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괴물’ 최혜진, ‘트럼프 기립박수’ 받은 “0$의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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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교 기자
입력 2017-07-17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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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돌풍을 일으킨 아마추어 최혜진이 LPGA 투어 메이저 대회 US여자오픈 최종라운드 16번홀에서 티샷 실수를 저지른 뒤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서민교 기자 = “US여자오픈 현장에 와 있다. 아마추어 선수가 몇 십 년 만에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한다. 매우 흥미롭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기 도중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남길 정도로 화들짝 놀랐다. 1946년부터 시작된 US여자오픈 역사상 1967년 카트린 라코스트(프랑스) 이후 무려 50년 만에 두 번째로 아마추어 선수의 우승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것도 고교생 10대 소녀 골퍼라니 ‘골프광’ 트럼프 대통령의 눈이 휘둥그레질만하다.

학산여고 3학년에 재학 중인 아마추어 최혜진(18)이 그 주인공이다. 교정 중인 치아를 드러낸 앳되고 수줍은 미소는 영락없는 10대 소녀다. 그런데 필드에서는 웃음기가 사라진다. 온몸을 쓰며 휘두르는 호쾌한 스윙에서 나오는 장타에 두둑한 배짱과 침착함은 마치 베테랑 선수를 보는 듯하다.

최혜진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 우승 문턱에서 미끄러졌다. 16번홀(파3)에서 나온 단 한 번의 실수. US여자오픈 역사를 바꿀 수 있는 엄청난 사건이 아쉽게 물거품이 됐다.

최혜진은 지난 17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끝난 US여자오픈에서 박성현(24)에 2타 뒤진 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는 72홀 대회로 치러진 US여자오픈 역사상 아마추어 선수가 작성한 최저타 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1999년 박지은의 5언더파 283타였다. 최혜진이 최종라운드에서 박성현, 펑산산(중국) 등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당당히 우승 경쟁을 펼친 끝에 당차게 이뤄낸 값진 성과다.

통한의 16번홀이었다. 15번홀(파5) 버디로 박성현과 공동 선두에 오른 최혜진은 이 홀에서 공격적으로 노린 티샷이 살짝 짧아 워터해저드에 빠져버렸다. 이 탓에 결국 더블보기로 2타를 잃어 선두 경쟁에서 밀려났다. 우승은 박성현에게 내줬지만, 흔들리지 않는 침착함이 돋보였다. 17번홀(파4)을 파로 막은 뒤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 단독 2위의 쾌거를 이뤘다. 펑산산이 마지막 홀에서 트리플보기로 무너진 것과 대조적이었다.

최혜진은 아마추어에서는 이미 넘볼 수 없는 강자였다. 중학교 3학년 때 태극마크를 단 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단체전 은메달, 2015년 세계주니어선수권 개인과 단체전 2관왕, 지난해 세계아마추어선수권 개인 및 단체전 2관왕을 차지했다.

올해 LPGA 투어 ISPS 한다 호주오픈에서는 공동 7위에 올랐고, 이달 초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초정탄산수 용평리조트오픈에서는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KLPGA 투어에서 아마추어 선수의 우승은 2012년 김효주(22) 이후 5년만이었다.

최혜진은 여자골프 역사상 상금 규모가 가장 큰 US여자오픈 준우승을 이루고도 돈은 한 푼도 받지 못한다. 미국골프협회(USGA) 규정상 상금이 걸린 골프대회에 출전하는 아마추어 선수들은 상금을 받을 권리를 포기해야 한다. 이 대회 준우승 상금은 54만 달러(약 6억900만원)에 달한다. 최혜진이 포기한 준우승 상금은 공동 3위인 유소연(27)과 허미정(28)에게 나눠졌다.

‘0$의 영광’을 얻은 최혜진은 돈보다 더 값진 영예에 마냥 행복해 했다. 최혜진은 “상금을 받을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최우선 목표는 US여자오픈에서 우승 경쟁을 하는 것이었다. 내가 2위로 마쳤다는 것이 더 의미 있고, 더 큰 영광”이라며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는데 준우승을 하다니 믿을 수 없을 만큼 기쁘다. 나 자신도 놀라운 일”이라고 아쉬움을 털었다.

클럽하우스 발코니에서 최혜진을 지켜보던 트럼프 대통령은 퍼스트 레이디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함께 한국에서 온 ‘고교생 괴물’에게 찬사의 기립박수를 보냈다. 최혜진도 가벼운 미소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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