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펀드 악순환 끊자] 정책펀드 '지속가능성'에 文 벤처육성 성패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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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원·윤주혜 기자
입력 2017-08-28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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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이 바뀔 때마다 벤처를 키우고 일자리를 늘리겠다며 정책펀드를 쏟아내왔다. 하지만 두고두고 남아 성공한 사례로 기억되는 정책펀드는 거의 없다. 일회성 관치펀드에 그치는 바람에 비난이 쏟아지기 일쑤였다.

28일 중소벤처기업부·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기업투자촉진법(가칭)을 제정해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이를 뒷받침할 벤처펀드도 5조원 규모로 설정한다. 당장 하반기에만 추경으로 따낸 8000억여원이 중소·벤처기업에 투자하는 한국모태펀드에 들어간다.

물론 청년창업이나 지방 중소기업, 재기 기업을 지원해 일자리를 늘리자는 게 이유다. 이뿐 아니라 4차 산업혁명 관련업종을 영위하는 기업도 발굴해 글로벌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으로 키운다.

최대 현안인 일자리 창출에 방점이 찍힌 만큼 기대가 크다. 그렇지만 우려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과거 정권에서 실패한 정책펀드를 숱하게 경험해본 탓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녹색펀드와 해외자원개발펀드가 대표적이다.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청년희망펀드나 청년창업지원펀드, 통일펀드도 마찬가지다. 모두 단기에 실적을 내려고 무리하게 밀어붙였지만 손에 꼽을 큰 성과는 없었다. 되레 정부와 '코드'를 맞추려고 애먼 금융사와 기업만 억지로 펀드에 출자했다.

악순환이다. 결국 정권이 바뀌면 이런 관치펀드는 그대로 사장돼왔다. '펀드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내 염두에 둬야 할 대목이다. 한 대형 금융사 관계자는 "지금껏 나온 정책펀드마다 취지는 모두 좋았다"며 "그러나 단기에 성과를 내려는 조급증이 번번이 일을 망쳤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번에도 돈을 모으는 데에만 열을 올릴 뿐 사전준비도, 사후관리도 뒷전이라면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장과 따로 노는 것도 곤란하다. 송치승 원광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책펀드가 벤처캐피털 시장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공적펀드와 민간투자는 위험선호에서 상충할 수밖에 없고, 이는 민간자본 참여를 제한하게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이 벤처 생태계를 주도하고 정부는 뒷받침해줘야 한다. 송치승 교수는 "정책펀드는 민간자본이 회피하는 초기 창업기업 출자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마치 준조세처럼 기업이나 금융사에 손을 벌리던 관행도 문제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정권마다 급조한 정책펀드가 우후죽순처럼 쏟아졌다"며 "관치로 펀드 성과를 끌어내려 해서는 안 되고, 시장과 함께 가는 현실적이고 전문적인 정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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