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모든 걸 쏟아부은 '리얼', 김수현에게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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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
입력 2017-07-06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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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얼'에서 1인 2역을 맡은 배우 김수현[사진=코브픽쳐스 제공]

최송희 기자 = 그야말로 화제작. 영화 ‘리얼’(감독 이사랑)을 둘러싼 각종 문제·논란거리는 아직까지 현재진행형이다.

한류스타 김수현의 스크린 복귀, 설리의 노출 연기, 감독과 제작사의 불협화음, 감독 교체 등 여러 가지 일들이 한꺼번에 벌어졌다. 설상가상으로 개봉 직후에는 여러 혹평과 불법 유출까지 벌어진 상황.

이 모든 혼란의 중심에는 배우 김수현(29)이 있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걸 다 했다”고 자평할 정도로 이번 작품에 대한 그의 각오는 남달랐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냈고 작품에 대한 애정과 무게감 또한 상당했다.

그가 느끼고 있는 부담감은 말하지 않아도 상대에게 느껴질 정도다. 한 작품을 끌어가는 주연배우라면 으레 겪어야 할 성장통이었을까? 험난한 과정을 겪고 있는 김수현이 조금 더 묵직해진 듯했다.

영화 '리얼'에서 장태영 역을 맡아 1인 2역을 선보인 배우 김수현[사진=코브픽쳐스 제공]


영화 ‘리얼’은 지난달 28일 개봉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카지노를 둘러싼 두 남자의 거대한 비밀과 음모를 그린 액션 누아르다.

“‘리얼’은 제가 아는 만큼, 할 수 있는 만큼, 느꼈던 만큼…. 최선을 다한 작품이에요. 제 안에 있는 것들을 빠짐없이 담았다고 생각해요. 남김없이 불태운 만큼 후련한 마음이 들기도 해요. 여러 가지 반응이 많았지만 보는 분들이 저의 에너지를 느꼈다고 하면 행복할 것 같아요.”

극 중 김수현은 카지노 조직의 보스 장태영과 의문의 투자자 장태영을 맡아 1인 2역을 연기했다. 엄밀히 따지자면 두 명의 인격과 분열한 또 다른 인격들까지 총 1인 4역에 도전한 셈이다.

“보스 장태영과 투자자 장태영, 거기에 그들의 각각 다른 인격까지. 총 4개의 인격을 준비했어요. 시나리오 안에 또렷한 기준을 잡아놓은 상태였죠. 영화는 제목부터가 함정이에요. 극에 드러나는 대표적 캐릭터는 가짜 인격이기 때문이죠. 오프닝부터 보스 장태영이 강렬하게 등장하기 때문에 관객들이 ‘얘가 주인공이다’라는 선이 생겨요. 그때부터 영화는 함정에 빠지기 시작하는 거예요. 사실 그동안 꾸준히 힌트를 주고 있거든요. 만들어진 인격, 즉 가짜 인격들의 ‘믿음’이 너무 강했기 때문에 본체들이 이루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끌어냈다고 봐요.”

영화 '리얼' 스틸컷 중, 장태영(김수현 분)[사진=코브픽쳐스 제공]


이름도 얼굴도 같은 4명의 인물. 시작도 전에 주눅이 들 수 있는 요소였지만 김수현은 당황하지 않고 캐릭터마다 구분점을 명확히 했다.

“장태영들이 다른 인물과 끊임없이 충돌하는데, 각 인물을 대하는 태도에 차별을 주려고 해어요. 먼저 보스 장태영은 찍어 누르는 듯한 느낌, 명령하는 느낌을 표현했죠. 사실 가장 애를 먹었던 것도 보스 장태영이었어요. 선배님들께 명령도 하고. 하하하. 카리스마를 주려고 많이 노력하고 또 욕심도 냈던 것 같아요. 따라쟁이 장태영(투자자)는 관찰하는 듯한 느낌으로 일관했어요. 불편함을 깔아주면서 어딘가에 숨어있는 것처럼. 시선을 분산시키려고 했죠.”

두 인격 중, 가장 애를 먹은 건 보스 장태영이라고 했지만, 관객들이 흥미롭게 여긴 것은 투자자 장태영이었다. 새침하면서도 독특한 무드를 가진 장태영이었던 만큼, 레퍼런스 또는 참고한 캐릭터가 있는지 궁금했다.

“참고할 만한 캐릭터가 없었어요. 따라쟁이 장태영의 목표는 극 중 상대들에게도, 관객들에게도 불편함을 주는 것이었어요. 어떻게 하면 상대를 불편하고 또 거슬리게 할까 생각을 하다가 말을 늘리거나 불편한 어투, 제스처를 넣기로 했죠. 빙글빙글 웃음이 나는 듯한 태도요.”

영화 '리얼'에서 장태영 역을 맡아 1인 2역을 선보인 배우 김수현[사진=코브픽쳐스 제공]


다양한 캐릭터 및 화려한 액션, 거기에 노출 연기까지. 그야말로 ‘리얼’은 김수현의 모든 것이 담긴 영화다. 그간 시도하지 않았던 것들을 한데 모아놓은 결정체기도 하다. 이런 점들이 촬영 전, 김수현에게 부담으로 다가오진 않았을까?

“무서웠죠. 무서운 부분이었어요. 부담되는 신들은 영화의 중후반쯤부터 나오는데 마음 한 켠에 불편, 불안이 늘 있는 상태였어요. 부담이나 겁을 이겨낼 수 있던 건 장태영 덕분이었어요. 저를 매료시킨 그 캐릭터요.”

단숨에 김수현을 매료시킨 ‘장태영’이라는 인물은, 그가 모든 걸 쏟아부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공개 후 쏟아지는 혹평이 더 아플 수밖에.

“저는 ‘리얼’이 어느 방향, 어떤 결과를 가져오든 이 작품을 사랑해요. ‘리얼’로 얻은 건 연기적인 공부라고 생각해요. 제가 할 수 있는 걸 모조리 뽑아 부었다고 생각해서, 오히려 공개하고 나니 마음이 후련해요. 남김없이, 모조리, 몽땅! 최선을 다했으니까요.”

영화 '리얼'에서 장태영 역을 맡아 1인 2역에 도전한 배우 김수현[사진=코브픽쳐스 제공]


어느덧 서른 살. “30대가 되면 여유를 얻고 싶다”는 그는 여유를 가진 어른이 되고 싶은 것처럼 보였다.

“30대의 저는 많이 달라져 있길 바라요. 배우로도, 인간으로도. 이전까지 대중들이 사랑하는 나와 실제 제 모습에 혼란을 겪었어요. 가끔은 ‘진짜’ 나는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죠. 하지만 점점 극복하고 있어요. 운동이나 작품에 집중하면서요.”

이제 입대를 앞둔 그에게 “팬들에게 전할 인사”를 부탁했다. 그는 곰곰이 생각에 잠긴 듯하더니 “신인상을 받았을 때, 수상 소감으로 10년만 지켜봐달라고 좋은 배우가 되겠다고 했었다”며 말문을 뗐다.

“그리고 어느덧 10년이 가까워지는데 그 시간 동안 제가 말한 것에 얼마만큼 가까이 갔을까 생각하게 돼요. 앞에 3을 단(30대가 되었다는 의미) 상태에서 그 거리가 좁혀질 수 있을지 궁금해하고 있어요. 더 노력해서 잘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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