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창] 문재인 정부, 게임 규제풀고 '날개' 달아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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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1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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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오 IT중기부장]

중국 대륙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악전고투를 벌이고 있지만 결과는 어둡고 싸늘하다. 삼성전자가 오포와 비보,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기업에 밀리고 있고, 현대·기아자동차는 사드 후폭풍이 이어지면서 중국 판매량이 두 달 연속 반토막이 났다. 이른바 '중화주의'를 밑바탕에 둔 중국정부의 불합리한 규제와 저렴한 인건비·카피(모방)를 활용해 빠르게 치고 빠지는 중국 내수기업의 행태가 주원인이지만, 중국을 소비 시장으로만 여겨온 한국 기업들의 안일한 태도가 한몫했다.

게임산업도 그중 하나다. 한국 게임이 이 같은 흐름을 뒤바꿀 만한 특출한 그 무엇이 아니란 인식이 필요하다. 국내 게임은 인터넷산업 초창기부터 한국의 정보기술(IT) 성공신화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워낙 이야기를 좋아하고 경쟁과 협력 속에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우리 민족성과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최초의 그래픽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를 제작한 넥슨부터 정통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의 시초인 ‘리니지’의 엔씨소프트, 강력한 스케일의 ‘뮤’를 만든 웹젠까지 한국의 게임업체들은 스토리, 그래픽, 운영 등에 대한 노하우에서 세계 1위라고까지 불렸다. 다중접속 네트워크 플레이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던 중국은 한국의 게임 콘텐츠에 푹 빠져들었다. 이 기조는 2015년 우리나라 전체 게임 수출액 3조6000억원의 33%가 중국에서 발생하기까지 유지됐다.

그러나 모바일게임에선 이런 효과가 통하지 않았다.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개발하고 관련 산업의 육성에 주력했어야 했으나 오직 돈이 되거나 이미 성공을 거둔 대작 개발에만 매달려 고만고만한 게임만 양산하면서 차별화에 실패했다. 게임사들이 국내외 시장에서 입증된 장르나 방식만 좇는 데 머무른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중국 게임은 이런 틈새를 파고들어 우리 게임사들이 관심도 없었던 가벼운 웹게임을 시작으로 시장을 잠식해 나갔다.

급기야 한국 모바일게임은 세계 게임업계의 변방으로 물러났다. 한국 게임을 수입해 배급하던 처지의 중국 게임사들은 이제 한국 유력 게임회사의 대주주가 됐으며 오히려 중국에서 개발한 게임을 국내에 유통시키며 관계를 역전해 가고 있다. 2008년 당시 네이버와 비슷한 규모이던 중국의 텐센트는 지난해 세계 게임시장에서 국내 대표 게임업체인 넥슨보다 약 6배 많은 11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게임들이 기획력과 작품성 등 흥행을 위한 여러 부분에서 이미 한국을 추월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한국의 게임을 보고 배웠던 중국에 역습당한 꼴이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모바일게임 산업 성장세가 급격하게 둔화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게임백서'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게임 성장률은 2014년 25.2%, 2015년 19.6%, 2016년 11.7%로 매년 하락했다. 2017년은 8.9%, 2018년에는 5.2%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허리가 없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고착화하고 있다. 상위 대형 업체의 외형은 커지지만 중하위권 게임사는 갈수록 궁핍해지는 것이다. 이로 인해 사업체와 종사자 수가 줄어들면서 일자리 창출 능력에서도 위협받고 있다. 2009년 3만여개에 달하던 게임업체는 2014년 1만4000여개로 줄었다. 종사자는 2012년 5만2466명에서 2015년 3만5445명으로 32.4%(1만7021명) 감소했다.

게임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도 발목을 잡았다. 대표적인 규제가 일정 시간이 되면 게임을 하지 못하게 하는 셧다운제와 온라인게임 성인 월 결제한도 50만원 제한이다. 청소년 대상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정치권의 규제 움직임도 업계를 위축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 시행된 셧다운제는 시행 2년 만에 1조1600억원의 규모의 시장을 위축시켰다. 셧다운제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말 여성가족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부모선택제'에 대한 내용을 담은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다.

업계는 문재인 정부에 규제완화부터 게임산업 진흥, 게임 관련 부처 신설까지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규제가 필요하다면 보다 실효성 있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단지 '게임=마약'이라는 나쁜 인식을 주게끔 하지 말고 유연하게 규제를 적용하자는 것이다. 정부는 게임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콘텐츠라며 치켜세우고 있지만 적극적인 산업 진흥은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영세기업도 사업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중소게임사 지원책을 새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게임 전담 부서를 만드는 것은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게임 관련 정책들을 통합해 엇박자를 막기 위함이다. 

정부 주도의 게임인력 양성도 새 정부에 바라는 점이다. 산업을 책임질 만한 양질의 인력 공급이 정체되는 현상이 되풀이되는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새 정부는 게임산업의 자율성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게임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게임 업계의 자율성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한국e스포츠협회 회장을 역임한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도 이와 같은 대통령의 의지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새 정부가 유불리에 좌고우면하지 말고 게임 규제 철폐와 인프라 확충 등의 공약을 성실히 이행하기 바란다. 한국 게임업계가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 과거의 위상을 되찾고 중국을 넘어 제2의 전성기를 누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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