일거수일투족을 감사하는 사회에서는 사생활이 있을 수 없다는 자괴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길거리뿐만이 아니다. 온라인 감시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감시망이 더욱 촘촘해지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에 따르면 인터넷정보판공실은 지난달 25일 중국판 트위터로 불리는 웨이보(微博)와 중국판 카카오톡인 웨이신(微信·위챗), 중국 최대 검색엔진 기업인 바이두 인터넷 게시판 등 중국 3대 정보통신기술(IT) 업체의 대표적 소셜미디어서비스(SNS)에 대해 벌금을 부과했다.

음란과 테러, 민족 간 증오를 부추기는 정보와 논평에 대한 검열을 소홀히 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한 마디로 체제 유지에 위협이 되는 불순한 정보에 대한 관리 소홀의 책임을 물은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이 지난달 23일부터 세계 최대 온라인 메신저인 미국 왓츠앱(WhatsApp) 접속을 전면 차단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구글에 이어 왓츠앱까지 중국 정부의 차단 리스트에 오른 것이다.

왓츠앱 접속 차단에 앞서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중국에서 금지된 해외 사이트로의 우회 접속을 가능하게 해주던 VPN(Virtual Private Networks) 서비스도 일찌감치 중단됐다.

중국 정부의 감시망은 개인 간 소통 채널인 모바일 메신저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적발되면 처벌이 단호하게 집행된다.

국제 멀티미디어 라디오 방송국인 미국의소리(VOA)는 지난달 26일 허난성(河南省) 푸양시에 사는 40대의 한 네티즌이 5일간의 구류 처분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웨이신 메신저에서 멍젠주(孟建柱) 공산당 중앙정법위원회 서기를 의미하는 ‘멍(孟)’자를 사용, 멍 서기의 치부를 폭로해 미국으로 도피한 재벌 궈원구이(郭文貴)의 폭로 내용을 암시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한 마디로 국가 지도자를 모욕했다는 것이다.

중국 공인(工人)일보는 최근 메신저에 올린 농담 한마디, 동영상 한 편이 빌미가 돼 징역형을 선고받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 창핑구에 사는 농민공(農民工, 농촌 출신 도시 노동자) 장모씨(31)는 지난해 9월 웨이신으로 친구들과 채팅을 하며 “나랑 같이 이슬람국가(IS·극단주의 이슬람 무장단체)에 가입하자”고 농담했다가 한 달 뒤 공안국에 체포돼 기소됐다. 베이징시 제1중급인민법원은 장씨에게 테러리즘을 부추긴 혐의로 징역 9개월에 벌금 1000위안(약 172만원)을 선고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메신저에서 친구끼리 주고받은 농담까지 당국이 어떻게 알 수 있는지 궁금하고 놀랍다는 반응이다.

베이징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가는 왕모씨도 비슷한 일을 당했다. 그는 지난 1월 자신의 모바일 메신저에 테러와 관련한 내용이 담긴 동영상을 올렸다가 사흘 만에 경찰에 잡혀갔다. 베이징시 제2중급인민법원은 그에게 징역 8개월에 벌금 1000위안을 선고했다.

모바일 유저들의 모임장소인 그룹채팅방도 감시 대상이다. 중국 당국이 마련한 ‘인터넷 그룹채팅방 정보서비스 관리규정’에 따르면 전파 금지 대상에 정치 등 민감한 화제에 대한 허위 루머, 군사기밀, 음란, 마약, 폭력, 홍콩·대만 관련 소식 등이 포함돼 있다.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는 지난달 27일 웨이보 감독원 1000명을 모집한다고 게시했다. 감독원의 임무는 웨이보에 올라온 글에서 음란, 폭력 등 유해 정보를 찾아내는 것이다. 감독원은 1인당 매월 200건 이상을 신고해야 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차오양(朝陽) 군중’도 감시의 일선에 서 있다. ‘세계 5대 정보조직’으로 불릴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차오양 군중은 경찰에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베이징의 시민봉사 조직이다. 북경청년보의 자매지 법제만보(法制晩報)는 최근 “차오양 군중은 13만명 규모이며 매달 수백 위안의 보조금을 받고 활동한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4년도에 이미 2020년까지 ‘사회신용평가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개인과 기업을 개별적으로 평가해서 등급을 매기겠다는 것이다. 신용평가사가 개인과 기업의 신용에 점수를 매긴 다음 점수에 따라 혜택이나 불이익을 주는 시스템이다. 도로 무단횡단 등 법규를 위반하면 CCTV 등의 감시 시스템에서 이를 확인한 후 벌점을 주고, 벌점이 쌓이면 기차 탑승이나 은행 대출이 거부될 수도 있다.

보안뉴스에 따르면 지난 6월 27일, 중국 북서쪽에 위치한 신장 위구르 자치구 주민들은 문자 메시지 하나를 받았다. 위구르 자치구 주도(主都)인 우루무치의 톈산(天山)구에서 보낸 것이었다. 메시지 내용은 ‘징왕(凈網, Jingwang)’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라는 것이었다.

설치 목적에 대해서는 테러리스트 정보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지 않으면 10일간의 유치장 구금을 경고했으며 애플리케이션 설치 여부를 무작위로 확인하겠다고 했다.

위구르 자치구는 중국 내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이 모여 사는 곳으로, 중국령으로 편입된 1949년 이후 분리 독립을 둘러싸고 끊임없는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국제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Freedom House)는 7월 13일 성명서를 통해 “표면상으로는 ‘테러리스트 영상’을 찾아내고 제거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우루무치에 거주하는 300만명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조치인 데다 평화적인 종교 행위나 정치적인 표현 등을 포함해 주민들을 다른 명분으로 처벌할 구실을 제공한다”고 비판했다.

중국의 이런 감시와 통제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적은 그렇게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호주 경제평화연구소가 실질개발지수(GPI)와 사회치안, 군사무장 등을 종합평가해 발표한 '2017 세계평화지수'에서 중국은 세계 163개국 중 116위에 그쳤다. 한국은 47위, 북한은 155위였다.

중국은 ‘빅 브라더’ 사회로 성큼성큼 나아가고 있다. 권력자의 입장에서 보면 정권에 저항하거나 반대하는 사람들은 눈엣가시 같은 존재들이다. 요즘 한국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블랙리스트’처럼 리스트를 만들어 감시하고 통제하고 싶은 욕망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성숙한 사회’, ‘열린 사회’로 가는 길이다. 열린 사회는 감시와 통제로 다스리겠다는 유혹에서 벗어날 때 가능하다. 중국에는 지금 ‘감시공화국’의 검은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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