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계 카드사 카드론 급증…제2의 카드대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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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사원
입력 2017-07-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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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판매 수익이 줄어든 카드사들이 금융사업을 집중적으로 확대하면서 카드론을 부추기고 있다. 카드사들이 경쟁적으로 카드론 영업에 매달리면서 주춤했던 카드론 이용액도 다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8개 카드사의 카드론 대출액은 최근 3년간 6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개 카드사의 카드론은 지난 2014년 18조9284억원에서, 2015년 21조4042억원, 2016년 23조6845억원으로 3년 사이에 4조7561억원(25.13%) 늘었다. 올 1분기에는 24조615억원으로 또 다시 1.59%(3770억원) 늘었다.

카드론은 특히 은행계 카드사에서 가파르게 증가했다. 신한카드는 2014년 카드론이 4조4712억원에서 지난해 5조6181억원으로 3년 만에 1조1469억원(25.65%)이나 늘었다. 올 1분기에도 5조6296억원으로 115억원 커졌다.

같은 기간 국민카드 카드론은 3조457억원에서 4조2863억원으로 1조2456억원(40.96%) 증가했다. 올 1분기에도 3125억원(7.29%) 증가한 4조5998억원을 기록했다. 우리카드는 1조9821억원(2014년)에서 2조1461억원(2017년 1분기)으로 1640억원(8.27%) 늘었고, 하나카드 역시 1조6000억원에서 1조8918억원으로 2918억원(18.24%) 증가했다.

삼성카드(3조2525억원→4조191억원)와 현대카드(3조474억원→3조2356억원), 롯데카드(2조1324억원→2조5393억원)등 기업계 카드사들도 상황은 같았다.

전문가들은 은행계 카드사의 카드론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은 가계부채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의미라고 우려한다. 

이건희 경기대학교 교수는 "은행계 카드사들은 대출자산의 건전성 유지를 위해서 카드론을 다른 기타대출로 대체하거나 위험한도를 적절히 통제할 수 있다"며 "이들의 카드론 대출이 증가했다는 건 가계부채 전반의 부실위험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카드론이 지금처럼 과도하게 증가하면 카드론 돌려막기로 인한 ‘제2의 카드대란’이 발생해 카드사의 건전성이 심각하게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 역시 "은행계 카드론은 은행의 신용대출에 준해 처리되기 때문에 전업계 카드론 보다 대출 기준이 엄격, 급격하게 늘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가계소득이 낮아지고, 금리가 인상기에 접어들면 저소득층이 카드론에 몰리고, 카드론 연체율은 기타 모든 대출 연체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주의깊게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카드사들이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카드론 영업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신용판매 수익이 매년 감소하는 상황에서 카드론은 카드사가 수익을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카드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신용 판매 상품을 개발한다는 자부심이 있었지만 지금은 전 임직원이 대출업무에만 매달리는 것 같다"며 “시장규모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평균 15%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카드론은 매우 안정적인 수익처”이라고 말했다.

다만 소비자 입장에선 주의가 필요하다. 카드론은 적정 한도 내에서 쉽고 빠른 대출이 가능하지만 바로 이점 때문에 본인의 신용등급에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론 이용자는 현금흐름이 언제든 안 좋아질 수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은행권 신용등급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며 “가계대출 문제로 대출심사가 꼼꼼해질수록 카드론 이용자들이 불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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