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 중국 인민이 원하는 '반부패', 공산당 영원히 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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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0-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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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8부작 반부패 다큐멘터리 '이 길은 영원히 계속된다' 방영

  • 부패호랑이 참회의 눈물, 눈부신 반부패 성과 강조...지속의지 천명

  • 시진핑 1인 독재체재 구축 수단이라는 분석도

시진핑이 중국 국가 주석 겸 공산당 총서기로 집권한 이후 중국에 매서운 반부패 바람이 불고있다. 이러한 사정바람은 앞으로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시진팡 중국 주석. [사진 = 신화통신]


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이 다큐멘터리에는 도로를 질주하는 스포츠카도, 긴 다리의 멋진 오빠도, 신비롭고 현명하기 그지없는 현인도 없다. 하지만 큰 파장과 두려움을 일으키고 보는 이를 반성하고 스스로 묻게 한다. 등장인물도 파격적이다. 저우번순(周本順) 전 허베이성 당서기, 바이언페이(白恩培) 전 윈난성 서기, 리춘청(李春城) 전 쓰촨성 서기 등등….과거 격양된 목소리로 호령했던 ‘호랑이’들이 낙마 후 ‘정치적 화장’을 지우고 부패했던 과거를 흐느끼며 참회한다”

17일부터 25일까지 중국 관영언론 CCTV 채널1에서 방영한 8부작 반(反)부패 다큐멘터리 ‘영원히 이 길은 계속된다(永遠在路上)’에 대해 대공망(大公網)은 이렇게 소개했다. 중국 사정당국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기율위) 선전부와 CCTV가 공동 제작한 다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겸 공산당 총서기 집권 이후 시작된 반부패의 성과와 중국의 변화를 보여주고 앞으로도 반부패를 위한 거침없는 전진은 계속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 인심향배(人心向背 민심을 거스른다)
 

CCTV가 방영한 반부패 다큐는 (왼쪽부터) 저우융캉 전 정법위 서기의 법정재판 장면과 바이언페이 전 윈난성 서기의 참회의 인터뷰가 등장하며 시청자의 거물급 부패호랑이의 현실을 보여줬다. [사진=CCTV 보도화면 캡처]


“런쭈이, 후이쭈이(認罪, 悔罪 죄를 인정하고 후회한다)”

1부 ‘런신샹베이’에서는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 서기는 물론 리춘청 전 서기 등 부패 호랑이가 법정에서 죄를 인정하는 장면이 줄지어 이어진다. 백발의 노인이 된 저우 전 서기는 잔뜩 인상을 쓴 얼굴로 ‘런쭈이, 후이쭈이’를 외친다. 그는 현 정권이 잡아들인 역대 최대 거물급 호랑이로 전 세계가 재판을 주목했다.
 
바이언페이 전 서기의 회환에 찬 인터뷰도 이어진다. 바이 전 서기는 “가난한 가정의 자식으로 탐관오리를 증오했었다. 하지만 직위가 올라가고 주변 환경이 변하면서 스스로에게 관대해지고 욕망이 커졌다. 충분한 보수를 받았는데도 부패를 저질렀고 이로 인해 공산당은 물론 중국 인민에게 큰 피해를 입혔다”고 참회했다. 또, “나는 부패를 저질렀지만 앞으로 공산당이 단속 을 강화해 부패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다큐는 공산당이 반부패의 길을 영원히 걷는 것은 오로지 인민을 위해서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부패는 청렴하고 올바른 사회에서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민심을 완전히 거스르는 일이라는 것이다. '종엄치당(從嚴治黨·엄격한 당 관리)'으로 청렴한 공산당을 세우고 반부패 투쟁을 지속하는 것은 중국 인민에 대한 약속이며 세계를 향한 공개적인 선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 누구도 법 앞에서 예외가 없음을 확실히 했다. 실제로 시 주석 집권 후 고위 공직자의 낙마 소식이 줄을 잇고 있다. 장제민 전 국자위 주임과 저우번순 전 서기를 포함해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 비서출신으로 알려진 링지화(令計劃) 전 중앙통일전선공작부장, 저우 전 서기 측근인 리둥성(李東生) 전 공안부 부부장, 양둥량(杨栋梁) 전 국가안전감독총국 국장 등 18기 중앙위원만 9명이 낙마했다.

차기 중앙위원을 노리는 후보 중앙위원도 추풍낙엽처럼 쓸려갔다. 2012년 18차 당 대회 이후 후보 중앙위원 171명 중 무려 13명이 낙마했다. 최근에는 국유기업 수장은 물론 궈보슝(郭伯雄) 전 군사위 부주석 등 군 장성의 낙마 소식도 늘고 있다.

◇ 8항규정, 솔선수범과 기율로 만들어낸 변화
 

[그래픽= 아주경제 김효곤 기자 hyogoncap@]



시 주석이 주도하는 반부패 사정바람은 청렴한 공산당을 만들기 위한 8항규정과 함께 본격화됐다. 2부(솔선수범), 3부(어려워도 흔적은 남겨라)는 시 주석의 솔선수범으로 시작된 8항규정과 달라지는 중국의 모습을 소개했다.

8항규정은 시 주석이 정권을 잡은 직후인 2012년 12월 4일 개최된 정치국 회의에서 승인한 반부패 방지 규정으로 공무원의 차량·접대·연회 간소화, 회의시간 단축, 수행인원 축소 등 방안이 담겼다. 

8항규정이 적용된 직후인 12월 7일 광둥성 선전시를 찾은 시 주석은 평범한 버스를 타고 인민들과 함께 도로 위를 달렸다. 특별호위도 없었다. 행인들이 악수를 청하면 웃으며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걸었다. 시민들은 감동했다. 이처럼 시 주석은 8항규정을 몸소 실천하며 중국 공직사회에 메시지를 던졌다. “나를 따르라”

최고위층의 솔선수범으로 8항규정이 자리잡으면서 중국 사회에도 변화가 생겼다.

뇌물로 통용됐던 고가의 바이주·월병·예술품·골프 회원권 등에 대한 수요가 급감하면서 관련 업계가 큰 타격을 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고가의 바이주를 사기 위해 늘어선 긴 줄은 사라졌다. 마오타이 등 바이주 기업의 매출은 급감했고 중국 주류업계에는 매서운 구조조정의 바람이 불었다.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대중화로 활로를 찾은 바이주 기업은 '뇌물로 돈 버는 기업'에서 벗어나 '대중의 기업'이 됐고 올 들어 실적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4부(날선 칼을 빼 들어라), 5부(기율을 최우선으로)는 8항규정, 기율 준수와 감찰·단속을 통한 공직사회 기강잡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최근 기율위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18차 당 대회 이후 지난 8월 31일까지 사정당국은 총 13만9000명에 대한 8항규정 위반 사례를 접수했고 이 중 18만7000명을 조사했다. 실제로 당 혹은 행정상의 징계처분을 받은 인원만 9만1913명이다.

중국 공산당 기율 위반만 두고 보면 지난 2013년부터 올 9월까지 전국 사정당국은 총 101만8000건을 조사했고 무려 101만명에게 징계를 내렸다.

6부(파리를 잡아 부패를 바로 잡는다), 7부(톈왕(天網·글로벌 네트워크)으로 잡는다)는 파리잡기와 여우사냥의 중요성, 성과를 소개한다. 인민과 가장 가까운 파리(하위 공직자)의 부패가 민생을 어지럽히며 사회에 큰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바닥부터 시작하는 반부패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중국을 벗어나도 부패사범이 숨을 곳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은 인터폴은 물론 각국 당국과 협력해 ‘여우사냥’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지난 24일 중국 공안부가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2016 여우사냥’으로 지난 20일까지 67개 국가 및 지역에서 634명의 해외도피 사범을 본국으로 송환했다.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주임을 역임했던 장제민 전 페트로차이나 회장도 반부패 다큐에 등장에 자신을 죄인이라 지칭하며 지난 과거를 참회했다. [장제민 전 페트로차이나 회장]


“나는 페트로차이나를 이끄는 수장이었고 모든 걸 결정했죠. 아무도 내게 멈추라는 신호를 보내지 않았습니다.....페트로차이나가 썩어 문드러진 것은 제 책임입니다. 앞장서서 제도를 파괴했고 이를 따라 많은 사람들이 부패했죠. 저는 페트로차이나에 있어 역사에 남을 죄인입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국자위) 주임을 역임하고 중국 대표 국영 석유업체인 페트로차이나를 이끌었던 장제민 전 회장은 8부 ‘표본겸치(標本兼治·문제와 그 근본을 다스린다)’에서 어두운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장전 회장 외에 류톄난(劉鐵男) 전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주임, 탄치웨이(譚栖偉) 전 충칭시 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주임 등이 마지막으로 참회하는 ‘호랑이’의 모습을 보여줬다.

다큐의 끝은 시 주석을 비롯한 중국 당국의 반부패를 뿌리 뽑겠다는 강력한 의지와 반부패 길에서의 전진이 흔들림없이 계속되리라는 메시지가 가득했다.  

“더 멀리, 더 찬란한 미래로 나아가되 지나온 길과 시작을 잊지 말자. 미래를 향해 도전하자. 초심을 잃지 말고 계속 나아가자” 

- 시진핑 주석, 2016년 7월 1일 중국 공산당 창립 95주년 대회

◇ 반부패의 길은 영원히 계속된다

반부패의 매서운 칼바람이 불기 시작한지 4년여의 시간이 흘렀지만 사정바람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24일부터 나흘간 개최되는 제18기 중앙위원회 제6차 전체회의(18기 6중전회)의 핵심의제가 ‘종엄치당’이라는 사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매년 한 차례 열리는 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는 공산당의 주요 방침을 결정한다.

6중전회 개최와 함께 반부패 성과를 높게 평가하고 반부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중국 언론보도도 쏟아지고 있다. 이는 향후 당국이 반부패를 지속해야 하는 이유를 확실히 대중에 알리고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25일 시 주석의 반부패에 관한 발언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 법치 속에서 그 누구에게도 요행이나 혜택은 없다 △ 극약으로 병을, 뼈를 깎는 아픔으로 상처를 치료한다는 결심과 용기는 변하지 않는다 등을 언급, 공산당의 반부패 의지가 견고함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외신을 중심으로 시 주석의 행보가 순수한 의도가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반부패를 정적 제거, 독재체제 기반 확보 등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 저우 전 서기, 후 전 주석의 측근이었던 링 전 부장과 파벌이 쓰러진 것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판단은 미래의 몫이다. 어쨌든 시 주석은 이렇게 말했다. “반부패는 권력 투쟁을 위한 ‘하우스 오브 카드'(권력암투를 그린 미국 드라마)가 아니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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