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깜깜이 교육 개편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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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6-22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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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선 기자]

아주경제 이한선 기자 = “아빠 우리가 정부 시험대상이 되고 있다는데?”

어느 지인의 중학교 3학년 아들이 했다는 소리다.

현재 중학교 3학년생부터 교육체제가 바뀌는 점이 많기 때문에 나오는 얘기일 것이다.

현재 중학교 3학년생들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2018학년도부터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적용을 처음 받게 된다.

기존에는 이과는 국어·영어·수학 외에 과학탐구, 문과는 사회탐구등을 배우면 됐던 데 반해 현재 중3부터는 과학탐구와 사회탐구를 모두 배우고 대입을 위한 수능 시험을 봐야 한다.

이에 따른 수능 개편 방안도 처음으로 적용 받는다.

지난주에는 이 학생이 전국 성취도 평가를 며칠 앞두고 시험을 볼지 안 볼지 모르겠다는 소리도 했단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성취도 평가를 전수조사에서 표집으로 하기로 변경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시험을 치르지 않았다.

표집 대상 학교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식량생산에 사활을 걸었던 중국 마오쩌둥 시절, 1958년부터 1961년까지 대약진 운동 기간 관료들이 정권에 잘 보이기 위해 허위로 실제보다 50% 많게 농업 생산량을 보고했다고 한다.

잘못된 통계를 바탕으로 수백만t의 쌀을 외국에 팔아 무기와 중장비를 사들이고 나머지로 배급계획을 잡았다가 수천만명이 굶주려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유발 하라리의 신간 ‘호모데우스’에 소개돼 있는 대목이다.

관료들이 현실을 왜곡시키면서 크게 엇나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꼬여 있기만 한 교육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평가라는 틀을 만들어놓고 이 잣대로 사람에게 점수를 매겨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고 있으니 현실과 평가 간에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거리가 벌어지는 만큼 공정성 시비가 불거진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이 도무지 어떻게 진행이 되어가고 있는지 감감무소식이다.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등학교도 공약에서 폐지한다고 했으나 새 정부가 들어선 지 한 달이 넘었는데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명확하지가 않다.

인수위 성격인 국정기획자문위에 물어도 담당자는 보안각서를 썼다며 입을 닫고 있다.

2021 수능 개편안은 애초에 교육부가 5월에 공청회를 열고 7월에는 확정짓겠다고 했던 사안이지만 조기 대통령 선거와 함께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불가피하게 연기됐다.

어쩔 수 없이 연기된 것은 이해가 가지만 애초에 개편안 초안 발표가 5월이었다가 이달로 미뤄지다 다시 내달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는데도 교육부가 별다른 설명 없이 쉬쉬하면서 넘어가고 있는 것은 무책임하게 보인다.

새 정부 출범으로 사정이 여의치 않아 연기됐다는 점을 설명하고 개편안의 방향은 대략 이러하니 이해해 달라고 하든가 하는 설명이 전혀 없다.

무조건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니 기다리라고만 하고 있다.

수능 시험에서 절대평가는 어느 영역으로까지 확대할 것인지, 시험과목은 어떻게 되는 건지, EBS 연계는 지속할 것인지, 고교 성취평가제 대입 반영 방법은 절대평가 등급만 할 것인지 아니면 지금처럼 상대평가 요소도 같이 제공할 것인지, 논술전형과 특기자전형은 공약대로 없어지는 것인지, 자사고와 특목고는 폐지할 것인지 등등에 따라 현 중학교 3학년생들이 진학하고자 하는 고교가 달라질 수 있다.

내신이 중요해지면 자사고보다는 일반고가 유리해지고 아예 자사고와 특목고가 폐지되는 경우에는 이사를 가서라도 강남 8학군 등으로 옮겨가고자 하는 학생과 학부모도 있을 수 있다.

8월이면 자사고·특목고들의 모집요강이 발표되는데, 이미 굵직한 교육 개편안들을 내놓기에는 시기적으로 늦었다.

담당 장관 임명이 늦어지면서 교육분야 중요 정책 발표 시기는 더 늦어질 모양이다.

언제까지 중요한 결정들을 깜깜이로 보안만 유지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을 속 타게만 하려는 것인지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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