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에 이어 히딩크까지…‘과거형’ 韓 축구의 불안한 회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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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교 기자
입력 2017-09-06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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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왼쪽)과 이동국.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국 남자축구가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전 세계 209개 국제축구연맹(FIFA) 회원국 중 6번째로 이룬 위업이다. 박수를 받아야 마땅할 쾌거에 국내 축구계 분위기는 마냥 축하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미래를 내다봐야 할 한국 축구가 과거로 역행하는 모양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6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10차전 우즈베키스탄과 원정경기에서 0-0으로 비겼다.

시원한 승리와 함께 자력 진출을 꿈꿨던 신태용호는 같은 시간 시리아가 이란 원정경기에서 2-2로 비기면서 가까스로 조 2위 본선행 진출을 확정지었다. 한국은 4승3무3패(승점 15)를 기록하며 시리아(3승4무3패·승점 13)를 승점 2점 차로 겨우 제쳤다.

이로써 한국은 1986년 멕시코 대회부터 2018 러시아 대회까지 9회 연속 월드컵에 진출하게 됐다. 1954년 스위스 대회를 포함하면 통산 10번째 월드컵 본선 진출이다.

하지만 한국 축구는 월드컵 본선 진출 확정 뒤에도 마음 놓고 헹가래도 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예선 10경기에서 단 4승밖에 챙기지 못하며 답답한 경기력을 보인 한국 축구는 위기다. 한 골조차 넣기도 힘들 정도로 공격 축구는 실정됐고, 지루한 경기력에 축구 팬들의 탄식만 늘었다.

가장 심각한 위협은 ‘미래의 실종’이다. 이번 대표팀에는 두 베테랑이 긴급 수혈됐다. 30대 후반의 이동국과 염기훈이 대표팀에 승선했다. 더 큰 문제는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지은 우즈베키스탄전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인 두 선수가 두 명의 베테랑이는 것이다. 염기훈은 경기 내내 거의 모든 공격을 주도하는 맹활약을 펼쳤고, 이동국은 골을 기록하진 못했으나 짧은 출전 시간에도 가장 확실한 슈팅을 두 차례나 선보였다.

일각에서는 ‘월드컵 4강 신화’의 역사를 쓴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의 한국 축구대표팀 복귀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이 같은 ‘히딩크 기용설’이 사실무근이라며 일축했다.

하지만 이동국이 태극마크를 단 데 이어 히딩크 전 감독의 복귀설까지 나도는 것은 월드컵 본선 진출 확정에도 못마땅한 한국 축구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대변하고 있다. 심지어 축구 팬들은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뤘다’가 아닌 ‘당했다’는 표현으로 비아냥거리고 있고, ‘이대로 월드컵 본선에 나가면 무슨 의미가 있냐’며 회의론을 꺼내들었다.

이제 한국 축구는 2018년 6월 14일 개막하는 러시아 월드컵으로 향한다. 신태용호는 심각성을 직시해야 한다. 이대론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망신만 당할 수 있다. ‘미래’가 없다면 ‘과거’와의 조화를 모색해 최선의 전력을 꾸려야 한다.

신 감독은 지난 7월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의 후임으로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월드컵 본선까지 신 감독이 이끈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신 감독은 아직 자신의 ‘축구 색깔’을 내지 못했다. 자신의 지도 철학인 ‘공격 축구’를 펼치지 못하고 ‘무득점·무승’ 감독의 오명만 떠안았다.

월드컵 본선까지 남은 기간은 9개월. 월드컵 본선 진출 쾌거에도 회의론에 휩싸인 한국 축구에 기적을 만들어야 할 시간이다. 신태용호의 본색이 무엇인지 신 감독 스스로 찾아야 한다. 신 감독을 중심으로 본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하나로 뭉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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