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순칼럼]개성공단의 해법, 보상과 다국적 경협공단 재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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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30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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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개성의 소년 군인들.[사진=바이두캡쳐]



5월 10일 제19대 신임 대통령 문재인 진보정부의 출현이후 대북정책의 변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전망이 새로운 이슈로 급격히 부상했다. 그런데 예상보다도 빠르게 통일부는 5월 26일 대북 지원 단체인 ‘우리민족 서로돕기운동’의 대북 접촉신청을 승인했다.

지난해 1월 북한 4차 핵실험이후 사실상 단절되었던 대북접촉에 대해 문재인 정부는 출범 16일만에 인도적 차원의 대북접촉을 승인한 것이다. 이번 승인으로 인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등의 남북교류사업 재개 여부에 대한 찬반 논란 역시 향후 새로운 이슈로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 ‘5•24 대북제재조치’와 ‘개성공단 폐쇄’

2010년 3월 26일, 백령도 근처 해상에서 해군 초계함인 천안함이 피격되어 침몰했다. ‘천안함 사건’을 조사한 이명박 정부는 북한 해군 잠수정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하였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응 조치로 5월 24일 ▲남측 해역에 북한 선박운항 전면 불허 ▲남북 교역 중단 ▲국민 방북 불허 ▲대북 신규 투자 금지 ▲대북 지원사업 원칙적 보류 등의 대북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5.24 대북조치’로 인해 남북 경제교류는 물론 인도적 목적의 남북교류와 대북지원에 대해서도 정부와 사전 협의를 거쳐야 했다.

이후에도 끊임없는 도발을 이어오던 북한은 2016년 1월 6일 제4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4차 핵실험 이후 박근혜 정부는 2월 10일 북한에 대한 제재조치에 ‘개성공단 폐쇄’를 포함시켰다.

갑작스러운 공단 폐쇄로 인해 당시 개성공단에 입주해 있던 124개 기업의 확인된 경제적 피해는 약 7005억원으로 산정되었다. 정부는 현재까지 입주기업에게 72.5%에 해당하는 약 5079억원을 보상했고, 해당 피해 기업들은 나머지에 대한 추가 보상을 계속 정부에 요청해 왔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 1년 4개월간의 기회손실을 포함한 124개 입주기업의 유무형의 실질적인 피해액은 사실상 확인된 피해액을 훨씬 초과할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해당 기업주와 임직원 및 해당 가족들이 겪었을 정신적 심리적 피해는 당사자가 아닌 이상 실감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 개성공단 전면중단의 배경과 입주기업의 입장

올해 2월 11일에 이어 지난 5월 13일 사)한반도개발협력연구소(이하 ‘한개연’)는 ‘대선결과 평가 및 향후 대북정책 방향 전망’이라는 주제로 올해 두 번째 워크숍이 있었다. 5월 10일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 남북관계의 개선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시점에서 개최된 이번 워크숍에서 필자는 ‘한개연’의 운영이사로서 이 회의에 참석했다.

이 회의에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을 대표하는 ‘개성공단기업협회’의 신한용 신임회장과 유창근 부회장도 참석했다. 토론 이후, 필자는 신한용 회장과 유창근 부회장과의 개별 인터뷰를 통해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인식하게 되었다.

우선 개성공단 전면중단의 배경과 관련하여, 당시 정부는 국가안보상의 ‘특단의 조치’를 이유로 공단 폐쇄를 결정했다고 했다. 즉 북한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도발 등에 대한 제재 조치로 불가피성을 강조했고, 특히 국가안보를 위해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에서 전면 중단을 최종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은 다음과 같은 의문과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첫째, 개성공단은 대북제재의 대상이 아니라고 했던 정부가 왜 갑자기 중단조치를 결정했는가? 둘째, 유엔 안보리 어느 결의문에도 개성공단 중단을 권고하지 않았음에도, 우리 정부가 먼저 중단할 만큼의 절박한 상황이었는가? 셋째,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가 법률적 절차없이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할 권한이 있는가?

◆ 개성공단 중단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기업의 입장 차이

정부는 개성공단 폐쇄가 안보상황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이므로, 입주기업의 피해 최소화와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신속한 지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범정부 차원의 정부합동대책반을 구성하여 지원하기로 약속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록 정부가 신속한 지원을 약속했다고는 하지만, 개성공단 전면중단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었던 기업들은 예측 불가능의 상황에서 막대한 피해가 발생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기업의 피해를 입증할 모든 자료가 개성공단 내에 있어서 피해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조차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도 기업들에게는 불리한 조건이 되었다.

정부는 대다수 기업들이 정부지원과 자구노력을 통해 생산 활동을 계속하고 있고, 정부는 지속적으로 기업의 경영정상화를 지원할 것을 강조했다고 한다. 정부는 또한 상당수 기업이 중단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는 자체 조사 결과와 함께, 각 분야별 지원방안을 평가하여 필요한 부분은 연장조치의 시행을 약속했다고 한다.

그러나 대다수 피해 기업들은 정부의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에 봉착해 있고, 개성공단기업협회의 조사 결과 상당수 기업들은 소송에 시달리며 현상유지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각 분야별 지원방안의 연장이 불가피함에도 대부분의 지원이 종료된 실정이라고 했다. 특히 기업별 맞춤형 지원을 지원하던 전담팀은 각 기관으로 복귀하여 일반 업무로 전환되었다고 한다.

◆ 정부의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고민과 전망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첫째, 개성공단 중단은 대북제재와 압박을 추진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다. 둘째, 공단 재개를 위해서는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의미있는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 셋째,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태도변화없이 개성공단을 재개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역행하는 것이다.

신한용 회장과 유창근 부회장은 이구동성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강조했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는 투자자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의 통치행위로 결정되었으므로 재개시에는 피해 및 재개비용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문재인 정부의 고민 역시 현 안보상황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여러 차례의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했다는 점이다. 북한은 이미 핵보유국 지위와 대륙간 탄도미사일 투발 능력을 보유하기 위해 속도전에 돌입한 형국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단시일 이내에 개성공단의 재개를 추진하는 것은 국제사회와의 대북제재 공조체제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일 뿐만 아니라, 국내의 반대 여론을 설득시키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비록 박근혜 정부에서 그동안 피해 기업에 대해 여러 측면에서의 지원 정책을 펼쳤다지만, 새로운 문재인 정부에서는 다음과 같은 조치를 통해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피해를 다시한번 살피고 위로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첫째, 개성공단 피해기업에 대한 피해를 재산정할 필요가 있다. 물론 결론은 합리적이고 합법적인 규정과 범위내에서 재조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다소 억울하고 불편했던 심정을 국가가 듣고 이를 이해하려는 노력만으로도 피해 기업과 그 가족들은 많은 위안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합리적으로 재산정된 기업의 피해는 조속히 100% 보상해야 한다. 기업은 생명과도 같아서 필요한 시점에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정상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기회는 점점 줄어든다는 점을 당사자의 입장에서 이해해야만 한다.

셋째, 최근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북한의 위협으로 인해 섯불리 개성공단의 재개를 결정할 수 없다는 점은 피해기업 당사자들도 깊이 인지하는 점이므로 이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새로운 대안으로 5월 24일 ‘경제통일 정책세미나’를 통해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발표한 ‘한반도 경제통일을 디자인하라’는 연구보고서는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 보고서에는 중소기업이 앞장서는 경제통일전략으로 ▲개성공단 재개 ▲나선 다국적 국제공업단지 조성 ▲신의주 동북아평화경제 프로젝트 ▲남북 공동어업구역을 통한 경협영토의 확장을 제안하고 있다.

필자는 이에 덧붙여서 개성공단의 재개가 어려울 경우 새로운 정부는 새로운 대안찾기를 시도할 필요가 있고, 3가지 요소를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첫째, 새로운 대안은 개성공단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새로운 대안은 언제든 대한민국의 국가안보에 충돌되지 않아야 한다. 셋째, 새로운 대안은 향후 통일 한반도에도 기여할 수 있는 통일환경 조성에도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대안, 즉 ‘제2의 개성공단 플랜’은 북한의 영역이 아니라 북한의 영역과 근접한 이웃 국가의 영토에 설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체적으로 보면, ‘제2의 개성공단’은 ‘다국적 경협공단’의 형태로 설립되어야 한다. 즉 ▲북중 국경의 중국 지역 ▲북러 국경의 러시아 지역 ▲북중러 국경의 중국 및 러시아 지역에 다국적 경협공단으로 설립되어야 한다.

북한의 위협으로 인해 개성공단의 재개 여부가 현 시점에서 논쟁이 될 여지는 많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에서 일방적인 결정으로 피해를 본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피해는 반드시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

새로운 정부가 국민들에게 우선 인식시켜야 하는 것은 국가의 부득이한 결정으로 피해를 보는 국민들에게는 국가가 최우선으로 신속하게 책임진다는 점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국가가 국민에게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의무이자 책임이 아니겠는가?

필자 : 김상순 동아시아평화연구원 원장, 중국 차하얼학회 연구위원, 통일부 해외교육위원 겸 북경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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